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율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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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하락하다 올해 첫 46% 추락
자금 유출·고용 감소 막을 방안 시급

부산의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부산 지역 전문 건설공사액 5조 5000억 원 중 부산 업체의 수주 비중이 46%로 추락한 것은 지역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전문건설협회가 하도급 통계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등 타 지역 업체가 과반(54%)을 차지하는 바람에 부산 업계는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장기 불황과 미분양 누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선 한계 기업이 잇따르는 상황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한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비롯한 지역의 대형 사업장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율을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

아파트 등 민간 부문의 지역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민간 공사의 지역 하도급은 38.7%에 불과했다. 특히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는 1군 건설사가 수도권 협력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부산 업체 참여율이 7% 미만이었다. 지역 기업이 지역 사업을 수주해야 역내 고용 창출과 자재·장비 지출 및 지방세 수입으로 이어진다. 하도급 비율 하락은 자금 유출을 초래하고,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직결된다. 문제는 부산시가 조례로 ‘지역 업체 70%’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도권 건설사들은 ‘의무’가 아닌 ‘권장’ 규정인 점을 악용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점이다. 지역 업체 홀대를 차단할 대책이 절실하다.

부산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참여에서 소외되거나 갑질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부산시가 하도급관리팀 직제를 신설한 게 2016년의 일이다. 이듬해 이 팀이 조사한 결과, 하도급 비율은 68%였다. 이 비율은 2022년 53.7%, 2023년 50.5%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해 처음 과반에 못 미쳤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닌 이유는 그 사이 부산 건설업계가 겪은 부침 탓이다. 지난해 건설사 대여섯 곳이 부도 처리되고, 50여 곳이 폐업·등록말소됐다. 올해도 중견 건설사 부도와 기업회생 돌입이 이어졌다. 미분양 물량이 16년 만에 최대치인 것도 같은 위기 상황의 또 다른 단면이다. 가덕신공항마저 지연되면서 지역 업체의 고통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회생을 위해 부산시와 각 기초지자체가 관급 공사를 시작으로 강력한 행정 지도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도 동일한 ‘70%’ 조례를 갖고도 각종 행정 수단을 동원해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예컨대 ‘70% 이행 계획서’를 받거나, 실태 점검과 불이익 부여 등을 통한 행정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대형공사 특성상 하도급 업체 등록에는 일정한 기술·자금·신용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업계의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건설은 연관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 건설업의 하도급 참여를 확대할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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