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반색한 지역 건설사 “추가 지원책도 절실”
지역 건설사 살리기 대책 반응
지역제한 경쟁입찰 기준 대폭 확대
일감 없는 지역 건설사에 희소식
지역 하도급 수주 가능성도 높아져
도시공사 비롯 발주처도 지원 강화
관급공사 공사비 턱없이 낮은 수준
정부 차원서 공사비 현실화 대책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건설사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역 업체 입찰 제한을 완화했다. 연간 수주 금액이 3조 원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소식에 지역 업체들은 환영했지만, 공사비 현실화 등 추가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19일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지역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확대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공공기관 88억 원, 지방자치단체 100억 원 미만의 공사에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이 적용됐는데 이를 모두 150억 원 미만으로 넓힌 것이다.
지역 제한 입찰의 대표적인 사례는 부산도시공사가 발주한 센텀2지구 1단계 조성 공사다. 부산도시공사는 1단계 조성 공사를 서측 구간과 동측 구간으로 나눠 발주해 공사 금액을 각각 100억 원 미만으로 낮췄다. 200억 원 규모 공사가 되면 지역 제한 입찰을 할 수 없으니, 지역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펼친 것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지역 업체들이 공공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업계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도시공사도 앞으로 이를 잘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의 전반적인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수도권 대형 업체들과 비수도권 중견·중소 업체들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실제 지난해 건설 수주액의 경우 수도권이 30.9%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은 8.7% 감소했다.
지난해 건설경기실사지수도 수도권은 82.5를 기록했지만, 비수도권은 64.8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대저건설(경남 2위), 부강종합건설(울산 1위) 등 지역 내 상위권 업체들도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는 등 지역 업계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일감이 없어 현금이 돌지 않는 지역 건설사들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라며 “센텀2지구를 비롯해 공항 배후도시, 에코델타시티 등 부산의 주요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의 조성 사업을 부산 업체들이 최대한 많이 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역 하도급 업체들의 일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하도급을 지역 업체에 위탁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실제로는 수주 업체의 본사 소재지에서 기술자, 장비 등을 총동원한다”며 “지역 원도급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면 하도급도 지역에서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 발표에는 지역 건설사를 보호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제시됐다. 지역 업체의 형식적인 이전을 방지하기 위해 본사 소재지의 유지 기간은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늘리는 것이다. 혜택만 받기 위해 주소만 옮기는 사례를 막기 위해, 낙찰 예정자 심사 시 현장에서 사무실 실재 여부·자본금 기준을 직접 확인하는 사전점검제도 도입된다.
다만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 대책으로 지역 건설업의 위기를 벗어날 수는 없다며 추가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관급공사 공사비가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어 공사를 수주하면 적자가 나는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최소한 업체들이 손해는 보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고 있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지역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소”라며 “지역 중견·중소 업체일수록 엄격한 안전 규정에 대응하기 어렵다. 처벌보다는 예방 위주로 법이 바뀌어야 중소 건설사들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