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자본이 아니라 지역 주체가 스스로 움직여야 진짜 변화 시작”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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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료 ‘뉴로컬’ 대표 인터뷰

부동산 개발로 마을 재생 추진
지역서 현지 리더 발굴해 합작
도쿄 본사와 자원 공유 등 협업

지역공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일본 스타트업 뉴로컬의 이시다 료 대표. 지역공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일본 스타트업 뉴로컬의 이시다 료 대표.

일본의 수도 도쿄, 전국 인구의 10분의 1이 몰려 있는 이 초집중 도시에서 역설적으로 ‘지방’을 살리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마을 재생을 추진하는 ‘뉴로컬’은 ‘지역에서 함께 행복한 시나리오를 그린다’는 목표 아래, 도쿄 본사 인력을 일본 각지로 분산시키며 인구 감소 시대의 해법을 실험 중이다.

2022년 창업한 뉴로컬은 나가노현 노자와온천과 미요타, 아키타현 오가시, 교토 단고, 이시카와현 고마쓰시, 카가와현 마루가메시 등 6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12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을 중심으로 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불과 3년 만에 누적 고용 인원 60명을 달성했다. 대부분이 지역에 거주하거나 도쿄에서 이주해 온 젊은 인재들이다.

뉴로컬을 이끄는 이시다 료 대표는 창업 전부터 일본 각지를 돌며 지방 리더들을 만나왔다. 그는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행복한 지역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고 믿었다”며 “지역의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연결이 끊기는 데 있다. 지역 안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비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된다면 지방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로컬의 사업은 지역 리더와의 협업에서 출발한다. 각 거점마다 현지 리더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숙박·식음료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구조다. 이시다 대표는 “외부 자본이 일방적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역의 주체가 스스로 마을을 움직여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나가노현 노자와온천이다. 겨울철 스키 관광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던 이 마을은 뉴로컬이 현지와 함께 ‘노자와온센(온천) 기획’을 설립하면서 달라졌다. 뉴로컬은 이 회사를 통해 숙박시설 ‘노자와온센 롯지’와 음식점 ‘구루구루’를 열고, 마을 산책 투어와 농업 체험 등 스키 비수기에도 방문객이 찾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결과 비수기에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연중 고용이 가능해졌고, 지역 소비가 살아났다.

뉴로컬은 단순히 인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본사는 자금 조달과 인재 채용, 전략 기획을 담당하고, 각 지역에는 소규모 프로젝트 팀이 상주한다. 이 두 축은 온라인 협업 도구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매달 한 번씩 전 직원이 도쿄 본사에 모여 각 지역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을 벌인다. 이시다 대표는 “숙박 예약 시스템이나 마케팅 구조, 채용 프로세스를 전국적으로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역 거점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했다”며 “이런 지식의 순환 구조 덕분에 물리적으로 떨어진 도시들이 하나의 기업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부산 역시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부산도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곧 인구 유지의 열쇠”라고 지적하며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해 지역 단위의 산업 거점을 만드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쿄(일본)=변은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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