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투자공사, '투자은행' 돼야 실효성 더 크다"
부산시, 설립 법안 명칭·내용 등
국책은행 맞게 민주당에 변경 요청
공사보다 선호… 여당도 긍정 검토
개점까지 최소 3년 정도 걸릴 듯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재차 강조한 동남권투자공사(가칭) 설립이 ‘공사’보다는 ‘은행’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형태가 되려면 개점까지 최소 3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동남권투자공사로 발의된 설립 법안을 국책은행에 맞게 명칭과 내용, 성격 등을 변경해 줄 것을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동남투자은행은 5극 3특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인 메가시티 조성에 꼭 필요한 지역 기반 정책 금융기관”이라며 공약을 제시했고,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도 “부산에 동남권투자은행을 신속하게 설립하겠다”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46명은 대선 직전인 지난 6월 2일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법안에 따르면 동남권투자공사는 정부와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지자체,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이 약 3조 원의 자본을 출자해 만드는 부울경 지역 투자기관이다. 부울경 지역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수도권에 몰린 자본 의존도를 낮추고 대규모 투자와 금융 서비스를 직접 받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금융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산업 연구, 컨설팅, 기반 시설 개발까지 종합적인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부산시가 공사보다 은행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용 자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은행은 수신 기능이 있고, 채권을 좋은 조건에 발행할 수 있어 자금 융통 범위가 넓어지는 반면 공사는 한정된 규모에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투자공사 형태는 과거에도 국채를 쓰는 방식으로 실패한 모델이고, 대부분 현물 투자로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래(산업은행)와 참치(동남투자은행)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민주당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부산시당 이재성 위원장은 “법안은 공사로 돼 있지만 대통령이 은행으로 공약을 했고, 은행이 공사보다 부울경에 더 이로울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은행과 공사의 장단점을 비교해 부울경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민주당 부산시당의 입장이 같은 만큼, 건의 내용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 의원실에 전달됐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동남금융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민 의원도 “동남투자은행 설립은 해양금융으로 북극항로를 뒷받침하고,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며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남투자은행은 산업금융으로서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국책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국책은행’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최소 3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책은행 설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고, 깐깐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려면 시간이 그만큼 걸린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한편, 부산시는 동남투자은행이 산업은행 이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으며 2차 공공기관 이전 때까지 산업은행 이전 카드를 계속 들고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