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연말연시에 즐기는 겨울 생굴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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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매서운 겨울 최고의 별미 제철 생굴
인기 수출품으로 지역경제 큰 기여
어수선한 시기 생굴로 기분 전환을

어려운 경제 상황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격변 속에 2024년도 이제 딱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 늘 그렇듯 12월은 각종 송년회로 분주한 달이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주변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맛있는 음식이다. 지금 이때 딱 어울리는 해산물이 바로 겨울 굴이다. 겨울은 굴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 굴 양식이 본격화한 시기는 정부의 장려 정책이 시작된 1960년대다. 굴은 크기가 작은 개체를 한 줄에 500개씩 꿰어 바다 수심 30m 아래에서 키운다. 사계절 내내 청정함을 자랑하는 통영과 거제 인근의 다도해는 겨울이면 살이 오른 탱글탱글한 굴을 내놓는다. 통영 굴은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일품이다.

추위가 매서운 지금 통영의 바다는 더 뜨거워진다. 겨울이 돼야 농익는 통영의 대표 먹거리 굴을 채취하기 위한 어민들의 열기 때문이다. 전국 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통영 굴은 어민들에게 1년을 책임지는 바다 농사나 다름없다. 채취된 굴은 뭍으로 나오는 즉시 굴을 까는 작업장인 박신장으로 옮겨진다. 박신장마다 인원 규모는 다르지만 적게는 25명 남짓, 많게는 60명 이상이 작업을 한다.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은 사람의 손이 도맡는다. 수십 년 경력의 ‘통영 아지매들’의 손길 끝에서 굴은 보드라운 속살을 드러낸다. 굴은 갓 짜낸 우유에 비견할 만한 부드러운 맛뿐 아니라 겨울철 움츠러드는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천연 종합영양제로 ‘바다의 우유’라고 불린다.

국내의 굴은 양식 굴과 자연산 굴로 나뉜다. 굴은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수확하는데, 조류가 거친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일찍이 서해안에서 굴이 유명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대규모 굴 양식은 조류가 거칠지 않은 내해의 만에서 이루어진다. 통영과 거제, 여수는 이런 점에서 최적의 양식 장소다.

바다에서 생산되는 양식 굴은 ‘참굴’, 서해안의 갯바위에 붙은 것을 채취하는 굴은 ‘갯굴’이라고 한다. 또 강 하구에서도 굴이 수확된다. ‘강굴’ 또는 ‘벚굴’로, 봄이 제철이다. 겨울이 제철인 남해안 굴은 경남 통영, 고성, 거제, 마산 그리고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매년 10월부터 늦게는 이듬해 4월 말까지 5만 톤 이상이 생산된다. 전국 생굴 생산량의 절대량이 이곳에서 나온다.

채취된 굴은 모두 통영에 있는 전국 유일의 굴수하식수협을 통해 전국으로 보내진다. ‘수하식 굴’은 양식 굴을 말하는데 굴을 바다에 늘어뜨려 양식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조간대가 넓은 서해안에서 투석, 지주식으로 주로 키웠다. 수하식 방식이 도입되면서 굴 주산지도 서해에서 남해로 바뀌었다.

천북 굴 단지는 서해 굴의 대명사다. 천수만 일원은 서해안 최대의 굴 산지다. 특히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포구는 80여 곳의 굴 전문점이 성업 중으로, 겨우내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천북 굴이 유명한 것은 천수만의 풍부한 미네랄 덕분이다. 이 일대는 해·담수가 고루 섞인 개펄이 발달해 굴 서식에 좋은 곳이다. 많은 일조량도 최고의 별미를 만들어 준다.

우리나라 굴 생산은 수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통영 생굴은 수출 품목으로 인기가 높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국내 굴 생산량은 2019년 32만 톤, 2023년 31만 톤이었으며, 2024년산(작년 9월~올해 2월)은 28만 톤으로 전년보다 10.4% 줄었다. 또한 2023년 기준 한국산 굴의 전 세계 수출실적은 5597만 달러로 이 중 일본 수출액이 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홍콩, 대만, 중국 순이다. 이들 상위 5개국의 수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유럽은 아직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향후 가능성은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굴은 주요한 수출 수산물로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앞으로 건강식품으로 가치가 높아 생굴뿐 아니라 가공식품으로도 상품화가 필요하다. 지난달 해양수산부는 굴을 포함한 4대 수산물을 선정하고 다양한 가공 조리법을 통해 굴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만간 한국산 굴이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도약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굴은 영양 만점의 식품이지만 먹을 때는 다소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식중독 위험이 있어 잘 골라야 하고 섭취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채취 해역의 물이 오염됐거나 위생 관리가 문제가 있으면 식중독 위험이 있어 신뢰할 만한 공급처에서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굴을 ‘꿀’이라고 한다. 겨울이 깊어지는 지금 굴에는 달짝지근한 단맛이 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와인 한 잔에 달짝지근한 통영 굴로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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