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vs "도시 경쟁력 향상"… 박형준 시정 평가 극명
민선 8기 3년 토론회 각각 열려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협약 남발
"시민 체감 없는 성과주의만 반복"
부산 삶의 질 아시아 10위 기록
"지역 현안 관철 적극성 높이 평가"
민선 7기 1년(보궐), 민선 8기 3년 등 총 4년간 시정을 이끈 박형준 부산시장의 시정 평가 토론회가 같은 날 두 곳에서 각각 열렸는데, 두 곳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려 눈길을 끌었다. 한 곳에선 “속 빈 강정”이라는 혹평이 쏟아졌고, 다른 토론회에선 도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8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과 의원회관 회의실에서는 박형준 시정에 대한 평가 토론회가 각각 열렸다. 이들 행사는 오전과 오후 진행됐는데, 분위기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오후 2시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박형준 부산 시정 3년, 공과 과 그리고 부산의 미래’ 토론회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부산공공성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선 박 시장의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높은 공약 이행 평가의 이면부터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그리고 업무협약(MOU) 남발까지 총망라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박형준 시정에 대해 2년간 최고 등급인 SA 평가를 내린 것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박 시장이 (공약) 목표 달성 분야에서 97점 이상을 기록하며 SA등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박 시장의 공약) 계획 총계에 대한 재정 확보율은 8.61%로 대전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시 중에서 14위에 그친다”고 힐난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부산시의회 반선호(비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와 잇따른 협약 남발을 문제 삼으며 “시민 체감 없는 수치 중심의 행정이자 포장된 성과주의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반 의원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는 민선 8기의 핵심 과제로 막대한 예산과 행정 역량이 투입됐지만 결과는 실패였고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의 태도”라며 “엑스포 백서는 최종 보고회까지 마친 상황임에도 시의회에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으며, 부산연구원의 현안 연구조차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비공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시장 취임 후 쏟아진 여러 건의 업무 협약에 대해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사후 관리가 부실한 전형적 공수표 행정”이라며 “검증 없는 협약과 발표를 남발하기보다 시민 앞에 책임질 수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날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또 다른 토론회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글로벌부산 시민연합과 부산미래시민포럼 공동으로 주최한 ‘민선 8기 박형준 부산시정 3년 평가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정무섭 동아대 교수는 국내외 부산 평가 지수를 근거 삼아 박 시장의 그간 업적을 치켜세웠다. 컨설팅기업 Mercer(머서)가 발표한 삶의 질 보고서에서 2023년, 2024년 2년 연속 아시아 10위를 기록한 것과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 세계 12위, 글로벌 금융센터 경쟁력 평가 지수 세계 24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역 현안 관철을 위한 박 시장의 적극성을 높이 사는 목소리도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부산시의회 이준호(금정2·국민의힘) 의원은 “부족한 청년 일자리 문제는 물론 부산 산업 체질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직접 만나러 국회를 가기도 했다”며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을 상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박 시장에 대한 평가는 실제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부산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5월 24~25일 이틀간 부산 만 18세 이상 807명에게 박 시장 시정 운영 평가를 물은 결과, ‘잘 못한다’가 47.7%, ‘잘한다’가 40.5%를 기록한 바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은 6.9%다.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글·사진=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