[시론] 부산,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도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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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올해 부산 ‘해양수도’ 선언 25주년
산학연 해양클러스터 생태계 구축

항만·물류 외 여느 지방도시와 비슷
인구 감소·고령화·청년 유출 등 문제

해양과학기술 기반 혁신 이루어야
세계 선도하며 해양 신산업 발굴을

지난해 11월 7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 부산일보DB 지난해 11월 7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 부산일보DB

‘해양수도 부산’은 지난 25년간 부산시민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용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는 해양과 연관된 산업, 경제, 관광, 문화, 과학기술이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발전을 선도하고 나아가 글로벌 해양 중심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오랫동안 국내 최대 항만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져왔다. 세계 2위 환적항으로 자리 잡은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43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여 글로벌 물류의 핵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천혜의 해양 경관과 이를 활용한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부산 이전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산학연 해양클러스터 생태계를 조성하여 해양 중심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부산은 우리나라 제2 도시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유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시는 최근 물류와 금융, 첨단산업, 관광을 중심으로 ‘글로벌 허브도시’로의 도약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을 통해 물류와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금융특구 지정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하여 경제적 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해양도시 부산이 가진 뛰어난 지리적 이점과 해양 유관기관들의 혁신적인 역량이 결합된다면, 해양과학기술과 함께하는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도약하며 청년들이 돌아오는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싱가포르 등은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의 모범 사례이다.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 항만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 물류 관리와 에너지 효율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다. 미국 주요 항만인 롱비치항은 전기 및 수소 기반 트럭을 도입하여 항만 내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했으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공공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항만 중 하나로, 자율운항 장비와 AI(인공지능) 기반의 물류 관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부산이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먼저, 부산이 전통적으로 강한 우위를 가져왔던 해운·항만 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여 해양과학기술에 기반한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디지털 트윈, IoT(사물인터넷), AI 등 해양ICT 융합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항만’ 구축은 필수이다. 그리고 부산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여 글로벌 항만도시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해양 분야 국제기구와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적 해양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글로벌 해양 이슈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향후 해양 분야 신산업 영역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해양바이오, 해저자원 탐사, 신재생 해양에너지 등 미래 지향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직면한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책임,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항만 구축, 친환경 야드 트랙터 도입을 추진한다면, 환경 보호를 넘어 글로벌 항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양교육 프로그램 확대, 해양관광 활성화, 그리고 지역경제와 연계된 첨단 해양산업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디지털 해양박물관, 해양치유센터, 조선해양 이노베이션 협력센터를 유치한다면 해양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해양 신산업 발굴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술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융합한 전략을 통해 부산은 진정한 해양수도의 위상을 확립하고,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도약하여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래 지향적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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