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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완전체 해수부 부산 이전에 지역 역량 총결집해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시작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지역현안으로 떠오른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부산 이전이 ‘해양수도 부산’의 방향성을 선도하는 구체적인 그림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내 이전 강행이라는 대통령의 의지와 이전 당사자인 해수부의 기민한 움직임이 주를 이루던 해수부 부산 이전은 부산지역 민·관이 그에 걸맞은 행동에 나섬으로써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모양새가 됐다. 막연히 정부 부처 하나를 부산으로 옮겨오는 것처럼 비춰졌던 해수부 부산 이전은 부산지역 민과 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함께 역할을 떠맡으면서 해수부의 역할과 부산의 비전을 각각 씨줄과 날줄로 엮어 더 완전한 해수부를 만드는 계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쪽은 부산지역 민간단체들이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7일 모임을 갖고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해양수산업계까지 참여한 이 협의회는 해수부를 비롯해 HMM 본사 등의 부산 이전을 위한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발족 당일 열린 토론회에서 이들 단체는 제일성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해양 관련 기관 부산 집적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해수부 이전과 함께 조선·해양플랜트와 해양관광·레저를 비롯한 해양 연관 산업 관할권도 해수부로 통합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단체들의 이 같은 행동 이튿날인 8일 부산시는 국정기획위원회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와 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의 부산 공약 주요 과제를 건의했다. 부산시는 해수부와 해양 공공기관 부산 통합 이전을 첫머리에 내세움으로써 전날 민간단체들이 강조한 내용들의 국정과제 반영에 공을 들였다. 이와 함께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립과 해운 물류 대기업 본사 부산 이전, 북극항로 선도 도시 조성 등 해양강국 한국의 토대가 될 해양수도 부산의 방향성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해수부 부산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부산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벌어진 정쟁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민·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 부산의 방향성을 설정한 덕인지 해양수산 기업의 부산행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난달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신생 기업이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수산기업인 ‘에이디수산’이 이례적으로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는 소식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선 부산지역 민·관의 행보는 이제 첫발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행보가 거대한 물결이 돼 해수부가 모든 해양 관련 업무를 틀어쥔 완전체로 부산에 오는 길을 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라야만 해양수산 기업들의 부산행도 지금보다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5-07-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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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 25% 관세 통보 한미 정상회담이 막판 돌파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이 드디어 한국에 떨어졌다.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온 것이다. 예상된 수순과 내용이긴 하지만, 이미 적용 중인 품목별 관세(자동차 및 부품 25%, 철강과 알루미늄 50%)와 별개라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나마 시행 예정인 8월 1일까지 3주가량의 협상 기한이 주어진 점은 다행이다. 그 사이 관세·비관세와 경제·안보, 투자, 통화 등 4대 분야를 아우르는 패키지 딜의 합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말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이상적인 수순이다.
정부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했지만 서한 발송을 막지는 못했다.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미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과 검역 완화 및 디지털 분야에서 플랫폼·데이터 규제 완화 등의 비관세 장벽까지 트집을 잡고 있다. 통상에 더해 안보 요인까지 감안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심정일 수밖에 없다. 해법 찾기가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해관계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 제안을 하면 8월 1일 관세 부과일 조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돌파구가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지금 8월 1일이라는 관세 발효 데드라인을 받아 놓은 만큼 정상회담은 7월말 조기 개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세나 방위비 문제도 그렇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디지털 규제 완화는 국내 여론 악화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 탓에 실무 협상단의 재량권에만 맡겨 놓을 수만도 없다. 정상회담을 통한 패키지 딜이 유일한 출구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실무적 조율이 끝난 뒤 정상 간에 실질적 국익 극대화를 위한 상호 양보와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야 ‘8월 1일 관세 발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라고 특혜를 주거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가치 외교를 내세워 지원을 얻으려던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푸대접과 면박을 당한 사례가 반면교사다. 미국에 실리를 안기면서 동시에 우리 국익을 지키는 묘안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세를 단일 이슈로 보지 말고, 투자, 경제, 안보, 비관세 장벽과 함께 묶되,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과 신속한 합의를 이루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물론 패키지 딜의 실질적 이행력, 국내 산업·고용에 미칠 영향, 장기적 대미 협상력까지 고려한 정교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성과에 국운이 걸려 있다.
