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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수의계약 가닥, 신속 착공·안전 대책에 최선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사실상 대우건설 컨소시엄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13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 3차 입찰 재공고 없이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선 1, 2차 입찰이 모두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과 더 이상의 시간 지연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지역 여론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절차를 반복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국가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사업은 2024년 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찰 당시, 5월 첫 입찰 이후 네 차례 유찰과 조건 변경, 행정 절차 재심의가 이어지며 수개월이 허비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는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됐다.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지역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되며 공항 건설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수의계약 전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불필요한 행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착공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반복된 유찰과 절차 지연을 돌아보면, 이번 수의계약 전환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쟁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가격의 적정성, 조건의 합리성, 사업 리스크에 대한 검증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특히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공사로 지반 안정성, 공사 기간 변동, 비용 증가 가능성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정부와 공단이 대우건설의 높은 지분율 조정과 난공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설계 보완 논의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공사 관리 보강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의계약이 구조적 불안을 용인하는 면허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숙원을 넘어 국가 물류 체계와 균형 발전 전략이 걸린 핵심 사업이다. 그만큼 일정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3차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검토하는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수의계약은 오히려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이것이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라면 결정 과정과 근거, 계약 조건, 위험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공사는 ‘신속 착공’과 ‘안전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속도는 필요하지만 졸속 추진은 경계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약속이다. 지역의 기대가 걸린 국가사업인 만큼 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속도와 안전,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될 순간이다.
2026-02-1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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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항 인공지능 대전환 선언, 글로벌 항만 선도 나서라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이 다음 150년을 향한 용틀임에 나섰다. 1876년 개항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부산항은 이제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핵심은 ‘규모’에서 ‘지능화’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항만 경쟁의 대응이다. 즉,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2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밝힌 ‘부산항 AX(인공지능 대전환)’ 선언은 단순한 항만 현대화를 넘어 국가 항만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BPA가 이날 부산항의 비전으로 제시한 ‘미래형 초연결 AI 항만’은 정부 핵심 추진 전략인 ‘AI 3대 강국’의 해양판 전략으로 읽힌다.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 운영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이로써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 사고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견인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포함됐다. 이미 BPA의 지능형 항만 구상은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을 통한 물류 최적화로 구현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항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까지 포괄한 데에 의의가 있다. 항만은 중장비·고소·야간 작업이 많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대전환 계획에 따르면 24시간 사고 예방과 로봇 하역 등에 AI 기술이 도입된다. 또 선박 부두 고정 작업과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어 안전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물류 운송 단계까지 AI를 도입해 화물차 운전자의 예약 편의, 선박 도착 시간 예측, 게이트 혼잡 해소 등 항만 전후방 시스템 전반에 최적화를 꾀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부산항 AX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기업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계기로 해양경제권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은 해양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항만이 용광로가 되어 해양 기술·산업·정책을 한데 녹여낼 때 실행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항 AI 대전환은 도시의 산업 생태계, 일자리 구조, 글로벌 위상을 바꾸는 과업이다. 국내 항만 최초이자 유일한 AI 로드맵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산항의 미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항만물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항만의 미래와 해양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2026-0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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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별 차등요금제, 빠른 시일 내 전면 도입하는 게 맞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에만 연내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할 수단으로 지역별 요금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 비수도권에 기업을 이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당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전소 소재 지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고안됐다. 따라서 이제 와서 주택용을 배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대형과 소형모듈 등 신규 원전 3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데 이어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손해를 감내 중인 부울경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밝힌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서 “일반 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지역 차등요금을 적용하는 게 당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맞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의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산업용과 주택용 등에 대한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별 요금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숙원 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간의 이런 흐름을 무시한 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그동안 부울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요금제 도입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주택용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과 시민단체는 지역별 요금제가 당연히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돌변’한 입장은 수도권 민심 눈치 보기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시적인 원전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에 보내는 부울경 주민들은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수도권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전기가 지역 주민이 감내한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지역별 요금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모든 분야에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길 촉구한다.
