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학 "의대생 돌아와 달라" 호소에도 의료계는 '싸늘'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교육부 4가지 교육 모델 제시
3월 내 전원 복귀 전제로 제안
5.5년 압축 이수 등 대책 마련
의협 "무능한 정책 사과해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종태 이사장 등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종태 이사장 등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월 내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 이전 규모로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24·25학번 의대생의 교육을 차질 없이 이행해 의료 인력을 제때 배출하기 위한 교육 과정 모델도 제시했다.

정부의 백기 투항을 계기로 1년여간의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지는 불투명하다. 의대생 설득이 관건인데, 의료계는 정부의 교육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복귀 여부를 바탕으로 증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에 대한 협박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5.5년 압축·국시 일정 유연화

지난 7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회)는 24학번과 25학번을 동시에 교육해 배출하기 위해 총 4가지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24·25학번이 동시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동시 졸업을 하는 1개 모델과, 다학기제 운영·계절학기 활용 등으로 학번을 분리해 상이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순차 졸업하는 3가지 모델이다.

순차 졸업 모델의 경우, 24학번에 대해 방학이나 의사 국가고시를 위한 자율학습 기간 등을 단축해 총 6년 치 의대 교육을 5.5년으로 압축해 이수하게 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25학번 의대 신입생과 24학번 복학생 등을 합하면 올해 의대 1학년은 총 7623명이다. 2개 학번이 같은 교육과정을 동시에 거쳐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일부 교육 기간을 압축해 교육시설 내 밀집도를 완화하고 의료 인력 배출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안된 모델을 토대로 각 대학은 교육 여건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고려해 교육 방안을 수립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별 시설 확충과 실습 교육에 대비한 대학병원 인프라 개선 또한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 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보건복지부, 지자체와 협의해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으로 임상실습 병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인력을 제때 배출하기 위해 국가시험과 전공의 모집 일정도 유연화할 계획이다. 24·25학번이 분리해 교육을 받고 24학번이 2030년 8월 졸업하는 경우 국가시험을 추가로 실시하고, 이때 졸업생이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 전문의 자격시험 또한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와 대학은 학사일정 변경 등 미복귀 학생을 위한 배려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부총리는 “올해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학사 경고, 유급, 제적 등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다”며 “올해 4월 이후에는 대학의 교육 여건에 따라서는 학생들이 복귀를 희망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 측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했다며 학생들의 신속한 복귀를 호소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회장인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부분 대학에서는 교수 충원이나 교육 환경 개선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협회에서 요구한 2026년 모집인원 조정안을 수용한 것은 의대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대승적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조속히 학교에 돌아오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도 “(학생) 여러분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대협회가 정부와 총장단 설득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모집 인원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정부와 의대 간 불신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분명 여러분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라 이 또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 무능·학생 협박” 싸늘한 의료계

이 같은 교육 모델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대책은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하는데, 의료계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협의 기존 입장은 변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는 의대국까지 신설하면서 의대 교육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으나 발표를 보면 결국 각 의과대학에 교육의 내용을 맡겨 놓은 형국"이라며 "정부의 그동안의 발언이 공허했음을, 그리고 그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인사 문책이 포함된 정부의 사과도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부당한 정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사에 대해 문책이 동반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각 대학 총장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을 발표함으로써 증원분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함을 인정했으면서도 교육부장관 이주호처럼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2000명 증원된)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교육자 입으로 학생을 협박할 것이라면 교육과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 모델에 대해서도 "24·25학번은 언젠가 동시에 임상과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 교육 여건이 마련돼 있느냐. 결국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