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관세’ 비상 걸린 현대차그룹, 현지화로 위기 넘는다
연간 4조 1550억 원 손실 추정
미국 내 판매량 70% 생산 목표
미국이 한국산 승용차에 일괄적으로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미국시장서 무관세를 누린 현대차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부품 조달 확대 등으로 관세 부담을 낮추고 있고, 부울경에 있는 부품 협력업체들도 미국 공장 신설 내지 설비 확대에 분주한 모습이다.
5일 다올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대미 관세율 15%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손실 비용은 연간 4조 155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한미 정부의 관세 협상과 관련, 현대차 정상빈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간담회에서 “1년 전과 비교하면 기존 0%였던 관세가 15%로 오른 셈”이라며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2.5%가 올라간 일본과 EU에 비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두 업체의 현지 생산 규모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포드는 99%, GM 64%, 혼다 72%, 토요타 54%를 각각 미국에서 생산했다. 반면 기아는 44%, 현대차는 40%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HMGMA) 등 3개의 완성차 공장을 운영 중이다. 공장별 현재 생산 규모는 HMMA 35만 대, KaGA 35만 대, HMGMA 30만 대다. 현재 100만 대 생산 시스템인데 2028년까지 HMGMA의 생산 물량을 29만 대 추가해 120만 대의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연간 미국 내 판매량의 70%까지 생산하게 된다.
미국 내 부품 현지 조달률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 역시 15%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부품 현지 조달률은 48.6%로 테슬라(68.9%), 혼다(62.3%), 토요타(53.7%) 등에 비해 낮다.
현지 부품 조달과 관련, 현대차 이승조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200여 개 부품에 대해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고 논의 중이며,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부품 소싱 여부와 방법, 규모 등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의 부울경 부품 협력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사의 경우 미국 공장 설비를 배로 늘리기로 했고, 현지 공장이 없는 B사는 공장 신설을 검토중이다. 최근 현지 공장을 지은 C사는 현지 부품 공급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최대 납품업체 가운데 하나인 D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시장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생산·부품 조달 확대와 함께 혼류생산과 로봇 확대 등을 통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재료비·가공비 절감 노력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