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타임 아웃] 시간 활용은 농구처럼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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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부장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체감하는 정도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구기종목을 보면 시간 제한 경기가 많습니다. 주로 영역형 스포츠가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는 상대 팀 영역에 침범해 제한된 시간 내에 몸이나 도구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축구, 농구, 핸드볼, 아이스하키, 럭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시간 제한 경기에서 시간 활용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시간의 활용적 측면에서 보면 농구는 특별합니다. 그 특별함은 시간 활용의 세밀함에서 나옵니다. 농구는 경기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공격 제한 시간을 24초로 정했습니다. 24초 내로 슛을 쏘지 않으면 공격권이 상대 팀에게 넘어갑니다. 이 때문에 시간에 쫓겨 ‘엉뚱한 슛’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농구의 또다른 볼거리 중 하나죠. 시간에 쫓긴 ‘엉뚱한 슛’보다 짜릿한 건 버저비터(buzzer beater)입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선수가 날린 슛을 말하는 건데요. 농구에서만 사용했는데 얼마 전부터 축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슬쩍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프로농구 부산 KCC는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버저비터 한 방으로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2시간 가까운 혈투가 버저비터로 희비가 엇갈린 것입니다. 경기 막판, 앞서가는 팀은 버저비터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추격하는 팀은 버저비터를 기대하며 몸을 던집니다. 그만큼 버저비터는 짜릿합니다.

농구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1쿼터와 2쿼터 사이, 3쿼터와 4쿼터 사이에는 2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이 시간 경기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관중이 경기장에 내려와 슛 대결을 하고, 관중의 휴대전화 플래쉬를 이용한 응원전도 펼쳐집니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대중 가요 ‘부산 갈매기’의 떼창도 빠질 수 없죠.

타임아웃(작전타임)에서의 상황은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감독이 전반전 두 차례, 후반전 세 차례, 연장전은 1회 타임아웃을 쓸 수 있습니다. 타임아웃의 시간은 회당 90초입니다. 그런데 90초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펼쳐집니다. 치어리더 공연은 당연하고요. 키스타임, 마스코트 공연, 사인볼 증정, 경품 추첨, 심지어 치어리더들이 관중에게 치킨·피자·음료를 직접 전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많은 일들이 단 1초도 어긋나지 않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경기 종료 10초 전에도 공수가 수차례 바뀌고, 1초가 남았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다가오는 새해 ‘1초의 무게’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농구장을 찾으면 어떨까 합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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