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해태껌 롯데껌 논쟁을 끝낼 때
장병진 경제부 차장
“우리는 해태껌 이런 건 취급 안하지예. 롯데 이런 것만 딱 갖다 놓지.”
영호남 지역 갈등은 ‘껌’에서도 드러난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따라 영남 지역은 롯데껌을, 호남 지역은 광주를 연고로 하는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의 전신)를 따라 해태껌을 주로 찾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호남에서 롯데껌을 찾는다거나 영남에서 해태껌을 찾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임을 장난처럼 보여주는 장면도 많았다. 정치적으로도 영남은 보수색이 강했고, 호남은 진보색이 강했기에 둘 사이 간극은 메우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지역 갈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인 줄 알았는데 수도권에서는 영남과 호남을 진짜 ‘껌’으로 알았나 보다. 수년 전부터 호남 지역은 농협중앙회 본사를 호남으로 이전하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반대 논리가 그대로 농협 본사 이전 논의에도 거의 ‘복붙’(복사해 붙여넣기)처럼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노조들은 산업은행과 농협중앙회의 본사 이전이 시행되면 노동자의 거주지 이전이 불가피한데 이는 노동자의 삶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산업은행과 농협중앙회의 본사 이전이 졸속 행정이자 정치적인 표 계산 때문으로 실적 악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이러한 복붙 반대 논리에 정치권과 정부는 지역민의 염원을 씹던 껌 뱉듯이 무시하고 있다.
영호남을 비롯한 지역이 공공기관 이전을 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산업은행 이전과 농협중앙회 이전은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적 움직임이다. 특히 수도권에 인구와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트리거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충돌한 영상이 화제였다. 박 시장이 이 대표와의 비공개 회담 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나 “산업은행 이전이 단순히 하루이틀에 걸친 사안이 아니고 2년여 동안 부산 시민들이 요청하고 심지어 부산 민주당도 함께 요청한 사안인데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한 영상이다. 비슷한 영상 클립이 많았는데 대부분 수만 건의 클릭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마 전남도지사나 전북도지사가 같은 식으로 반응을 했다 해도 이 같은 화제성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같은 논리로 반대라니 차라리 잘됐다. 그동안 껌으로도 싸웠던 지역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산업은행, 농협중앙회의 본사 이전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같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대 효과도 같다. 이를 계기로 부산과 호남 지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도권의 논리에 대응할 수도 있겠다. 부산과 호남이 함께 벌이는 이색 이벤트도 좋을 것 같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을 넘어 강력한 우군을 만난 느낌이다.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도 어려워 보이고,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의 통과도 요원하지만 이번에는 꼭 보여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롯데껌이든 해태껌이든 껌 좀 씹던 언니야 오빠야들이라는 것을.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