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마음까지 태운 산불… 이제는 온 마음을 나누자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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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문화부 차장

지난주는 역대급 산불에 마음 졸이는 시간이었다. 전 국민 모두가 언제쯤 불길이 잡힐지 노심초사 걱정하며 애를 태웠다.

경북 동북부 5개 시·군을 초토화시킨 이른바 ‘경북 산불’은 축구장 6만 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을 잿더미로 만든 뒤 149시간 만인 지난주 29일에 주불이 잡혔다.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역대 최고인 시간당 8.2㎞ 속도로 동해안까지 이동하며 2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그보다 앞서 경남 김해시와 울산시 울주군, 전북 무주군과 충북 옥천군에도 산발적으로 산불이 번졌다.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213시간 만인 30일에 꺼지면서 역대 두 번째로 길게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 산청군 산불로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봤고,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기도 했다.

영남 지역 산천을 태우던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곳곳에 상흔이 남았다.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야산은 울창했던 숲 대신 시커멓게 타다 남은 앙상한 나무들만 숯으로 남았다.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돼 삶의 터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산불 피해 지역은 다니는 사람도, 차량도 없이 적막한 모습으로 변했다.

‘괴물 산불’을 피해 겨우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들은 또 어떤가. 고령층이 대부분인 이재민들은 곳곳에 마련된 대피소 텐트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생계 걱정에 앞이 깜깜하다. 그나마 한때는 3만여 명에 육박했던 대피소 이재민의 수가 일주일 사이 6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조금은 다행스럽다.

역대급 산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는 건 지금부터다. 이재민 대책에 산림·문화재 복구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서둘러 재난 복구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하고 추경 예산 10조 원 편성을 신속하게 합의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까지, 우리 모두는 산불 피해 지역에 더욱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의 식사와 잠자리를 챙기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감사하다. 잔불을 정리 중인 많은 소방 관계자들과 함께 봉사자들이 피해 현장을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에서도 산불 진화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써달라며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수 천만 원까지 십시일반 성금을 내놓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이번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 지원을 위한 성금으로 총 90억 원을 내놨다. 유재석, 아이유, 임영웅 등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도 줄을 이으면서 ‘선한 영향력’이 번지고 있다. 이밖에 심리 상담, 진료 봉사, 물품 기부를 하는 이들의 도움도 답지하고 있다.

봉사와 기부, 그 둘이 아니라도 작게나마 무언가 도울 일이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산불 피해 현장으로 가볼 참이다. 참담한 현장을 직접 마주한다면 화재 예방에 대한 교훈을 가슴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미처 수습이 안 된 현장이 있다면 청소와 정리에 손을 보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까지 까맣게 태워버린 이번 산불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모두의 마음을 더할 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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