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남반구 최대 컬렉션 갖춘 상파울루 미술관
아트컨시어지 대표
포르투갈어로 ‘성(聖) 바울로’라는 의미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인구는 2024년 기준 2280만 명으로, 남아메리카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다. 미국 뉴욕과 멕시코시티를 능가하기에 아메리카 대륙 통틀어서 가장 큰 도시이다. 상파울루 비엔날레(1951년~ )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역사가 있으며, 휘트니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알려져 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상파울루의 이야기다.
이 도시의 ‘상파울루 미술관’(MASP)은 1968년 이탈리아 태생의 브라질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에 의해 디자인되고, 완성했다. 그는 현수(Suspension) 구조의 철근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을 고안했다. 미술관 메인 건물은 지상에서 8m 높이에 떠 있으며, 두 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보로 연결된 4개의 기둥으로 지지된다. 기둥 사이 거리는 74m로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경간이었다. 이는 현수교인 광안대교를 떠올리면 되는데, 두 개의 주탑 사이에 길이 74m, 층고 7m의 2층 건물이 매달려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내력벽과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 대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덕분에 상파울루 미술관의 메인 전시 공간은 단 하나의 전시실로 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미술관 평면은 크고 작은 방의 연속으로 이루어졌으며 창이 없는 벽면이나 복도에 작품이 전시된다. 그런데 구획이 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방으로 된 상파울루 미술관, 게다가 양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다. 메인 전시실은 작품을 걸 수 있는 벽면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상파울루 미술관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상한 전시 방법을 생각해 낸다. 건축가는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블록 받침대 위에 강화 크리스털 패널을 놓고 그림의 전시 지지대로 사용하는 혁신을 이룬다. 이는 마치 화가의 이젤에 놓인 캔버스를 연상케 한다. 전시실 내부의 작품 수만큼 콘크리트로 지지된 크리스털 패널이 놓여 있으며,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는 그림 뒷면에 배치돼 있다. 지금껏 방문했던 그 어떤 미술관보다 인상적인 전시 방법이다.
상파울루 미술관의 컬렉션 또한 라틴 아메리카를 넘어 남반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서양 미술 컬렉션으로 여겨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회화 그리고 스페인, 플랑드르, 네덜란드, 영국, 독일 거장들의 걸작 상당수를 가지고 있으며, 근현대 보유 작품 또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편이다. 반 고흐 회화도 5점을 보유 중이다. 쉽게 방문하기 힘든 곳이라 제법 두꺼운 도록을 한 권 구입했는데, 책 제목이 〈콘크리트와 크리스털〉이다. 전시 방법을 위해 고안된 장치도, 콘크리트와 유리 구조물로 된 상파울루 미술관 건물도 책 제목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