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신 5등급제’ 첫 학기, 전 과목 1등급 2%뿐… “상위권 변별력 있다”
부산진학센터, 광역 단위 최초
부산 81개 고1 ‘1학기 성적’ 분석
올해 첫 내신 방식 5등급제 개편
9등급 환산해보니 ‘변별력’ 입증
“1등급 못 받아도 최상위권 가능”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신 산출 방식이 5등급제로 개편된 가운데, 전국 최초로 광역시 단위에서 학생들의 실제 성적을 집계해 9등급제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가 나왔다. 고교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로 인해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최상위권 대학 진학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상위권 변별력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5등급제-9등급제 첫 정량 비교
부산시교육청 산하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이하 센터)는 부산 지역 81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만 3553명의 올해 1학기 성적을 수집해 분석했다. 현재 고1은 기존 9등급제 대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학년이다. 또한 이들 성적을 9등급제 기준으로 환산하기 위해 전년도 부산 지역 고3 학생 1만 5670명(94개교)의 5학기 평균 성적을 토대로 비교했다. 수시전형에서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5학기)까지 반영된다.
조사 결과 고1 학생 가운데 1학기 전 과목에서 1등급(평균 1.00등급)을 받은 비율은 상위 2.07%에 불과했다. 이는 9등급제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1.64등급에 해당한다. 이어 5등급제에서 △평균 1.50등급(상위 7.30%) △평균 2.00등급(상위 18.59%) △평균 2.50등급(상위 31.87%)은 각각 9등급제 기준 △평균 2.48등급 △평균 3.44등급 △4.22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5등급제와 9등급제 성적을 정량적으로 비교한 전국 첫 사례다. 제도 변화 이후 성적 해석에 혼란을 겪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객관적 기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5등급제에서 평균 2.00등급은 부산대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센터는 보고 있다.
■“변별력 우려 과도, 충분히 만회 가능”
앞서 5등급제는 기존 9등급제보다 변별력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9등급제에서는 1등급이 상위 4%, 2등급이 11%였던 반면, 5등급제에서는 각각 상위 10%, 34%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전체 학생 중 4%는 3학년 1학기까지 전 과목 1등급을 받을 것” “한 과목만 2등급을 받아도 최상위권 대학 진학은 어렵다”는 식의 과장된 주장이 퍼지며, 학생들의 조급한 자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센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5등급제에서도 상위권 변별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는 1학기 성적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수시모집에서 반영되는 3학년 1학기까지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는 학생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센터는 평균 1.00등급을 5학기 내내 유지하는 학생은 전체의 상위 0.5~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9등급제 기준으로 각각 평균 1.22등급(0.5%), 1.29등급(0.75%), 1.38등급(1%)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고교학점제의 현실적 측면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장기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5등급제는 9등급제보다 상대평가 과목 수가 7~8과목 더 많고,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 선택 폭이 넓어져 모집단도 줄어든다. 특히 자연계열은 기존 과학탐구II가 두 과목으로 나뉘고 모두 상대평가로 운영되며, 미적분II나 기하는 이수 인원이 적어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호 센터 교육연구사는 “5등급제가 9등급제보다 등급 구간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과목에서 1등급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바뀐 제도에서 성적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양질의 자료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