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엄청난 세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현정 사회부 차장
아들과의 전쟁은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초등학생 아들은 눈물을 보이며, 친구들과 연락이 안 돼 함께 놀 수 없다며 폰을 원했고 학원을 빠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폰을 사줬다. 하지만 아들은 사용 시간 제한을 푸는 방법을 알아내 밤새도록 앱과 게임에 몰두했다. 낮에도 친구들과 노는 게 아니라 놀이터 구석에 죽치고 앉아 게임을 하느라 학원은커녕 전화도 일절 받지 않았다.
나중엔 데이터도 꺼둬 위치 추적도 되지 않았다. ‘현질’ 할 돈이 모자란다며 투덜대는 아들 생각에,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요즘 아들’을 둔 ‘보통 엄마’ 이야기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 10~19세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
〈불안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시작됐고 이 때부터 청소년들의 정신 질환 비율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가 든 네 가지 해악은 사회적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과 중독인데, 이는 그로부터 불과 몇 년 전인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소개하던 당시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이었다. 저자는 전두 피질(자기 통제와 만족 지연, 유혹에 대한 저항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 의지력이 약하고, 또래 압력에 쉽게 휩쓸리며, 조종에 취약한 사춘기 전후 아동들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1996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불안세대가 된 데에는 현실 세계에서는 과잉보호를 하고,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과소보호를 하는 부모의 뒤바뀐 태도 탓도 있다고 했다. 저자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16세 이전까지는 소셜 미디어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포노 사피엔스’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사실 규제와 제재만이 능사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10년 뒤, 아니면 더 가까운 5년 뒤 우리는 이 글의 스마트폰 자리에 인공지능(AI)를 대신 써넣어야 할지도 모른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최근 저서 〈넥서스〉에서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미래생명연구소 맥스 테그마크 소장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권력자가 우리가 AGI(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AI)를 어떻게 제어할지 알아내는 것보다 더 빨리 AGI가 구축될 것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며 “최악의 경우 미국이나 중국 기업이 통제권을 잃게 되고, 그 이후에는 지구가 기계에 의해 운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발전에 대응해 ‘인간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AI 행동 정상회의’가 올해 3회째를 맞았지만 AI 패권 경쟁을 위한 각축장이 되고 있을 뿐 AI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는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