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힘 살려 다 함께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 실현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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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본 도쿄도 ‘지역창생’ 정책

정부 주도 기업·인구 이동은 한계
민간기업 위주 지역 정착에 방점
도쿄·지방 인재 매칭 사업 본격화
이전 촉진 ‘지방거점강화세’ 효과

일본 도쿄도는 수도권에 일자리·인구가 집중되면서 지방의 산업 공동화가 심화되자, ‘지역창생’ 정책을 도입해 일자리의 순환과 지역 정착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도쿄도청 전경. 일본 도쿄도는 수도권에 일자리·인구가 집중되면서 지방의 산업 공동화가 심화되자, ‘지역창생’ 정책을 도입해 일자리의 순환과 지역 정착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도쿄도청 전경.

일자리가 사라진 지역에는 사람이 떠나고, 사람이 줄어들면 지역 경제가 식는다. 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일본이 내건 키워드는 ‘지역창생’이다. 수도권, 특히 도쿄로의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자는 국가적 전략이다.

최근 도쿄도와 일본 중앙정부는 기업이 주도하는 지역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도쿄의 대기업이 지역 인재를 고용하거나, 지방에 새로운 거점을 설립하도록 세제 혜택과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민간기업이 직접 지역경제 회복의 축으로 나서는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공생 사회’로

도쿄도는 ‘지역창생’을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의 특성을 살려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고, 여성과 청년의 취업 환경을 개선해 전국적 성장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정의한다. 단순한 인구 이동이나 지방 이전 중심의 접근보다는, 각 지역의 자립적 발전을 통한 전국적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이후 10년간의 지역창생 추진을 되돌아보며, 도쿄도는 ‘청년과 여성의 시점이 부족했다’ ‘이주는 이동이 아닌 정착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 개선의 핵심으로 꼽았다. 실제로 도쿄도는 민간기업이 주도해 지역의 강점을 도쿄의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방식 등을 앞으로의 지역창생 모델로 내세웠다.

이 같은 방향성은 지난해 발표된 ‘2050 도쿄 전략’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역의 힘을 살려,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실현한다’는 비전을 내건 정책에서 도쿄도는 정부 주도의 단선적 지방 이전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지역 정착과 순환 경제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지역 연결 경제’

도쿄도의 ‘2050 도쿄 전략’ 정책적 특징은 행정이 아닌 기업 주도형 지역 활성화 모델이다. 도쿄도는 ‘전국 스타트업과 도쿄 자본의 연결 지원’, ‘지자체 스타트업의 시제품 전시회 개최’, ‘도쿄 기업과의 매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기업과 수도권의 상호협력 기반을 넓혀왔다.

그 시작으로 도쿄도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인재를 중소기업·스타트업과 연결하는 ‘인재 매칭 사업’을 본격화했다. 도쿄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으로 이미 6건의 매칭이 성사돼 파견이 시작됐다. 대기업 직원들이 지방 중소기업에 부업·겸업 형태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경영혁신을 돕는 구조다.

도쿄도청 사이토 히로키 전략홍보과장은 “도시의 인재가 지역에서 일하며 얻는 경험이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궁극적으로는 도쿄 외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업 매칭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된다. 도쿄도 중소기업진흥공사는 매년 전국 100여 개 지방 기업을 도쿄 기업과 연결하는 매칭 사업을 주최하며, 이를 통해 다수의 신제품 공동 개발과 신규 고용 창출이 이뤄졌다. 특히 지역 농산물 가공품, 목재, 수소에너지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제 혜택과 근무 혁신이 뒷받침

중앙정부의 세제 혜택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앙정부는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방거점강화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창생 정책의 핵심 시책 중 하나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고 지방 거점에서의 신규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프로그램이다. 도쿄 23구 내 기업이 지방으로 본사 기능을 옮기거나, 지방에 새로운 사업 거점을 설립하면 건물 취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준다. 내각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인가 건수는 625건(이전형 63건, 확충형 562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기대하는 신규 고용 창출 인원은 약 2만 6431명(이전형 1245명·확충형 2만 5186명)에 이른다.

‘이중 거주’와 워케이션 제도는 확산 중인 정책이다. 도시와 지방을 오가며 일하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제도화해, 도쿄 중심 기업이 지방에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소비를 늘리는 구조다. 젊은 세대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면서도 지방 근무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히로키 과장은 “이러한 시책을 통해 단순히 근무 형태 변화를 넘어 인구의 ‘이동’이 아닌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고용 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실험은 지방창생이 더 이상 행정의 과제가 아니라 기업의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의 민간 주도 모델은 일자리의 흐름을 ‘도시에서 지방으로’ 되돌리는 순환 경제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도쿄(일본)/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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