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집피지기] 밑빠진 미분양에 세금 붓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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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이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반 미분양이야 입주 전까지 해소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파트가 다 지어졌는데도 들어와 살 사람이 없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역사회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시행사는 빚더미에 앉고, 건설사들은 공사대금을 받을 길이 묘연해진다. 지역 경제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이 휘청인다는 건 서민들의 밥벌이가 위협받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지난달 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세대를 매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대책에 시큰둥하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나 지방 스트레스 DSR 3단계 유예 등 실질적인 수요 진작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 보증 기준 완화나 개발 부담금 한시 감면 등 업계에서 줄곧 요구해 왔던 규제 완화책이 빠져있다고도 한다.

원자잿값 인상이나 고금리 장기화 등 건설사들이 어찌할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시장 악화에 큰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건설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는 단지를 살펴보면 좋지 않은 입지에 소비자의 눈높이를 훨씬 웃도는 분양가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원가율 등을 이유로 분양가는 내리지 않으면서, 정부에 고강도 대책만 주문하는 오래된 방식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탈피하기 어렵다.

LH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다는 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민간 기업의 재고 소진을 돕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입주하는 아파트 대다수는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전후 추진된 개발 사업의 산물이다. 제대로 된 수요 분석 없이 경기에 휩쓸리듯 사업에 뛰어들어 발생한 투자 리스크를 정부가 전적으로 대신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건설 경기는 10년 사이클을 돈다’며 앞으로 3~4년 뒤를 바라보고 주택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건설업 위기 때마다 정부가 업계 입맛에 맞는 대책을 내놔왔던 학습효과와 이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건설업계도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플랜이 필요하다. 허허벌판에라도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값이 오르던 시대는 어쩌면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기형적인 수준으로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레버리지를 정상화하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의적절하게 시행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봐야 소용이 없듯, 건설업계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특단의 ‘수선’이 필요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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