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는 법관들 스스로 지켜야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입장 채택 대선 후로
사법부 독립, 사회의 새로운 기준점 돼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지만, 입장 채택 없이 끝났다. 이날 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기 위해 열렸다. 전체 법관대표 126명 중 87~9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임시 회의에서는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재판의 공정성 준수’ 등 2개 안건 외에 5개 안건이 현장 발의됐다. 법관대표들이 공식 의견을 내지 않고 대선 이후 추가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법관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경우,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상정된 7개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한 법관 대표는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안건을 제안했다. 반면 ‘사법부 독립에 심각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시도들에 대해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는 안건도 있었다. ‘법관대표회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천명하자’는 안건도 상정됐다. 이날 나온 의견들이 진정한 의미의 사법부 독립을 실현하는 논의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
민주당도 ‘사법부 흔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특검, ‘법 왜곡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비법조인에게 대법관 임용의 길을 열어주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잇달아 발의했다. 일각에서 ‘사법부 옥죄기’라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 선대위는 26일 박범계 의원이 제출한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과 장경태 의원이 제출한 ‘대법관 100명 확대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이날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이제라도 사법부 압박 논란에서 벗어나 삼권분립 수호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여러 차례 탄핵 국면을 거치고 6·3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사법부 독립’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주지하다시피 법원은 공동체 규범의 수호 기관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법원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법원 스스로 정치화돼 비판의 여지를 남기지는 않았는지 자성할 일이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법부 독립과 신속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방안을 치열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는 법관들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 수호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준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