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다시 부각되는 산업은행 이전
강희경 정치부장
부산상의 법 개정 촉구 국민동의청원
야권 잠룡 김경수, 이전 필요성 강조
조기 대선 가능성에 다시 수면 위로
민주 그동안 산은 이전 철저히 외면
저조한 부울경 지지율에도 영향
이재명 대표, 이번엔 어떤 선택할까
산업은행 이전 문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최근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촉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나섰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23년 5월 산업은행을 부산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했지만,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로 명시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에 부산상의는 추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회 청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산상의 양재생 회장은 “정부의 행정절차가 완료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국회에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에 지역 경제계는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국회 청원 방식으로라도 산업은행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힘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 중 한 명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주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 이전을 역설했다. 그는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 몇 개 기관이 이전한 이후 중단돼 있다”며 “부산 금융중심지에는 정부의 정책 금융 기관들이 모두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특히 “산업은행 하나 오는 것 가지고도 씨름을 해야 된다”며 반대 기류가 강한 당 내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은 부산에 집중하고, 민간 금융은 서울에 집중해 발전시키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산업은행 이전 문제가 지역의 주요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 이전이 좌초되다시피 한 것은 부산으로선 어이가 없는 일이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 이후 국정과제로 추진돼, 당장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부산의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해 추진돼 왔다. 기존 제조 산업 위주로는 돌파구를 못 찾는 부산 경제 부흥을 위해 산업과 물류 금융 기능을 결합하자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 정부 때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고, 이후 일부 금융기관들이 이전됐다. 그러나 기존의 이전 금융기관들이 지역 경제와 연계해 금융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이에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에선 지역 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대형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유치가 꼭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또 다른 성장 축인 남부권 성장을 위한 필수 기관이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대선 당시 “수도권 일극주의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며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민주당은 산업은행 이전을 철저히 반대했다. 21대 국회는 물론 현재 22대 국회까지 법 개정 문제는 전혀 진척이 없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부산시당이 산업은행 이전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중앙당의 반응은 없었다. 지난해 부산지역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등에 몽니를 부린 영향도 컸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부산에선 고작 1개 의석을 지키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40%도 안되는 득표율로 고배를 마셨다.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부산을 비롯한 PK(부산·울산·경남)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에도 이러한 영향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하겠다는 것을 막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이 많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달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이 대표의 PK 지역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전국 평균인 34%에 크게 못미쳤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적극 반대’ 비율도 PK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올봄 열리게 된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되면, 이 대표는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두고, PK 민심을 두고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