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구타 일삼은 덕성원 일가, 50년 만에 경찰 수사 시작될까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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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해운대구청을 찾아 덕성원 일가의 요양병원 설립을 허가해준 해운대구청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제공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해운대구청을 찾아 덕성원 일가의 요양병원 설립을 허가해준 해운대구청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제공

인권 유린이 자행된 부산의 아동보호시설 덕성원 운영 일가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다만 공소시효 등의 이유로 실제 수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덕성원의 실태가 드러난 현재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방안은 모호한 상황이다.

9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해운대구에서 운영 중인 A 요양병원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고소장을 제출한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A 요양병원 운영자 일가를 폭행·강요·감금·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안 대표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어린 시절 경찰관에 의해 납치돼서 형제복지원에 들어갔고 몇 년 후에 덕성원으로 이송됐다. 그곳에서의 삶은 비참하고 참담했으며, 덕성원에서 나와서도 1999년부터 2004년까지 3억 원가량을 운영자 일가에게 갈취당했다”며 “그들은 뻔뻔하게 현재까지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그들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덕성원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으며 운영자 일가가 현재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안 대표의 주장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진화위는 덕성원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진화위 조사 결과 덕성원 원생들은 대개 형제복지원에서 전원되거나 부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단속으로 입소했다. 이들은 덕성원에서 강제 노역과 구타, 성폭력, 가혹 행위 등을 겪었다. 2001년 폐쇄한 덕성원은 2014년 사회복지법인 A 복지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다만 덕성원 폐쇄 후 20년도 더 지난 상황이라 공소시효 등의 이유로 실제 경찰 수사가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수사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관계자 처벌까지는 많은 확인을 거쳐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덕성원에서의 책임을 현재 상호를 바꾼 법인에 물으려면 법인 운영자와 예전 덕성원 운영자가 어떤 관계인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며 “과거에 있었던 인권 침해 사건이라도 형사처벌 시효가 남아있으면 처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형사적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덕성원 피해자들은 A 요양병원이 위치한 해운대구청에도 관리·감독 책임을 물었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해운대구청을 찾아 덕성원 일가의 요양병원 설립을 허가해준 해운대구청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했다. 이어 해운대구청이 법적인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은 “피해자들이 요양병원 법인 해산을 원해 부산시청 담당 부서에 질의해 보니, 덕성원 운영 당시와 법인이 달라져 과거 사건을 이유로 현재 법인을 해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3월 중 진화위에서 덕성원 사건 관련 소관 기관을 지정해 공문을 송달하고 이후 부산시 지침이 내려올 예정이니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오늘날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은 형제복지원 사건에서도 대두됐던 문제다.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은 1995년 호주에 가족회사를 세우고 140만 달러(12억 4000만 원 상당)에 이르는 골프연습장을 매입했다. 이후 박인근의 셋째 딸과 사위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불법 자산이기에 하루속히 환수해 피해자 배상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견해였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바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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