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폭발’ 가임력 검사, 예산 조기 소진돼 중단됐다 재개
지난달 16개 구·군 예산 모두 동나
지난 7일 예산 추가 확보, 다시 시행
지원 대상 확대되며 신청 늘었지만
“절실한 수요층 우선 지원” 지적도
정부의 가임기 남녀 가임 검사비 지원 사업에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나이 제한도 낮추고 결혼 여부도 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인데, 저출생 시대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정작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검사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가임기 남녀를 대상으로 검진비를 지원하는 ‘임신 전 건강관리 지원사업’이 지난달 초 예산 조기 소진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7일 재개됐다. 이 사업에는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여성은 난소기능검사와 부인과 초음파 검사, 남성은 정자 정밀 형태 검사 비용을 지원받는다. 지원금은 여성 13만 원, 남성 5만 원이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2일부터 일부 구·군에서 예산이 소진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에는 16개 구·군 모두 예산이 동났다. 올해가 사업이 시작된 지 6개월도 채 안 돼 않아 신청자가 몰린 탓이다. 지난해에는 매달 신청자가 1000명 대에 머물렀는데, 지난 5월엔 4163명에 달했다.
올해 신청자가 폭주한 까닭은 지원사업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가임력 검사를 희망하는 부부(사실혼 포함)’로 신청 대상자가 제한적이었는데 올해부터는 ‘가임기 남녀(20~49세)’로 대상이 확대됐다. 대상 폭이 넓어진 데다 입소문까지 나면서 신청자가 몰렸다.
부산시는 사업 담당 부서인 보건복지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관련 사업이 시작된 이래 추가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은 정부와 부산시, 구·군이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매칭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건복지부는 부산시에 국비 4억 6800만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구·군도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서 총 사업비 9억 3600만 원이 증액됐다. 올해 이미 총 사업비 11억 4000만 원을 소진한 데 이어 10억 원에 가까운 추가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지난해 총 8억 6760만 원이 투입된 데 비하면 사업비가 배 이상 늘었다.
신청자가 폭주하고 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정작 지원이 필요한 부부나 예비 부부가 제때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혼을 앞둔 정 모(27) 씨는 “예비 신랑과 함께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미 중단된 뒤였다”며 “사업의 취지는 알겠지만 너무 지원 대상이 광범위하고 비효율적이다. 부부, 예비부부, 사실혼, 일반 참여자 간 비율 차이를 두는 등 조건에 맞게 차등적으로 우선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원 사업의 인기가 실제 출생률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시가 전체 가임 남녀의 출산 의향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의 방식이 맞지만, 사실혼이나 결혼 부부들의 임신과 출산을 현실적으로 돕기 위해서라면 이전의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동아대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가장 필요한 집단에 투입하는 게 맞다”며 “당장 출산을 고려 중인 부부, 사실혼 관계 남녀에게 우선권을 주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예비부부로 대상을 확장하고, 더 예산에 여유가 있으면 전체 가임 남녀로 확대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