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이 함께 축구 즐기는 세상 [골 때리는 기자]
"그렇게 무례한 질문인지 몰랐다. 미안하다."
'골 때리는 기자'라는 제목으로 약 1년간 초보 '여성' 풋살러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을 담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풋살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좌절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칼럼을 통해 처음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공감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같이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로부터는 공감을 얻었고, 아직 풋살을 접하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어디서 하냐', '초보도 받아주는 팀이 있냐' 등 기분 좋은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많은 피드백 중에 '정말 그렇게 느끼는지 몰랐다'는 한 남성 독자의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성임을 부각해 쓰는 칼럼에 대한 반응은 남녀 갈등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잦다. 칼럼을 시작할 때도 당연히 갈등을 부추기는 반응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 반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는 고마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오프사이드를 알아?(<부산일보> 2024년 5월 31일 자 29면 보도)'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유독 여성에게만 축구룰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오프사이드 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성도 많은데, 유난히 여성들만 해당 질문을 반복해서 듣고 이는 결국 여성들을 축구와 멀어지게 만든다는 게 칼럼의 골자다. 기사를 출고하면서 '댓글창은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건전한 비판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칼럼의 취지와 여론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 기자로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다.
하지만 한 남성 독자로부터 칼럼을 읽고서야 자신이 무례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는 반응을 들었다. 축구를 즐기는 여성이 신기한 마음에 가볍게 건넨 농담과 같은 질문이 여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댓글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어쩌면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를 애써 거부했던 지난날이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용기를 내 글을 통해 갈등을 수면 위로 이끌어 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남성들도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정보가 정말 부족했겠구나'하는 이해를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축구를 즐기지 않는 남성'들로부터 받은 반응도 재밌었다. 사실 본인들도 축구룰을 잘 모르고, 억지로 축구 시합에 끌려가면 '세모발'이라 핀잔을 듣는다는 것이다. '남성이면 으레 공과 친하겠지'라는 편견에 남성들도 고통받는다는 의미인 셈이다.
성별을 떠나 어떤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 무시당할 조건이 될 수 없다. 편견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세상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기자에게는 '공놀이'가 그런 존재였다. 칼럼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내가 본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봤길 바라본다. 더 많은 여성이 공을 차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면 남녀가 더 자유롭게 축구를 즐기는 날이 올 것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