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항 터미널의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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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해마다 연말이면 항만 업계는 전년 대비 물동량 증감을 분석하며 다음 해 준비에 분주해진다. 터미널 간 집계 물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누적 부산항의 총 처리 물량은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부산항 신항은 9.8% 늘었다. 현재 추이가 지속된다면 올해 말 부산항은 총 처리 물량 2400만TEU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물량 기록을 앞두고 각 터미널 운영사들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그 희비가 엇갈린다.

이는 우선 증가한 물량이 대부분 대형 원양 선사들의 추가 물량이기 때문이다. 대형 얼라이언스 선사와 장기 계약을 확보한 터미널들은 연중 시설 대비 초과 물량 처리를 고민하였다. 반면 후발 주자 터미널들은 신규 계약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인근 터미널의 초과 물량을 임시로 대리 작업해 오고 있다.

'제미니 협력' 출범 뒤 항만 요동 불가피

400만TEU 넘는 대형화 합종연횡 초래

협력·통합 요원, 무한 경쟁 반복 가능성

양적 성장 이어 서비스 구조 개선 필요

부산항에는 터미널이 계약한 선사의 선박을 선석 대기나 야드 정체 등의 사유로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인근 터미널과 계약을 체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배(Overflow)가 있다. 이는 일시 물량 증대나 터미널 시설 보수가 필요한 경우 터미널 간 협력으로 선사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배 물량이 과다해지거나 고정화되는 경우 터미널 운영사 간 주력 계약 터미널과 전배 터미널이라는 계급 차이가 야기될 수도 있다.

신규 터미널 입장에서는 선사가 기존 계약 터미널이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 신규 터미널을 확보해 계약하기를 기대하지만 선사 입장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환적 물량을 서로 다른 터미널에서 처리하는 경우 각 터미널에서 타 부두 환적 물량에 대한 하역비가 증가하고 터미널 간 운송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추가 비용 이외에도 추가 게이트 반출입과 장치에 소요되는 운영 비효율은 선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선사들은 최대한 충분한 처리 능력을 보유한 터미널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 터미널이 터미널 비용으로 일시 추가 물량을 처리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따라서 현재의 선사 얼라이언스 구조에서는 올해 터미널 이용 행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내년 2월 출범하는 신규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 부산항의 이러한 터미널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변화를 야기할 것인가 여부이다.

제미니 협력의 회원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의 하파그로이드는 올해 각각 240만TEU, 170만TEU를 처리해 내년 합계 400만TEU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선사 모두 부산항에 지분을 보유한 자가 터미널이 없기 때문에 어느 터미널과도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간 400만TEU 이상을 동일 터미널 시설 내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 운영사는 많지 않다. 머스크와의 ‘2M 얼라이언스’ 해체를 선언한 스위스 MSC는 올해 부산항 처리 물량 400만TEU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MSC는 신항 1부두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자가 터미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추가 터미널 계약 필요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MSC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와의 선복 교환도 계획하고 있어 현재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내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가 이용할 터미널과의 계약도 불가피하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에는 한국 HMM이 회원사로 소속되어 HMM의 자가 터미널인 신항 4부두 중심 터미널 계약 확정이 예상된다.

물론 이들 대형 얼라이언스 회원사들 이외 부산항을 이용하는 국적, 외국적 선사들이 있지만 부산항 총 처리 물량의 70% 수준을 얼라이언스 회원사가 처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신규 터미널 운영사가 얼라이언스 회원사를 계약 선사로 확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글로벌 선사들과 선사 얼라이언스의 대형화로 단위 선사, 단위 얼라이언스의 연간 물량이 400만~500만TEU를 초과하게 됐다. 현재 대다수 터미널 운영사의 처리 능력이 300만TEU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주력 터미널(선사의 자가 터미널 또는 글로벌 협력 터미널)과 전배 터미널 간 계급 차이나 잉여 시설 보유 터미널 간 무한 경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분 구조가 상이하고 경쟁하는 운영사 간 협력이나 통합은 쉽지 않다.

부산항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나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부산항의 물량 증대라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터미널 서비스 구조 개선 방안 강구를 통한 질적 성장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호소한다. 이는 부산항이 향후 3000만TEU 수준의 항만으로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동력 확보에도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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