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멀티탭·콘센트, 대형 화재 위험 높여"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류 과도하게 몰려 발열 초래
플라스틱 눌린 흔적 땐 바꿔야
과부하 차단 기능 제품 사용 권장
콘센트 화재 5년 새 27% 증가
전자기기 플러그 반드시 뽑아야

여러 플러그가 꽂혀있는 멀티탭. 김종진 기자 kjj1761@ 여러 플러그가 꽂혀있는 멀티탭.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에 열흘 넘게 폭염특보와 열대야가 겹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에어컨·제습기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전국 최대전력 수요량은 93.4GW(기가와트)로 2022년 7월 7일 기록한 기존 최고치(92.99GW)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요가 3년 만에 7월 중 최대치를 경신하자 여름철 전력 수급 준비 상황에 대한 종합 점검에 나섰다. 전문가와 소방 당국은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화재 위험도가 올라가면서 올바른 사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사고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전기 과로사’ 부르는 멀티탭

소방청은 지난 4일 전국에 화재 위험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냉방기기 사용 증가와 노후 전기설비 과부하를 화재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여름철 간과하기 쉬운 ‘문어발식’ 멀티탭 사용은 화재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 개의 콘센트에 여러 개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꽂으면 전류가 과도하게 몰려 발열이 생기고, 이는 불로 이어질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처럼 전력 소모가 높은 가전제품은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격 용량을 초과해 멀티탭을 사용하는 건 사람에 비유하면 과로사를 유발하는 것과 같다.

소방 당국은 멀티탭의 상태만 확인해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멀티탭 외형이 멀쩡해 보여도 내부 배선이 노후됐을 수 있다. 플러그를 뽑았을 때 탄 자국이 있거나 플라스틱이 눌린 흔적이 있다면 교체해야 한다.

전선을 꼬이거나 접힌 상태로 쓰면 피복이 손상돼 합선 위험이 커진다. 플러그가 헐겁게 꽂히면 접촉 불량으로 불꽃이 튀어 발화할 수 있다.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는 멀티탭 사용이 권장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에어컨 관련 화재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21건에서 지난해 387건으로 75% 넘게 늘었으며, 올해도 7월 초까지 84건이 발생했다. 연도별 발생 건수는 △2022년 273건 △2023년 293건 △2024년 387건이다.

또한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는 6~9월에 화재가 집중됐다. 같은 기간(2020~2024년) 발생한 에어컨 관련 화재 1429건 중 1013건(71%)이 이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전기 접촉 불량 등 전기적 요인과 모터 과열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목표 온도를 적정하게 설정하고, 전자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동아대 경찰학과(화재안전) 임옥근 교수는 “여름철 무심코 꽂아둔 콘센트 하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전자기기를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 스위치를 꺼두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이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어린 자매가 숨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2일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이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어린 자매가 숨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콘센트에서 시작되는 불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아파트 등 부산 지역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2만 3547건의 화재 가운데 6971건(30%)이 전기적 요인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재 원인 중 ‘부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 가운데서도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콘센트 화재는 2020년 396건에서 2022년 435건, 지난해 504건으로 5년 새 27%가량 늘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례적으로 10일 오전 부산소방본부 훈련탑 앞에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을 검증하는 재현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은 문어발식 멀티탭 사용, 정격 용량 미달 제품 사용, 전선 꼬임, 헐거운 플러그 체결 등 실제 발생 사례를 바탕으로 발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안전 대책을 모색한다.

소방 관계자는 “멀티탭 화재는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지만 생명과 재산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험을 통해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향후 예방 대책 마련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