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55억 투입한 시설에 5년째 갈매기 똥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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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근포마리나 2020년 기반시설 조성
이후 민자 투입 클럽하우스 등 하세월
해수부 규정 변경에 민투 사업 좌초 탓
사업자 없어 시 재정사업 전환 고민 중
거제시의회 “그 예산 퍼붓고 무용지물"

거제시가 국비 등 155억 원을 투입해 해상기반시설 시공을 끝낸 근포마리나 조성사업 현장. 108m 부방파제와 64선식 요트 계류장 그리고 배후 시설에 들어설 9487㎡ 매립 부지가 조성됐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가 국비 등 155억 원을 투입해 해상기반시설 시공을 끝낸 근포마리나 조성사업 현장. 108m 부방파제와 64선식 요트 계류장 그리고 배후 시설에 들어설 9487㎡ 매립 부지가 조성됐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가 국비 등 155억 원을 들인 남부면 저구리 요트 계류장이 완공 후 5년이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관련법 개정과 맞물린 엇박자 행정에 민간사업자 선정이 번복되면서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 조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열리는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제시는 급한 대로 시비를 투입해 나머지 시설을 완성하기로 했지만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근포마리나 조성사업’ 잔여 공정을 시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근포마리나는 거제시가 해양레저관광도시 도약을 위해 기획한 시설이다.

국비 59억 원에 도비 10억, 시비 86억 원, 민자 71억 원 등을 보태 저구리 대포·근포항 일대에 마리나 항만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 중 민자를 제외한 155억 원을 우선 투입해 2020년 4월 해상기반시설 공사를 마쳤다.

이를 통해 108m 부방파제와 64선식 요트 계류장 그리고 9487㎡ 매립 용지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민자 사업인 육상기반시설 조성이 하세월하면서 반쪽짜리가 돼 버렸다.

애초 거제시는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해양레저개발과 손잡고 매립 용지에 클럽하우스(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784㎡)와 수리소(연면적 300㎡), 기타 부대시설 등을 건립한 뒤 시설 관리와 운영을 맡길 예정이었다.

2020년 7월 실시협약을 맺은 양 측은 이듬해 마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비지정권자 어항개발사업 시행 허가’를 받아 그해 12월 착공식까지 열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1년에 해양수산부가 ‘국가어항 민간투자사업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일이 꼬였다.

근포항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어항이다. 새 가이드라인이 개발 협약 주체를 ‘지정권자(마산청)’로 한정하면서 1년 전 거제시와 민간 사업자가 맺은 협약이 무효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마산청은 사업비를 81억 원으로 증액하고 제3자 제안공모를 거쳐 비에스더블유(BSW)를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BSW는 앞서 거제시와 협약했던 한국해양레저개발이 또 다른 투자사와 함께 설립한 법인이다.

덕분에 지지부진이던 사업도 순항하는 듯했지만 BSW가 사업 계획 변경을 제안하면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BSW는 사업 실효성을 이유로 클럽하우스 규모 조정을 요구했다.

반면, 마산청은 이는 단순 변경이 아닌 재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맞섰다.

결국 협상은 불발됐고 마산청은 지난 1월 우선협상자 선정을 취소했다.

거제시는 2021년 12월 근포마리나 클럽하우스 건축공사 착공식을 열었다. 당시 2022년 7월 준공을 목표로 71억 원을 들여 9487㎡ 부지에 지상4층 지하1층 연면적 1784㎡ 규모 클럽하우스와 연면적 300㎡ 규모 수리소, 부대시설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중단 상태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는 2021년 12월 근포마리나 클럽하우스 건축공사 착공식을 열었다. 당시 2022년 7월 준공을 목표로 71억 원을 들여 9487㎡ 부지에 지상4층 지하1층 연면적 1784㎡ 규모 클럽하우스와 연면적 300㎡ 규모 수리소, 부대시설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중단 상태다. 거제시 제공

이로 인해 이미 완공한 기반 시설도 활용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다. 장기간 미사용으로 인해 곳곳이 노후화되고 파손돼 추가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거제시의회 김동수 의원은 지난달 행정사무감사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놓고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면서 “요트 계류장에 요트 한 대 없이 갈매기 똥만 쌓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제시는 뒤늦게 재정사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 개최 예정인 제18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 성공을 위해선 마리나 시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해수부가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종합 해양스포츠 이벤트다. 거제시는 지난해 전남 여수시와 유치 경쟁 끝에 내년 개최지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 경우 시비 70억 원 상당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관 간 엇박자가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재정에 불필요한 지출을 자초한 셈이다.

김 의원은 “70억 원 더 들어가면 시비만 150억 원 넘게 투자된다. 행사 후 이용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재한 의원도 “마산청과 업무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거제시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있는지, 재정 투입 예산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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