2026-02-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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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점 쪼그라드는 금융중심지 부산, 빈껍데기로 전락하나
부산은 2007년 제정된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거기에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KRX)의 역할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KRX도 본사 이전 직후 서울 근무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부산 본사라는 간판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곧잘 받아왔다. 그럼에도 금융중심지 부산의 미래를 담보할 상징적 존재로서 꾸준히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젠 KRX의 주요 기능인 주식 거래마저도 반토막이 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등장한 대체거래소가 주식 거래 상당량을 잠식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대금 점유율은 이달 현재 32% 수준이다. 출범 당시 NXT가 밝힌 점유율 목표가 ‘3년 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점유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32% 수준의 점유율도 한때 NXT의 거래대금이 KRX의 절반 수준에 이르자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는 ‘제동장치’를 가동해 옴으로써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주체가 돼 별도로 만든 NXT가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주식시장의 거래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나마 본사 주소지를 부산으로 해 두고 있는 KRX와는 달리 순수한 ‘서울’ 거래소라 할 수 있는 NXT의 이 같은 질주는 자본시장의 비중이 이미 상당 부분 NXT로 넘어갔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KRX는 NXT가 자본시장 감시 등 공적 기능은 대부분 KRX에 맡겨놓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한다. 하지만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거래소끼리의 이권 다툼보다는 금융중심지라는 부산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점이 더 위협적이다. 이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나온 코스닥 분리와 KRX 지주사 전환 등의 잇단 언급이나 여권의 관련 법안 발의와 맞물려 서울 거래소 확립이라는 흐름으로 읽힐 정도다.
NXT의 출범과 코스닥 분리 시도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논리는 ‘시장 경쟁력 강화’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를 통합한 KRX의 등장 시기인 2005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당시 통합의 이유는 ‘시장 효율성 강화’였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같은 이유로 자본시장의 통합과 분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혹여 그 이면에 명목으로나마 부산에 본사를 둔 KRX를 형해화하고 서울 거래소로 자본시장의 무게를 옮기려는 시도는 없는지 강력히 따져야 할 이유다. 이 정도면 주식 거래 관련 대통령 참석 기념행사를 부산의 KRX 본사가 아니라 여의도에서만 해 온 것으로는 모자라는 세력이 존재하는 건 아닌가 싶다.
2026-02-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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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증원, 소모적 갈등 접고 지역 필수의료 강화의 길로
정부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신설 정원은 모두 10년 의무 복무 조건의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역에는 모두 3342명의 지역의사가 배출된다. 이는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 의료 정책이 전환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점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2000명 증원’ 강행으로 응급의료가 마비되는 혼란을 경험했던 국민은 의정 갈등 시즌2 재연을 걱정하고 있다. 의사 증원 논의는 지역 필수의료를 되살리려 시작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 따르면 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최대 1만 1000명이다. 추계위는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지난해 설치된 독립 심의 기구다. 정부와 의료 공급자·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추계위 논의를 근거로 2027~2031년 의대 증원을 추산했다. 이번 증원안은 정부와 보건 전문가, 의료 수요·공급 단체들이 두루 참가해 숙의 끝에 도출된 결과다. 특히 증원 대상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의사제 전형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대승적 수용이 절실하다. 지방 병원의 인력난, 특히 소아청소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기피 진료과의 붕괴 위기를 고려하면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의사 단체들은 지역의사제 도입이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식의 의심 속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나아가 추계위의 의사 부족 예측마저 부정한다. 하지만 추계위에는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위원이 다수여서 반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의사라는 직역은 단지 전문직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다루는 공적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다.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비친다면 사회적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는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공공의료사관학교 정원을 제외하는 등 증원 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지방 의료 공백을 막는 대책을 내놓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의 성공은 운영의 내실에 달려 있다.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 필수의료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수련 병원이 부족해 수도권에 의존한다면 무늬만 지방 필수의료가 된다. 또 교육 인프라의 확충, 기피 과목에 대한 보상 구조, 장기 복무를 유인할 정주 여건 개선 등 지역의 제도와 환경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정부는 무조건 강행하기보다는 의료계를 끝까지 설득하고 지방 의료 개혁에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의사 단체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대 증원은 의료 체계 개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 갈등의 고리를 끊고, 지역 필수의료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에 집중할 때다.
2026-02-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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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라지는 어린이집 0세반… 이러니 애를 안 낳을 수밖에
정부는 올해부터 저출생 대책으로 ‘어린이집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0세반 보육교사 1인당 담당하는 영아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0세반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일보〉가 부산 지역 16개 구·군 국공립어린이집 333곳의 0세 원생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0세반 정원이 없거나 줄인 곳이 148곳으로 전체의 44%에 달했다. 그 결과 대기 인원이 무려 3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양질의 교육과 돌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오히려 부모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셈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0세반 운영을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이유는 예산 부담 때문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따르려면 기존 0세반 전담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 기존 0세 원생이 12명이었던 곳은 전담 교사가 4명만 있어도 됐지만, 바뀐 지침으로는 교사가 2명 더 필요하다. 0세 원생을 1명만 늘려도 교사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부산 지역 0세 원생 월평균 등록비는 58만 4000원 수준이다. 반면 교사 1인당 인건비는 통상 약 300만 원이다. 0세반 전담 교사 1명당 인건비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정원과 교사 수를 늘릴수록 어린이집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0세반 개설을 최소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0세는 양육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며, 아동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첫 단계다. 출산 공백기를 딛고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는 부모의 심적 부담도 매우 높아지는 때다. 이 시점에서 보육 문제를 해결해 줄 0세반 어린이집이 모자란다면,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더욱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부모 등 주변 사람들에게 양육을 의존하거나 베이비시터를 수소문하며 높은 육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이 아직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선책을 빨리 찾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영아가 양질의 배움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사업 취지를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서 정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저출산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런데도 0세 아동을 제대로 맡길 곳이 부족하다니 정책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0세반 운영의 축소는 보육 인프라 부족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저출생 현상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국비 지원,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 확대 등 0세 아동 돌봄 인프라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믿음조차 주지 못한다면 누가 애를 낳겠는가.
