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사칭 '캄보디아 노쇼 사기단' 52명 구속 (종합)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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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 한국인 팀장 등 구속
1선·2선 역할 나눠 조직적 접근
성공 땐 인센티브 5~13% 지급
210명에 71억 원 가로챈 혐의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노쇼 사기 조직이 사칭한 한 기업의 직원 명함. 부산경찰청 제공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노쇼 사기 조직이 사칭한 한 기업의 직원 명함. 부산경찰청 제공

최근 기승을 부리는 ‘노쇼 사기’의 실체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캄보디아에서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기단은 100여 곳의 기관을 사칭해 수십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캄보디아 범죄 조직 수사 TF는 29일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한국인 팀장 A 씨 등 5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본거지를 두고 관공서 등을 사칭한 노쇼 사기 행각을 벌여 210명으로부터 71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전원 구속됐다. 조직원 중 49명은 지난 23일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통해 국내 송환됐다.

이들은 1선과 2선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1선은 업체 정보를 수집한 뒤 공무원 등을 사칭했다. 위조한 명함과 공문서를 보내며 거래를 제안했고 이에 응하면 물품을 대신 구매할 업체인 2선을 소개했다. 피해자가 2선에 연락하면 2선에서는 위조한 사업자등록증과 견적서를 피해자에게 보냈다. 이후 피해자는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범행에 성공하면 피해금의 5∼13% 수준의 인센티브가 조직원들에게 지급됐다. 이들이 사칭한 기관은 144곳에 달했다.

이들은 한 공공기관 과장을 사칭해 “감사 부서에서 점검을 나오는데 소음 측정기가 급히 필요하다. 알려주는 업체에서 소음측정기를 구매해 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이후 피해자는 납품업체에 2억 7700만 원을 입금했으나, 납품업체는 공공기관 과장을 사칭한 사람과 같은 조직원이었다.

구청 주무관을 사칭한 경우도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감사가 있어 급하게 가스 감지기를 사야 한다. 대신 구매해달라”며 피해자로부터 8990만 원을 입금받았다. 대학교 직원을 사칭해 철거업체에 컨테이너 철거를 의뢰한 뒤, “소화기를 대신 주문해 달라”며 1240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인 총책과 관리책, 한국인 관리책을 두고 5개 팀 규모로 운영됐다. 중국인 총책은 1선 조직원들에게 매일 50곳에 범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5개 팀별로 사칭할 기관과 피해 목표 업체 등을 날짜별로 배분해 공유하면서 범행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조직원 대부분은 처음에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판매하면서 범행에 연루됐다. 브로커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기본급과 성과금을 받으려고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들의 대화 내용에는 피해 업체와 통화 이후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 범인 10명 모두가 각각 하루에 1억원 이상의 범행에 성공한 뒤 현지 유흥업소에 가자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며 억지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취지의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10명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가 접수돼 있었다. 경찰은 이들 모두가 직접 캄보디아로 출국한 점과 대화 내용, 범행 수법을 토대로 이들이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A 씨 등 2명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 조치했다. 또 범죄 수익에 대해서도 추적과 환수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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