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엄벌’ 강조했는데… 이춘석 주식 차명거래 의혹 ‘파장’
국회 본회의때 휴대전화로 거래 장면 카메라 잡혀
보좌관 “내 폰 가져간 것” 해명…지난해도 ‘차명거래’ 정황
정청래, 진상조사 지시… 국힘 “윤리위 제소, 형사고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4선의 이춘석(전북 익산)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명으로 주식 거래하는 모습이 포착돼 파장이 일파만파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금융 범죄 엄벌을 강조한 이재명 정권에서 터진 여당 중진의 차명 거래 의혹에 당황한 민주당은 곧바로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차명 거래는 개미 투자자를 등쳐먹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 고발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주식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모습이 일부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휴대전화에 표기된 계좌주가 이 의원이 아닌 ‘차XX’로 표기되면서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원이 거래한 주식 계좌 투자액을 살펴보면 네이버 150주, 카카오페이 537주, LG씨엔에스 420주 등이다. 매입 금액으로만 1억 원이 넘는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27일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현황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그의 가족이 소유한 증권은 전무한 것으로 나와 있다.
주식 앱 속 주식 계좌 주인인 차 씨는 현재 이 의원실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보좌진 휴대전화를 잘못 들고 갔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이 잘못 가지고 간 보좌관 휴대전화 주식 앱의 비밀번호를 풀고, 본회의장에서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 의원이 지난 해에도 같은 주식 계좌로 국회 국정감사 도중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습적으로 차명 주식 거래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주식 차명거래를 할 경우,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장에 이어 현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까지 맡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이다. 특히 경제 2분과는 이 의원이 거래한 주식과 연관이 있는 AI 정책을 다룰 TF가 구성돼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공정거래를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에서 여당 법사위원장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당으로선 상당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에 정청래 대표가 해당 의혹이 제기된 직후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조사를 지시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 제소, 형사 고발 등 총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현안 백브리핑에서 “이 의원은 작년 10월에도 국정감사장에서 보좌관 명의로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보도돼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국민의힘은 이춘석 법사위원장을 즉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금융실명법 등 위반(혐의)으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즉시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당일 오전 거래한 종목이, 그날 오후 정부 인공지능(AI) 국가대표 발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는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이 아닌 이춘석 위원장을 위한 것이었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파장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지만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으며,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