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폭탄' 8월1일로 연기…통상·안보 고차방정식 떠안은 한국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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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디지털' 비관세장벽 협상 쟁점…국내 여론 설득 과제
알래스카 LNG 수입 여부·'조선 핵심' 제조업 협력 패키지 주목
미 “상호관세·품목관세는 별개”…車·철강 관세 인하 난망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한국시간 8일 새벽)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적시한 서한을 공개했지만,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8월 1일로 일괄 연기하면서 한국도 일단 25%의 ‘상호관세 폭탄’을 맞지는 않게 됐다. 약 3주간 시간을 번 한국은 산업·경제 통상 전반의 명운을 걸고 미국과의 관세 합의 도출을 위한 피말리는 샅바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한미 협상에서 우선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비관세장벽 분야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미국과의 관세가 사실상 '0'에 가깝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관세 인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비관세장벽 분야 주요 쟁점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쌀 수입 확대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이다.

비관세 장벽 이슈는 국내에서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특히, 농업 분야 비관세 장벽만큼은 농민들의 반발 등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설정한 마지막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망 사용료 부과 방침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정밀지도 국내 반출 허용 문제는 글로벌 데이터 시장 개방과 주요국 사례 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對)미 무역수지 균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미 수입 확대 방안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미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생산·건설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수입계약(오프테이크) 물량을 제시하기를 원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으로서, 알래스카산 LNG 도입이 추진되더라도 공급물량과 시점 등 구체적인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첨단 제조업 분야의 한미 협력 확대 방안은 협상의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조선, 반도체, 핵심광물 에너지 협력 등의 우선 순위 사안에서 미국에 제공할 것이 많다. 방미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현지시간) 오후 6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한미 제조업 협력이 무역 확대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자 미국의 관세 조치를 상쇄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협상의 '마지막 퍼즐'은 안보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을 향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조정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상호관세율 인하 외 품목별 관세 인하는 기본적으로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미 핵심 수출품인 철강 ·알루미늄(50%), 자동차·자동차 부품(25%)에 이미 부과된 품목별 관세를 철폐 또는 인하하기는 쉽지 않은 이유다. 방미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자동차·철강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에 부과된 품목관세를 놓고 경쟁국 대비 우호적인 대우를 재차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7월 말까지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려면 한국 정부로서는 가시적인 대미 무역흑자 축소 방안 및 비관세 장벽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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