2026-02-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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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례 조항에 제동 걸린 행정통합 속도전… 예견된 혼란
이재명 정부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특례로 내세우며 강력히 추진해 온 광역 행정통합이 암초를 만났다.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3곳의 광역 행정통합을 위한 개별 특별법이 담고 있는 특례 조항의 정부 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다. 정부 부처들은 해당 개별 특별법이 포함하고 있는 상당수의 특례 조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해당 특별법 심사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맞닥뜨린 정부 부처의 높은 벽에 통합 추진 지역에서는 거센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위로부터 추진해 온 행정통합이 불러올 부작용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정부 부처의 특별법 특례 조항 불수용 입장 표명으로 가장 들끓고 있는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이 지역이 마련한 개별 특별법 안에는 통합신공항 같은 대형 사업 예비타당성 면제 등 335개 특례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나 137개 조항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받았다. 정부 부처들은 광주·전남이 추진하려는 개별 특별법에 대해서도 374개의 특례 조항 중 119개 조항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들에서는 “이러려면 굳이 특별법을 제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까지 나온다. 중구난방으로 추진돼 온 개별 특별법이 정부 부처 의견에서부터 ‘불수용’이라는 벽에 부닥치자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입법 초기부터 각종 부작용이 노정되자 속도전 식으로 추진돼 온 광역 행정통합에 대한 비판 여론도 다시 고개를 든다. 권한 이양 방식과 재정지원 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기준 마련이 없었기에 정부 부처 불수용은 예고된 부작용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 입법 과정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개별적으로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을 낸 지자체 중에서는 다른 지자체의 특례 조항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곳도 있다. 이는 광역 행정통합이 현실화한 이후에도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례 불균형이 초래할 형평성 문제는 어쩌면 갈등을 넘어 또다른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행정통합이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당연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후 행정통합은 지자체에 제공할 정부의 인센티브를 내세운 속도전 양상이 됐다. 지방선거 전 통합 때만 인센티브를 준다는 식의 의도로까지 읽혔다. 위로부터 행정통합이 추진되다 보니 지자체 별로 마련한 특별법이 특례를 마구 넣게 된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라 할 것이다. 이제라도 행정통합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낚시성 이벤트에 가까운 방식으론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 부작용은 법 시행 과정에서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6-02-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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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카이치 총리 총선 압승, 실용외교 중요성 더 커졌다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하며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를 단독으로 넘겼다.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다. 연립 여당까지 포함하면 의석은 4분의 3에 육박한다. 자민당 압승을 주도한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로 명실상부한 ‘1강 체제’를 구축했고 장기 집권의 토대까지 마련했다. 조기 해산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일본 정치를 다시 절대다수 시대로 돌려놓았다. 요는 이 같은 변화가 동북아 질서에 미칠 파장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첫 여성 총리이자 비세습 정치인이라는 상징성, ‘강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명확한 메시지가 보수층은 물론 무당층까지 끌어모았다. 경제 침체와 안보 불안 속에서 일본 유권자들은 안정과 결단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특히 방위력 강화, 외국인 규제 강화 등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기조는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흐름과 맞물렸다.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의석을 크게 늘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이로써 다카이치 내각은 자위대 역할 확대 등 안보 정책 전반을 한층 더 자신 있게 추진할 여건을 갖추게 됐다. 일본 정치의 보수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전날 출구 조사에서 압승 전망이 나온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이 자민당의 당론임을 분명히 하며 평화헌법 9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조항 재검토 가능성, 야스쿠니 신사 참배 환경 정비 발언도 해 주변국을 자극했다. 당장 참의원 구도상 개헌안 발의는 어렵지만 2028년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외교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한반도 안보 환경과 군비 경쟁, 중일 갈등의 연쇄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가 일본의 정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다.
