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새로 선출되는 '스포츠 권력'에 주목하는 이유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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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스포츠부 부장

노조에 몸담은 지난 4년 동안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화두는 ‘리더의 자질과 품격’이었다. 수준 이하의 리더들 때문에 조직이 망가지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울분을 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질 미달의 리더들이 끼치는 해악은 단순히 조직이나 구성원들의 품격 저하에 국한되지 않는다.

12·3 계엄 사태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기한 해악은 단순히 대한민국이나 국민의 품격 손상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피 흘려가며 지켜왔던 민주주의 후퇴는 물론, 법원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선례마저 남겼다

대통령의 해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환차손을 입은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국가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투자의 유출 현상은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게 마치 ‘사형선고’로 다가오고 있다.

사회적 혼란은 어떠한가. 계엄령 선포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팽배해져 있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초법적인 대통령의 행태에 사법 체계는 물론이고 국가 질서마저 무너질 위기다. 국정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마저 탄핵되면서 국정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비통함과 함께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국가 비상사태에서의 대형 참사는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자질 미달의 대통령이 벌인 해악으로 국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해악은 새롭게 선출되는 ‘스포츠 권력’에 주목하게 한다. 새해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2개의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 당장 내일(8일)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 중 최대 예산 규모(2000억 원)를 자랑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오는 14일에는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 수장들이 ‘권력’을 이어가고자 다선 도전에 나선다는 점과 이들 모두 체육계 등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배경과 협회 사유화 등 논란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 왔다. 문체부는 정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3선, 정 회장은 4선 도전이다. 이들의 출마를 두고 대통령 탄핵 국면의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이어갈 계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기간 버티면 여론도 바뀔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오판이다. 자질 부족 리더의 해악이 얼마나 큰 피해와 고통을 주는지 국민들은 지금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들 선거는 체육인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로 진행된다. 리더의 해악은 그를 리더로 만드는 구성원들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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