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사업 HUG 기금' 벌써 고갈… 부산 55개 조합 어쩌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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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올해 예산 ‘이례적 소진’
일부 조합 이주비 대출 승인 불구
미지급 통보에 “계약자 기만” 분통
HUG “국토부 등과 협의할 계획”

부산 연제구의 남일·흥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조합은 최근 HUG로부터 이주비 대출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합 제공 부산 연제구의 남일·흥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조합은 최근 HUG로부터 이주비 대출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합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가로주택정비사업 지원에 사용하는 올해 기금이 5개월 만에 바닥나면서 부산 지역 55개 가로주택정비조합이 자금 위기에 처했다. 이미 HUG의 대출 승인을 받은 조합마저 당장 대출 실행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낮은 데다 건설 경기 불황마저 겹치며 민간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져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1일 HUG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출을 위해 편성된 올해 도시재생기금 예산이 지난달 모두 고갈됐다. 그간 연말에 기금 부족 문제로 대출이 중단되는 일은 간혹 있었지만, 5월에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로선 올해 더 이상의 대출 실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수의 조합이 저리로 대출이 가능한 HUG의 기금을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기에 올해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에 큰 악재가 됐다.

HUG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비와 이주비에 대한 기금 대출을 지원한다. 대출 한도는 초기 사업비의 경우 총 사업비의 5%(최대 15억 원), 본 사업비의 경우 총 사업비의 50%(최대 500억 원)이다. 초기 사업비와 본 사업비 중 이주비는 기금 재원으로 직접 지원한다. 대출 금리는 변동 금리로, 지난달 기준 2.2%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정비사업이다. 사업 취지는 소규모 주거환경 개선이다.

기존주택의 호수 또는 세대수가 △10호 이상(모두 단독주택인 경우) △20세대 이상(모두 공동주택인 경우) △20채 이상(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성된 경우 세대수 합산)이며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 수의 60% 이상인 경우가 대상이다. 사업 시행구역의 면적은 통상 1만㎡ 미만이다.

HUG 예산이 없어지면서 부산 연제구의 남일·흥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조합은 최근 HUG로부터 기금이 없어 이주비 대출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합은 지난 4월 HUG 이주비 대출을 승인받았는데, 약 1달 만에 HUG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고 대출을 승인한 것을 두고 기관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일·흥아아파트 정우천 가로주택정비조합장은 “HUG는 대출 승인 시점과 집행 시점 간 차이가 있어 벌어진 일이라는데 계약자를 기만한 것이다”며 “이주할 집을 구하고 계약금까지 납부한 조합원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HUG 기금이 고갈되자 부산 전역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부산 소재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55개소다.

이 중 HUG가 대출을 승인하고 실행까지 이뤄진 곳은 21개소다. 나머지 사업장 중 올해 HUG 대출을 신청할 예정이었던 조합은 사업 계획을 미뤄야 할 처지다.

HUG는 자금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올해 초 가로주택정비조합 등에서 대출 신청 수요가 급증하면서 편성된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며 “타 사업 예산 전용 등을 통해 대출이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국토부, 재정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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