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가 트리거? 끝내 ‘연고지 이전’ 카드 꺼낸 창원NC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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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NC파크 외벽구조물 추락
경찰, NC 측 탈부착 사실 확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NC 대표 “그동안 대우 불합리”
홈경기 당일 연고지 이전 시사
창원시는 계약 법적 검토 여지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강대한 기자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강대한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관중 사망사고 이후 62일 만에 창원NC파크 홈경기를 재개하며 돌연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NC 측에서 추락한 외벽구조물 ‘루버’를 사전에 탈부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과실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 수사 확대 이후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지자 NC 측은 공교롭게도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NC는 지난 2022년 12월 한 업체를 불러 3루 매점 위 사무실의 금이 간 유리창을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해당 유리창을 교체하기 위해 외부 벽면에 설치된 구조물 ‘루버’ 1개를 탈거한 뒤 다시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이 루버는 불상의 이유로 지난 3월 29일 추락, 인근에 있던 여성 3명을 덮쳤다. 20대 한 여성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이틀 뒤 끝내 숨을 거뒀다. 루버는 길이 2.6m에 폭 40cm, 무게는 60kg이었다.

현재 경남경찰청은 당시 루버를 탈부착한 업체를 불러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300여 개의 루버 중 탈부착한 루버 하나만 낙하했으며, 그 원인이 탈부착에 기인했거나 사후 관리 미흡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유리 교체 작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이후 점검은 제대로 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장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창원시설공단은 루버의 탈부착 사실을 야구장 시설을 사전에도, 사후에도 통보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사고 이후인 올 4월께 구단에 루버 해체 이력 등을 질의했지만, NC 측으로부터 ‘수사 중이어서 알려주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NC다이노스 이진만 대표가 지난 달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야구장 재개장 등과 관련한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NC다이노스 이진만 대표가 지난 달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야구장 재개장 등과 관련한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NC와 창원시설공단이 맺은 NC파크 사용·수익허가 계약을 살펴보면 ‘대규모 수리나 보수 시 공단의 사정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엔 선조치 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NC 측은 루버 탈부착 이력을 포함해 해당 내용을 공단에 통보했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판단, 공단과 NC의 대표자들이 중처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중처법상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관리상의 결함으로 재해가 발생해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오면 ‘중대시민재해’로 판단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경찰 수사가 기존 창원시설공단에서 구단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이 나오자 NC가 돌연 연고지 이전 검토를 시사했다.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이사는 홈경기를 재개한 지난 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언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구단과 주위 환경 등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면서 “구단은 그동안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고 최근엔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구단 거취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와 NC 측의 입장이다.


경남 창원시가 NC파크 재개장을 위한 시설 보수와 안전 점검 완료 했다. 지난 달 19일 시민과 야구팬 등이 창원NC파크 내부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가 NC파크 재개장을 위한 시설 보수와 안전 점검 완료 했다. 지난 달 19일 시민과 야구팬 등이 창원NC파크 내부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창원시 제공

NC는 지난 2012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첫 터를 잡았다. 그 후 창원시가 2019년 NC파크를 준공해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하고 홈구장을 이전했다. 관중 2만 5000명이 수용가능한 NC파크 공사에는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총 1270억 원이 투입됐다. NC는 2019년부터 2044년까지 25년간 총 330억 원(연간 13억 2000만 원)의 NC파크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창원시와 계약을 맺었다.

현재 NC 측이 부담해야 할 사용료는 완납된 상태다. 이 때문에 NC 측은 연고지 이전이 언제든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C 관계자는 “당장 특정 지자체랑 논의·협의를 하고 있진 않지만, 선납 비용 때문에 미래 의사 결정이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법적인 문제는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창원시는 계약에 대한 법적 검토는 끝나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연고지 유지 의무나 사용료 환급 등은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주장이다.

창원시 측은 “만약 NC 측에서 이미 지급한 사용료를 포기하고 마산을 떠나겠다고 하면 계약상 위약 내용이 있는지 등 법적인 문제는 심도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있다.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작은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있다. 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작은 사진). 연합뉴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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