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전면 금지’ 논란 가열…소비자단체 “소비자권익·생활편익 침해” 반발
                    민노총 택배노조, 과로사 방지 위한 ‘전면 금지’ 제안
소비자단체 “‘전면 중단’ 시 대혼란·국민저항 직면”
정부도 신중…노동장관 “소비자 입장 감안 신중 검토”
노동자 안전·소비자 효용 고려한 합리적 대안 필요
                
 지난 9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추석 휴일 없는 쿠팡’을 규탄한다며 "최소 3일 휴무 보장"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추석 휴일 없는 쿠팡’을 규탄한다며 "최소 3일 휴무 보장"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정부에 0~5시 ‘초(超)심야 배송 제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벽배송(심야배송) 전면 금지’를 놓고 소비자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정치권,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심야·휴일 배송으로 인한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이하 대화기구)’ 출범한 가운데, 지난 22일 열린 대화기구 회의에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심야배송(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 보호단체인 컨슈머워치는 31일 논평을 내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의 새벽배송 제한’ 압박에 대해 “야간노동의 건강위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존중돼야 하지만, 그 해법이 소비자 선택권과 필수 생활편익을 넓게 훼손하는 일괄 제한”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심야배송 전면 규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슈머워치는 “즉시·새벽배송은 영유아·돌봄가구, 자영업 장사 준비 물류, 도서·산간 지역의 생활편익과 직결된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며 “그럼에도 0~5시 시간대를 일괄 봉쇄할 경우 소비자 권리의 심각한 침해와 함게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컨슈머워치는 ‘새벽배송 폐지’가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겨냥하는 표적·비례 규제 △경쟁과 효율성(라스트마일·배차 최적화, 공동배송 등 공급망 효율화) △소비자 영향평가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연속 심야노동 상한 설정, 의무 휴게시간과 교대제의 실질적 개선, 정기 건강검진 등이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 야간노동을 선호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자발성과 적정한 보상이 필요하며, 일할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전날 성명을 내고 “심야배송 전면 금지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소비자 불편과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며, 택배노동자에 대한 안전 보장과 소비자·사회 효용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 연합뉴스
				
			정부도 노동계의 ‘새벽배송 전면 금지’ 제안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쿠팡노조는 민주노총이 택배노동자들의 현실과 실상황을 외면한 채 고용안전과 임금보전에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노동계 일각에서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소비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도 같이 봐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니, 이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을 빠르게 정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새벽배송(심야배송) 전면 금지’ 방안이 최종 합의안에 반영돼 이행될 경우, 쿠팡과 컬리 등 주요 온라인플랫폼의 이른바 ‘새벽배송 서비스’가 전면 중단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약 2000만 명의 소비자와 수많은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쿠팡 관계자가 대형 화물차 조수석 측면에 '사각지대 주의' 알림 표지를 부착하고 있다. 쿠팡 제공. 연합뉴스
				
				쿠팡 관계자가 대형 화물차 조수석 측면에 '사각지대 주의' 알림 표지를 부착하고 있다. 쿠팡 제공. 연합뉴스
				
			한편, 유통업계의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될 경우 소비자의 과반수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조사기관 더브레인에 의뢰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64.1%('매우 불편해질 것' 19.9%, '다소 불편해질 것' 44.2%)에 달했다. 의견이 없음을 뜻하는 '보통'은 26.5%였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9.4%에 그쳤다.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1.1%(매우 만족 23.6%, 다소 만족 47.5%)에 달했다. '불만족 한다'는 1.3%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새벽배송을 중단하면 '장보기'(38.3%)에서 가장 큰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에서 28.1%의 비중을 차지하는 '워킹맘' 응답자는 새벽배송과 주 7일 배송이 금지된다면 불편을 겪을 분야로 '장보기'(32.1%), 일상생활(26.8%), 육아 및 자녀 학업 지원(21.6%) 순으로 꼽았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6월 10일 발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재화·서비스·유통/거래 분야의 40개 시장 중 ‘새벽배송’ 시장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야간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 수는 총 790명으로 집계됐다. 야간 사망자 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고, 사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업종은 운전·배달직, 과로와 연관성이 높은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은 업종은 청소·경비직이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