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북극 해빙 감소와 중위도 제트기류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기후모델의 현실 재현엔 한계
학자들 간 논쟁의 주요 원인 돼
열린 시각으로 현상 해석하길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북극해다. 빠르게 녹아내리는 해빙으로 인해 북극해의 기온은 중위도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남북 간 기온차를 감소시키며 대기의 움직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2007년 여름에 기록적인 북극 해빙 감소가 관측된 이후 겨울철 한파의 강도가 점차 강해지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겨울철 중위도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트기류의 강도는 남북 기온차에 비례한다. 온난화로 인해 기온차가 감소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화되었고, 약화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져 남북 방향으로 더 크게 출렁인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2012년 북극 기후 전문가 제니퍼 프랜시스는 이 주제에 대한 첫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관측 데이터를 통해 약해진 제트기류가 더 큰 남북 방향의 사행(흔들림)을 일으키며, 그 결과 중위도 겨울에 극한 한파가 빈번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연구는 북극 해빙 감소와 제트기류 흔들림 간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겨울철 한파가 온난화와 북극 해빙 감소로 인해 더 강해졌다는 분석은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한국 기상학계 역시 이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연구들을 발표했다. 2014년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팀은 바렌츠-카라해 해빙 감소가 중위도 한파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역학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또한 2015년 국종성 서울대 교수팀은 북극 기온 상승이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의 극한 추위와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는 북유럽 인근 북극해 해빙 감소가 한반도 한파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기 역학 학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제트기류의 남북 흔들림은 남북 간 기온차가 증가할 때 발생한다. 기온차가 커지면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며 남북으로 흔들리면서 중위도에 저기압과 고기압이 형성된다. 이를 ‘경압 불안정’이라 부르며 현대 일기예보의 근간이 되는 이론이다. 따라서 기온차 감소로 약화된 제트기류는 이론적으로 더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실제 현상과 이론 간의 충돌이 학계의 논란을 부추겼다.
프랜시스 교수의 논문 발표 이후 대기 역학의 주요 원로 학자들은 〈사이언스〉지에 사설을 기고하며,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에 경고를 보냈다. 이후 북극 해빙 감소와 중위도 제트기류의 남북 흔들림 간에 큰 연관이 없다는 연구들이 등장했다. 특히 영국 엑서터대학의 제임스 스크린 팀은 다양한 데이터와 모델 분석을 통해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현재 학계는 이 주제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해마다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어느 한쪽의 주장이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 역시 온난화의 영향을 언급하면서도 북극 해빙 감소의 역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대립을 바라보며 대기 과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보수적인 학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기후 현실을 감안할 때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기후 시스템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확고한 이론 없이 결론을 내리기란 언제나 어려운 과제다. 기후모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겨울 한파의 특징이 달라졌다는 점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전 지구 기후 데이터를 1980년대부터 살펴보면, 북극 해빙 감소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대기 운동이 지표면의 열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위도 제트기류의 변화가 북극 해빙 감소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유체의 흐름을 묘사하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은 국소적인 경계치의 변화가 전체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수학적인 구조를 지녔다. 즉, 유체의 한 종류인 대기 운동 역시 북극 지표면의 변화로 말미암아 북반구 전체 규모에서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우리는 보다 열린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부족과 기후모델의 불완전함이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게 하고, 이론적 토대의 부족이 제트기류 변화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대기 과학이 여전히 젊은 학문이라는 점에서, 온난화가 불러오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실증적 한계는 이 논쟁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계가 인정하고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