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의 크로노토프] 2025년 새해, 부산을 여는 새로운 물결
피아니스트·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전용극장 ‘쌍두마차’ 개관 박차
영감·위로 전하는 열린 시민 공간 역할
미래지향 문화도시 ‘부산의 상징’ 기대
을씨년스럽게 새해가 밝았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졌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도 그 이름이 무색해졌다. 전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해양수도는 ‘노인과 바다’뿐이라는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높은 실업률에 더하여 2022년에는 장노년 인구가 153만 2000명으로 전체 시민의 46.5%가 되었다. 65세 이상 노년 인구는 70만 2000명으로 전체의 21.3%를 차지했다. 부산 총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2035년 노인 인구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은행 부산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부산의 자영업자 대출 비율과 고령층 부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히 심각해 전반적인 지출 항목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문화 소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해 시민들의 문화적 활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부산 음악계는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에 처음으로 생기는 클래식 전용극장인 ‘낙동아트센터’와 ‘부산콘서트홀’이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부산콘서트홀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의 상징으로 통하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다. 종교 시설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지역 공연장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악기로, 세종문화회관(1978년), 롯데콘서트홀(2016년), 부천아트센터(2023년)에 이어 국내 네 번째이다.
이는 단순한 악기 설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884년 부산항을 통해 처음 들어왔던 피아노처럼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부산은 물론 대한민국 음악사를 통틀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이 과거의 문화유산을 이어 미래지향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소중한 전환점을 만들기 바란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역시 공연시설 확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 예술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수도권 중심의 공연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영화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복합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개관을 통해 부산은 국내외 문화 예술계에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글로벌 도시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연장은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때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아 문화산업의 단단한 기초가 될 수 있다.
물론 공연장 건립만으로 완전한 문화적 성취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연장은 시민들에게 더 많은 문화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모두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적 가치를 지닌 장소로 변해야 한다. 특권층의 향유물이라 여겨지던 클래식 음악도 제한된 인식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음악 문화의 기초로 이해되어야 한다. 클래식 공연장이 고급문화의 소비 장소가 아닌 공동체 결속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문화 인프라가 도시 경쟁력으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공연장은 예술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연결하는 다리다. 단지 예술을 소비하는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삶의 조화를 위한 영감을 주고 도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공공의 장소다. 새롭게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이 눈에 보이는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모든 시민에게 위안과 영감을 주는 열린 시설로 거듭나 또 다른 문화적,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5년은 낭만주의 시대의 다재다능한 거장 카미유 생상스가 태어난 지 190주년이 되는 해다. 새로 지은 부산콘서트홀에서 프랑스 낭만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의 ‘오르간 교향곡’을 실황으로 만나는 상상을 해본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느 비운의 천재 음악가들과 달리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86세까지 장수했다. 부산의 음악 문화도 오래도록 풍성함이 유지되면 좋겠다. 아울러 지역에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낙동아트센터도 수준 높은 예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두 개의 전용극장이 부산 지역 공연예술을 끌고 가는 쌍두마차가 되기를 바란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부산이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고 도약하는 원년이 되면 좋겠다. 내 고향 부산이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오래도록 식지 않는 가마솥의 열기를 품게 만들자. 미래는 우리의 마음을 열어야 희망차게 다가온다. 2025년 을사년 새해에는 모두가 평화롭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