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 속 '부산 뷰티' 일본을 홀리다
라이브엑스 미용실 나고야 진출
日 기술 배우다 이제는 역전
화장품 수출도 올해 크게 늘어
공유미용실 위닛의 일본 나고야점 모습(위)과 오사카에서 열린 코리아 트렌드 쇼 2025. 라이브엑스·부산시 제공
한한령 여파로 수출길이 막혔던 지역 뷰티업계가 일본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특히 과거 ‘J뷰티’라 불리며 아시아 시장을 선도한 일본 뷰티업계가 이제는 K스타일을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지며 지역 뷰티업계의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부산 뷰티 스타트업 라이브엑스는 27일 “일본 나고야에 공유미용실 ‘위닛’ 일본 1호점을 열고 이달 초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진출의 가장 큰 동력은 K컬처의 인기다. 과거 한국 디자이너가 일본 기술을 배우러 갔다면,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공유 미용실이란 쾌적한 공간과 최고급 미용기기를 공유해 큰 초기 자본 없이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다.
라이브엑스 송정웅 대표는 “일본 고객들이 미용실에 와서 ‘여신 머리’(길고 웨이브가 있는 헤어스타일)처럼 한국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며 스타일을 요청할 정도”라며 “K드라마나 영화 속 배우들처럼 한국 특유의 스타일링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 블랙핑크, NCT 등 K팝 아이돌 사진을 들고 와서 똑같은 스타일로 해 달라는 10~20대 고객 요청이 많다.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은 현지 디자이너 확보에도 청신호가 됐다. 나고야 1호점에서 10명의 현지 디자이너를 모집할 예정이었는데, 공고 직후 7명이 금세 지원하는 등 초기 반응이 뜨거웠다. 송 대표는 “한국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은 많아지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부족한 상황이라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지난 10~1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25 코리아 트렌드 숍’ 행사에는 미스트와 콜라겐 크림을 판매하는 ‘라물’, 샴푸·클렌징폼 등을 내세운 ‘더코스코리아’, 부스터 앰플 등에 장점이 있는 ‘향프로’ 등이 참여했다. 주일본 부산시 무역사무소 관계자는 “코트라 측에서 K뷰티에 관심이 많아 지역 뷰티업체들의 참여를 먼저 요청할 정도”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 판로가 막힌 뷰티업계에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K컬처 수용도가 높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부산의 화장품 품목 대일본 수출은 2024년 3342만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는 2638만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7.8%나 올랐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코리아 트렌드 숍 행사에 참여한 라물 임희빈 대표는 “일본 시장의 특징은 충성고객 비율이 높다는 것”이라며 “K뷰티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때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면 탄탄한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