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료 조사할 때, 일본은 전 부처 나서 원격근무 지원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④ 삶은 나가노, 일은 도쿄
국토교통성·후생성·총무성까지
日정부 10년 전부터 발벗고 나서
원격근무율, 코로나19 전의 2배
내각부는 인재-기업 매칭 역할
지자체도 1인당 200만 원 제공
인테리어비까지 지원하며 독려
지방 소멸을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은 약 10년 전부터 대안으로 ‘텔레워크’ 즉, 원격근무를 꺼내 들었다. 이전에는 도쿄 인구 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에 기업 유치나 관광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환경이 조성됐고, 이를 활용해 주요 대도시에 본사를 두면서도 지방에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근무 형태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권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일본 원격근무 실시 비율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전국 단위에서는 2배 높아졌으며, 지방의 원격근무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든 부처가 지방 소멸 대안 제시
수도권 인구 집중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각 지자체와 특정 부처가 실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전 부처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많은 인력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2014년 ‘지방창생(地方創生)’ 정책을 도입했다. 지방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여기서 강조된 것이 ‘텔레워크’다. 일본에서는 원격근무를 텔레워크로 부르는데, 원격근무를 장려하기 위해 이를 전담할 ‘지방창생추진실’을 신설했다. 여기서 나아가 모든 정부 부처는 각 부처 성격에 맞는 텔레워크 정책을 만들었다. 국토교통성은 ‘텔레워크 추진에 따른 다양한 근무 형태의 실현’, 후생노동성은 ‘양질의 텔레워크의 추진’, 총무성은 ‘텔레워크 보급 확대 추진 사업’ 등을 목표로 세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발성으로 관련 데이터를 조사하는 한국과 달리, 내각부 차원에서 매년마다 원격근무자에 대한 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해, 정부 사업의 진척 여부를 확인한다.
지방창생사업 초기에는 원격근무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우수 원격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등 원격근무 인식 확산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원격근무가 급속도로 확대됐고, 코로나19 이후로는 원격근무 지역 거점 설립, 기업-지역인재 매칭 등 지역 인재 유출 방지와 유입 인구 증가에 초점을 맞췄다.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의 타카키 료스케 참사관 보좌는 “미리 원격근무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선 덕에 코로나19 때 많은 도쿄에 사는 분들이 지방으로 이주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구 늘어나 새로운 사업도 활발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원격근무 활성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나가노 현에서는 나가노 지역 인재 채용을 독려하기 위한 지원금뿐 아니라, 나가노 이외 지역에서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이들의 이주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나가노현에서는 원격으로 인재를 채용하면 특례 기업으로 인정돼, 고용촉진 지원금 명목의 1인당 200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원격근무 공간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 등도 제공한다.
도쿄에 본사를 둔 IT 관련 기업 ‘하지마리사’는 해당 사업을 통해 나가노에 현지 지사를 세워, 나가노 직원 9명을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나가노 지역에서 인턴 연수를 진행하는 등 지역 발전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일본 내각부로부터 ‘2024년 지방 창생 텔레워크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마리사 나가노현 지사의 야나기사와 유야 사업부장은 “일본은 코로나19 때 원격근무가 크게 확산되면서, 높은 물가와 통근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많은 인재들이 지역으로 가기를 원했다”며 “나가노 현지를 비롯해 타 지역의 인재 9명을 채용하게 되면서, 현지 사무실을 열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지역과 연관된 사업을 전개하는 되는 선순환을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직접 채용 연계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직접 나서 지역 인재와 기업을 매칭해 주는 ‘지 텔레 공창허브’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인재 유치·기업 지역 지사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와 이에 적합한 기업을 연결해 주는 사업이다. 단순히 원격근무 지역 인재와 기업을 연계해 주는 것을 넘어, 해당 기업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제안하기도 한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 당연히 현지에서 지역 인재를 채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원격근무 채용이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돗토리현에서는 공창 허브를 통해 IT 인재 20명이 채용되기도 했다.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의 타카키 료스케 참사관 보좌는 “돗토리현은 민간 인재 채용 기업과 연계해 지역에서 교육한 인재가 실제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또한 지자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연결해 사업 아이템으로 제안한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이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 형태로 채용하는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일본)=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