과거 일본의 우경화는 주변국에 경계심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안보 강화는 트럼프 2기 미국의 압박과 중일 갈등 속에서 일본이 처한 구조적 현실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국 외교의 축은 실용이어야 한다. 한미일 공조를 활용하되 국익과 원칙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일본의 군사적 정상국가화에는 전략 대화와 셔틀 외교로 우려를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중일 갈등의 파고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도를 경계하며 외교적 자율성도 지켜야 한다. 다카이치의 총선 압승은 일본 정치의 전환점이자 동북아의 시험대다.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되, 협력할 사안에는 적극 협력하고 경계할 지점에서는 분명히 선을 긋는 실용외교가 지금 이재명 정부에 요구되는 자세다.
2026-02-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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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거래소서 코스닥 분리해 서울거래소 만들겠다는 건가
청와대와 여권발 ‘코스닥 분리’ 구상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두고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가 명분이지만 한국거래소를 쪼개 탄생한 코스닥 거래소가 결국 서울에 본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 감시 기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이전된 기능을 회수한 서울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은 국가 전략으로 금융중심지로 지정되어 있지만 항상 ‘서울 블랙홀’의 침식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설립이다.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꼴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코스닥이 별도 법인으로 나와 IPO까지 추진할 경우, 실질적 지배 구조와 정책 중심은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는 명패만 남고 기능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력 유출, 수도권 쏠림, 정책 일관성 부족 속에서도 서울과 부산의 역할 분담이 유지돼 왔지만 코스닥이 분리되면 이 균형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는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의 금융개혁 취지에는 공감한다. 한국거래소의 수익률이 해외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경쟁력에 취약하고, 특히 코스닥은 차별성·신뢰성 위기로 유망 기업이 미국 나스닥을 선호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분리일 필요는 없다.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도 상장·퇴출 기준 정비, 투자자 보호, 성장 단계별 시장 기능 강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이번 코스닥 분리 논의는 국가 정책 일관성과도 충돌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5극 3특’을 통한 지역 경제권 부흥 기조와 배치된다.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외치면서 동시에 금융중심지 기능을 서울로 환원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중심지 부산’ 육성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경쟁력 제고가 진정한 목표라면, 그 출발점은 기존 금융중심지의 약화가 아닌 강화여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로 이미 서울에 대체거래소를 허용한 상황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부산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지주회사 전환은 2014년 좌초된 적이 있다. 시장 이원화에 따른 혼란, 거래 유동성 약화, 투자자 혼선이 문제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내실을 기하려면 분리 전에 신뢰와 기능 강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필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
2026-02-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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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전~마산선 6년 끌다 이제 와서 사고조사위 구성한다니
개통이 6년 넘게 늦어진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사업에 대해 정부가 개통 지연 원인과 안전성을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사고조사위가 2020년 3월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에서 발생한 낙동 1터널 붕괴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지 6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사고조사위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한다니 무슨 말인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뒷북 행정’이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부전~마산선의 조속한 개통을 촉구해 왔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수도권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원인 조사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전~마산선은 부산 부전역에서 김해 장유역을 거쳐 창원 마산역까지 51.1km 구간을 잇는 핵심 광역철도망이다. 2020년 6월 개통만 되면 ‘부울경 1시간 생활권’이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해 3월 낙동강 하저터널 지반침하 사고로 상황이 급변했다. 사고 복구에만 수 년이 걸렸고 현재 공정률은 사실상 완공 단계인 99%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와 시행사가 피난 연결 통로 설치 등 세부 사안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데다, 터널 붕괴 복구공사 비용을 놓고 거액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공기를 올 연말까지 1년 더 연장했다. 복구공사와 개통이 늦어지면서 지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사고조사위는 6월 4일까지 4개월간 운영되는데,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국토부가 사조위 운영으로 개통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운영 기간에 공사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해 상공계와 주민자치협의회 등은 최근 정부를 향해 “기업 투자 유치와 시민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크다”며 조속한 개통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 개통을 촉구하는 주민 의견을 듣고 “비용 문제가 있다면 선 개통하고 정산하는 등 순서를 바꿔서라도 속도를 내 달라”고 국토부에 당부했다. 대통령의 주문이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부전~마산선 조기 개통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6일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정책·재정 지원을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핵심 인프라인 부전~마산선 개통은 시급한 과제다. 광역급행철도(GTX)가 거미줄처럼 얽혀 수도권을 하나로 묶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울경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없이 크다. 제대로 된 광역철도망 하나 없이 지역민들은 언제까지 희망 고문에 시달려야 하나.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조속한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6-02-09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