2025-07-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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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율 대책 없나
지난해 부산 지역 전문 건설공사액 5조 5000억 원 중 부산 업체의 수주 비중이 46%로 추락한 것은 지역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전문건설협회가 하도급 통계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등 타 지역 업체가 과반(54%)을 차지하는 바람에 부산 업계는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장기 불황과 미분양 누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선 한계 기업이 잇따르는 상황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담당한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비롯한 지역의 대형 사업장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율을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
아파트 등 민간 부문의 지역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민간 공사의 지역 하도급은 38.7%에 불과했다. 특히 만덕~센텀 대심도 공사는 1군 건설사가 수도권 협력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부산 업체 참여율이 7% 미만이었다. 지역 기업이 지역 사업을 수주해야 역내 고용 창출과 자재·장비 지출 및 지방세 수입으로 이어진다. 하도급 비율 하락은 자금 유출을 초래하고,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직결된다. 문제는 부산시가 조례로 ‘지역 업체 70%’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도권 건설사들은 ‘의무’가 아닌 ‘권장’ 규정인 점을 악용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점이다. 지역 업체 홀대를 차단할 대책이 절실하다.
부산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참여에서 소외되거나 갑질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부산시가 하도급관리팀 직제를 신설한 게 2016년의 일이다. 이듬해 이 팀이 조사한 결과, 하도급 비율은 68%였다. 이 비율은 2022년 53.7%, 2023년 50.5%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해 처음 과반에 못 미쳤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닌 이유는 그 사이 부산 건설업계가 겪은 부침 탓이다. 지난해 건설사 대여섯 곳이 부도 처리되고, 50여 곳이 폐업·등록말소됐다. 올해도 중견 건설사 부도와 기업회생 돌입이 이어졌다. 미분양 물량이 16년 만에 최대치인 것도 같은 위기 상황의 또 다른 단면이다. 가덕신공항마저 지연되면서 지역 업체의 고통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회생을 위해 부산시와 각 기초지자체가 관급 공사를 시작으로 강력한 행정 지도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도 동일한 ‘70%’ 조례를 갖고도 각종 행정 수단을 동원해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예컨대 ‘70% 이행 계획서’를 받거나, 실태 점검과 불이익 부여 등을 통한 행정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대형공사 특성상 하도급 업체 등록에는 일정한 기술·자금·신용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업계의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건설은 연관 산업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 건설업의 하도급 참여를 확대할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2025-07-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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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바지 미 관세 협상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 시험대
미국이 8월 1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를 적용한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8일까지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고민은 남은 협상 시한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7일 상호관세 적용 시점을 연기한 데다 이달 말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소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3주라는 시간이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자동차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이번 관세 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첫 시험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9일까지 상호관세 등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막판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인 것이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상호관세가 8월 1일부터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효 시점이 사실상 3주 유예된 것이다. 특히 베센트 장관은 만약 서한을 받더라도 7월 말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는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8월 1일에 다시 4월 2일 발표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통상·안보 라인을 총동원한 것은 이번 관세 협상이 단순한 통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인상 문제 등 다양한 양국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에 특사단도 보낸다. 특사단에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과 김우영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 특사단은 미국 현지에서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 안보 협상 등 현안을 백악관 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성실한 협상 자세를 보여 일단 관세 서한 발송 대상국에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와 안보를 중점으로 투트랙 협상을 하면서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 조선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등의 카드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지난달 캐나다 G7 정상회의 때 불발된 한미 정상회담을 8월 1일 이전에 개최하도록 일정을 확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상들의 만남을 통해 난제를 일괄 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명운을 건 새 정부의 총력전을 기대한다.
