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와 대한민국 정치
이대성 기획취재부 차장
2024년 12월 23일. 대한민국엔 이날 또 하나의 불편한 꼬리표가 붙었다.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1995년 당시 인구 추계에서는 2030년 이후로, 2015년 추계까지만 해도 20% 돌파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됐다. 초고령 국가 일본조차 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율 14%)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7년 4개월에 불과했다.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라는 말은 매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통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불편한 현실을 여럿 마주한다. 우선 부산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2020년 초고령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대도시 부산의 노인 인구는 4년도 안 돼 23.87%로 크게 높아졌다. 전국 다른 대도시를 압도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농촌 지역이 많은 경북(26.00%), 강원(25.33%), 전북(25.23%), 충남(22.23%)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부산을 수도권과 견줘 보면, 경기(16.55%)와 서울(19.41%), 인천(17.63%)과 간극이 꽤 넓다. 부산은 대학과 일자리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늘며 고령화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수도권 집중과 지역 균형 발전 문제는 미래 세대의 존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기득권을 서서히 놓게 만들고, 이들 문제의 근원에 자리한 복잡하게 헝클어진 원인의 실타래를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우리의 정치는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국은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할 일이 없고, 대통령의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한 계엄령 발동, 금융 위기 시기에 버금가는 고환율, 주식과 금융, 부동산 시장의 불안, 이에 따라 갈수록 깊어지는 자영업자들과 기업들의 시름…. 전 세계는 12월 한 달 동안 ‘가장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민망하고 추한 민낯을 지켜봤다. 이렇게 실추된 이미지와 국가 신인도를 회복하는 데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여기저기 국민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지만 여야는 ‘네탓’ 공방만 벌인다.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거창한 정치적 수사 뒤에는 정권과 자리만 찾고 지키겠다는 흑심만 가득하다. 정치인을 보며 최선이나 차선을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했으면 하지만,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골라야 하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암울하고 서글프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커질수록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이념에 치우친 소수가 특정 이익 집단을 대변한다. 이들은 또 이와 궤를 함께하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을 이념 갈등으로 내몰아 대중의 보편적 이익을 침해하고 사회 혼란을 가중시킨다. 12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세밑이 됐으면 한다. 짧은 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자정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의 정치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이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