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바람이 말했다
노혜경 (1958~)
당신이 진실로 민감하다면 알 것입니다
내가 숨을 들이킬 때
아주 작은 진공이
우주의 틈새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 진공으로 겨우내 꼬물딱거리던 생의 기미가
아, 줄탁동시, 비어져 나온다는 것을
지나가던 어린 벚나무 꽃눈에 당신이
호 하고 입김을 불어
저 어린 것이 힘들게 기지개 펼 때
당신의 입김으로 틈새를 메꿔야 한다는 것을
동참하셔야 한다는 것을
봄이 오기 위해 해야 할 이 많은 일들이
우리의 이 깊은 한숨이
얼마나 숨차고 가쁘고 후달리는 것일지
벚나무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너무 하염없이 지려고만 하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당신?
-시집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2015)중에서
‘우리의 이 깊은 한숨’이란 문장 앞에서 심호흡을 해봅니다. 언젠가 시인은 우리의 시절이 불안을 향해 나부끼는 깃발과 같다고 했지요. 우리의 숨결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생의 출현에 필요하다는 것, 생명이라는 가치를 위해 우리는 안과 밖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올까요. 줄탁동시 없이 불가능합니다.
어린 꽃눈에게 필요한 희망을 생각합니다. 오지도 않은 봄이 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암담한 현실에 부는 바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우리가 벌려놓은 틈을 메꾸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겁니다.
살아있는 자만이 숨을 쉽니다. 봄을 위해 해야 할 이 많은 일들에 대해 ‘어쩌면 좋을까요, 당신?’ 묻고 있으니 벚나무 말고 우리가 대답을 해야겠지요. 침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