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항상 깨어 있으라
최세헌 경제부장
12·3 비상계엄 후 경제 불안 가중
탄핵 정국 혼란 불확실성 극대화
지역 현안들도 ‘블랙홀’에 올스톱
어지러울 때 묵묵히 역할 다할 것
자신의 중심을 잡고 단단해질 것
언론사 경제부장으로서 매일 경제 뉴스를 접하다 보면 요즘처럼 암울한 적이 없다.
긍정적이고 밝은 기사를 골라서 지면에 싣고 싶지만, 그럴만한 기사가 없다. 온통 부정적인 기사뿐이다.
최근 〈부산일보〉에 나온 경제 관련 기사를 살펴보자.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1.8%”…반년 만에 0.4%P 낮춰’ ‘지역제조업 내년 경기 전망 코로나19 수준…4년 만에 최저치’ ‘건설업 생산 7개월째 감소…역대 최장기간 하락’ ‘고환율에 중소기업 비명, 1년 환차손만 10% 넘어’ ‘나스닥 33% 오를 때 코스닥은 23% 추락…한국 증시 1년간 254조 증발’ ‘금융정책 수장들 “올해 불확실성 크다”’ ‘재계 새해 화두 “위기를 기회로”’ ‘강달러에 기름값 12주째 상승’ ‘커피값마저 오른다’ ‘새해 벽두부터 줄줄이 인상…다시 고개 드는 물가’ 등등.
우리나라가 이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올해는 수출마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부터 그동안 잠잠했던 물가가 고환율로 다시금 요동치고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한다는 전망까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하는 기사들로 도배돼 있다.
물론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경제 불안은 지난해를 관통한 주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부가 간간이 발표하는 경제 정책들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최소한의 희망은 품었다.
한 달 전, 12·3 비상계엄 사태로 빚어진 정국 혼란은 이런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사실,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사회는 또 그 방향으로 적응해 간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환율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가 굳어졌고,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젠 1500원대 진입이 유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뜨면 환율은 치솟는다. 탄핵이 디폴트값이 됐고, 그에 반하는 것들은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요소가 됐다.
고환율의 문제점은 일부 수출 대기업들엔 고수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반면 서민층의 생활고를 가중시켜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이 수입 가격 상승을 부추겨 물가 상승을 가져오고 서민층에게는 소득 감소 효과를 증폭시킨다. 이 같은 실질소득 감소 현상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내수 위축을 낳고 있다.
환율이 1500원 선까지 치솟으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등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한 번 오른 환율이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 현안들도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 나라를 삼킨 거대 이슈에 매몰됐다. 지난해 1년 내내 공을 들였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에어부산 분리매각, 복합리조트 건립 등 굵직한 현안들은 올스톱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지역 현안들을 우선적으로 챙길 동력도, 여유도 없다.
탄핵 정국이라는 블랙홀에 경제도, 지역 현안도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만 해도 순탄해 보였던 정국은 반성 없는 무리로 인해 갈수록 혼란만 더해지는 느낌이다.
보통 어수선한 분위기의 연말을 지나 새해를 맞이하면 차분해지고 새로운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제각각 새해의 목표를 정한다. 국가도 그렇다. 새해를 맞이해 대통령실이나 중앙부처에서는 새로운 경제, 사회 정책들을 발표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국가나 개인이나 그 목표를 향해 또 한해를 나아간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떤 목표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그러하고, 개인도 붕 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를 맞는 필자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확실할 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 거대 이슈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하찮은 일이라 느껴지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흔들리지 말고 제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지 못한 필자로서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가난한 집에는 부모를 공대하는 효자가 나오고, 나라가 어지러워 반역의 무리가 날뛸 때는 그를 반대해 싸우는 충신이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각자가 본연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개인은 단단해져야 한다. 내 중심은 내가 잡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