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로 치닫는 막판 대선전 통합은 말로만
유권자 믿음 얻는 대신 고소·고발 남발
증오와 분열 부추기는 구태 국민 심판
6·3 대선 선거운동이 네거티브와 증오로 똘똘 뭉친 양극화만 판치고 있다. 두 차례 열린 TV 토론에서는 후보 간 정책 검증은커녕 감정 섞인 막말과 비난이 넘쳤다. 유세 현장에서도 망언 수준의 언사가 예사다. 각 정당은 상대 후보의 말꼬리를 잡는 데 열중하고, 꼬투리를 잡았다 싶으면 고소·고발장을 남발하고 있다. 선거운동 돌입 8일 만에 모두 137건에 이른다. 유권자 믿음을 얻기 보다 법원 판결에 승부수를 건 모습이니, 애당초 정책 대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인가. 선거운동 중반전이 지났는데도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이 주된 의제로 각인되지 않아 유권자들은 참담하다. 이러고도 표를 달라는 것은 염치 없는 짓 아닌가.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의 선거운동을 해코지하려다 선거법 위반으로 단속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 15일 부산 사하구에서 60대 남성이 선거운동 중인 정당 관계자를 때려 구속됐다. 이튿날에는 부산 북구에서 한 70대 남성이 70대 여성 선거사무원에 손찌검을 하고,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해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부산에서 후보 벽보 62건과 현수막 8건의 훼손 사건이 발생해 지난 대선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히 선거전 과열을 넘어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거대한 분열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정치권이 이를 부추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의 메시지는 온데간데없고, 증오와 배제, 그리고 독설만 기승을 부리는 선거로는 민주주의 체제의 퇴행을 초래할 뿐이다. 지난 23일 TV 토론은 그 우려를 정확히 드러낸 경우다. 사회 분야 정책은 실종되고 ‘형수 욕설’ ‘전광훈에 눈물’ 따위 상대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토론 시간이 낭비됐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응징’론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김정은, 시진핑, 히틀러식 독재’ 프레임은 ‘집토끼’ 결집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 통합의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 원내 1·2당 대선 후보가 진영 논리에 급급한 결과, 과잉 정치화된 지지층의 언행이 과격해지다 때로는 폭력이라는 일탈로 나타나는 것이다.
‘커피원가180원’ ‘민주화운동 보상금 미수령’ 발언을 빌미로 상대 후보를 고소·고발하는 식의 선거전으로 어떻게 국민 통합을 이끌 국가 지도자가 선출되겠나. 선거운동 행태가 하도 한심해서, ‘이러다 나라가 두 쪽 나겠다’며 한숨을 쉬는 국민들이 많다.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다. 비상계엄과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 붕괴’를 복원하는 과정이어야 할 대선이 되레 위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간을 이리 허비해도 되는가. 이제 종반전에 접어든다. 끝까지 네거티브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는 후보는 주권자의 심판을 각오해야 한다. 국민 통합이냐, 분열이냐. 양자 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