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힘이 되고 있나
계엄해제 참여 소속 의원 극소수
대통령 탄핵·체포에 “반대” 입장
헌법재판관 임명도 “불가” 반발
당 차원의 공식 반성·사과 안 해
국민 대다수 “내란죄 적용해야”
민심 역행하는 정당 존립 어려워
국민의힘은 “내란 공범”이라는 야당의 비난에 발끈한다. “여당 의원 상당수가 내란의 공범”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게 그 사례다. 공범이다 아니다 따지기에 앞서 사실부터 정리해 보자.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누가 봐도 위헌·위법한 계엄! 천만다행으로 190명 의원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2시간 40분 만에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거기에 국민의힘 의원은 겨우 18명 있었다. 지난달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둔 국회. ‘탄핵안 반대’ 당론을 좇아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투표를 거부했다.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4일 2차 표결에서 탄핵안은 통과됐다. 투표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 반대·기권·무효표는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입장문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입장문은 검찰이 허위 사실로 김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 국민의힘이 왜 김 전 장관의 입장을 공유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이 임명 안 돼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 입장을 고수, 최상목 대행의 재판관 2명 임명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힘으로써 윤 대통령 측의 “불법 무효”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이쯤 되니, 내란 공범이라는 비판에 국민의힘이 발끈하는 게 자가당착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나름의 논리를 내세운다. 박수영 의원이 지난달 28일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 바로 그것이다. 박 의원은 ‘무죄 추정 원칙’을 거론했다. 헌재 판결 전에는 내란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의원의 답변이 곧 국민의힘의 기본 인식일 테다.
국민의힘에 묻게 된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무장 군인들이 국회를 해산하려 한, 온 국민이 생중계로 목도한, 그 장면은 무엇인가. 강도가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도 “확정 판결 때까지 살인이라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나.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서 확인한 바, “총을 쏘고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윤 대통령의 행태는 무엇인가. 그 자체로 내란 현행범 아닌가. 법원도 체포영장에 윤 대통령의 죄목으로 ‘내란 우두머리’라고 적시하지 않았나.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현 사태에 대한 반성’이라는 말을 꺼낼라치면 국민의힘 주류는 “배신자”라며 몰아세운다. 반성이 없으니 사과도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에 비상계엄이 잘못이라는 말은 없다. 단지 불안과 걱정을 끼쳤을 뿐이라고 했다. 읽기에 따라서는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해서 사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조차도 권 위원장 개인의 사과일 뿐, 당 차원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
비상계엄·탄핵 관련 국민의힘 내부 기류를 5선의 윤상현 의원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8일 전광훈 목사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해당 집회에는 국민의힘 다른 의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는 비상계엄 선포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발언한 인사다.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서는 “사탄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고 했다. 참사를 하나님이 허락했다는 것이다. 한국 보수정치의 본산임을 자처하던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어 당혹스럽다.
여러 언론사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정도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다. ‘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내란죄를 적용해야 한다’ 등의 응답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절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 대의 기관인 정당은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인데도, 국민의힘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국민 공모를 통해 지어진 당명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셋 중에 하나라도 부합하는 게 있는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려 하는가. 국민의힘은 자문하길 바란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