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억측만 낳는 헌재 탄핵 선고 더 미룰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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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 결론 위한 산고도 너무 길면
법리 이외의 변수 고려 오해 부를 수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끝내 4월로 미뤄졌다. 헌법재판소가 통상 선고 2~3일 전 선고 기일을 통지하던 관례에 비춰 볼 때 여지껏 기일 통지가 없다는 것은 일러야 금주 말께나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변론 종결 이후 11일 만에 선고를 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때와 너무나 다른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태도로 인해 정국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것과 비례해 사회적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당장 정치권부터 이성을 잃은 듯한 행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형사재판 2심 무죄 선고 이후 조기 대선 가도를 재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심지어 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국무위원 줄탄핵 추진 카드까지 고려하는 듯한 분위기도 풍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처럼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를 놓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5대 3’ 기각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용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재판관을 임명하려 앞선 줄탄핵으로 직면했던 국민적 비판도 잊은 듯한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탄핵 심판 선고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역대 최악의 산불을 겪으면서도 정상적인 여야 협치를 통한 극복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탄핵 심판 선고 유불리의 인질로 전락해 고통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내걸고 국무위원 줄탄핵 등을 시사한 이후 여야 협치는커녕 산불 피해 지원 투입 가용 예산 규모를 놓고 진실 공방만 거세졌다. 앞으로도 해당 예산 증액 항목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 격돌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대로 불확실성과 갈등을 방치할 경우 탄핵 심판 선고 이후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더 커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주말마다 벌어지고 있는 탄핵 찬반 집회가 아직까지 큰 충돌 없이 진행돼 온 것은 국론 분열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미루면 미룰수록 사회적 긴장과 갈등의 강도는 점점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모두가 승복할 수밖에 없는 완전무결한 결론을 내기 위한 산고로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자칫 법리 이외의 변수를 따진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더 이상의 억측과 혼란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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