2025-07-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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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작동 안 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숨지는 참사가 8일 사이 부산에서만 두 차례 반복되면서 ‘돌봄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숨졌고, 지난달 24일 오전 4시 45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졌다. 모두 부모가 야간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들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연이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일보〉에 따르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3개 구에서 ‘24시간 긴급보살핌늘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한 보살핌이 필요한 만 3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이 이용가능하다. 센터당 하루 최대 15명을 돌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곳의 센터 가운데 16곳의 이용자는 0명이었다. 대부분 센터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해 심야 돌봄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곳은 시교육청 소재 센터 1곳뿐이다. 지난해 29개 센터 이용자는 1905명에 그쳐 이용률이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1.09%에 불과하다. 또 연제구·동구·수영구엔 센터가 아예 없어 지역별 센터 편중 해소 방안 마련도 과제다.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하는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의 이용률 역시 저조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아이돌봄서비스 단기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6824건으로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3.89%에 그쳤다. 서비스 비용이 시간당 1만 2180원으로 만만치 않다. 소득 구간마다 정부 지원금이 달라 소득 판정을 미리 받아야 해 신청 방식도 까다롭다. 부산진구 센터 아이돌보미는 238명이지만, 동구 센터는 54명에 불과해 구마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야간 근무를 희망하는 돌보미도 적어 신청을 해도 매칭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어린이 참변과 관련,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쳐 전반적인 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심야와 새벽 등 취약 시간대에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계층의 서비스 부담금 감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와 시는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돌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분한 예산과 세밀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생색만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2025-07-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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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후보자 엄정한 검증이 새 정부 국정 동력 출발점
이재명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인준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던 여야는 이달 중순부터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청문 정국 ‘2라운드’에 돌입하며 다시 한 치도 물러섬 없는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의 중심에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단순한 논문 중복 게재를 넘어 제자 연구 성과 무단 인용이라는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교육부 장관은 단순한 행정부처의 수장을 넘어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요구받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장관 후보자는 2018년 충남대 교수 재직 시절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은 논문 두 편을 서로 다른 학술지에 발표해 ‘논문 쪼개기’ 논란을 자초했다. 더 나아가 이 논문들이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의 박사 논문과 유사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사도는 35%에 달하며 실험 설계와 결론 등에서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실수나 해석의 차원으로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힘은 “범죄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 위반은 아니다”는 취지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물론 공대 특성상 제자와의 공동 연구가 잦고 실험 장비나 환경이 유사할 수 있다는 점, 또 총장 임용 당시 검증을 거쳤다는 이 후보자 측의 반론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당한 해명이라면 철저한 자료 제출과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우리는 역대 정부마다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한 사례는 종종 봐왔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후보자 외에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겹치기 근무 의혹,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이해충돌 논란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초대 내각의 조속한 출범을 통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고 싶겠지만 그럴수록 인사 검증은 더욱 엄정하고 철저해야 한다.
인사는 정권의 철학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등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는 시험대다. 이번 청문회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조가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시간이다. 총리 인사 강행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장관 후보자들까지 잇따라 논란에 휘말리면 국정 동력과 초기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여야가 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윤리적 논란을 외면한 채 임명을 밀어붙이는 건 더 큰 문제다. 새 정부는 인사 검증을 부담이 아니라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민은 지금 정부의 인사 기준을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2025-07-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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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해야 대한민국 지속 가능한 발전
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해 왔다. 농촌을 희생해 도시를 키웠고, 지방 대신 수도권에 국가 자원이 집중되는 식이었다. 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먼저였고, 특정 지역과 계층, 산업을 우대했다. 불균형 발전이 누적된 결과, 수도권은 과포화되어 성장력이 한계에 부딪힌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생활 인프라 악화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중앙의 과도한 불균형이 우리나라 지속적 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한 지적은 국가의 구조적 위기를 정확히 진단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추세를 반전시킬 국가 발전 전략과 실행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 시대’ 등의 구호가 되풀이됐지만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가 되레 심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실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고, 지역 주민은 번번이 ‘희망 고문’을 견뎌야 했다.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의 의지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되고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 지방 배려를 넘어서, 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추세 반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인구 소멸 지역에 ‘소비쿠폰’이 추가 지급되는 사례를 들면서, 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해 지방교부세 등을 더 받는 법제화 추진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부산의 현안을 콕 찍어 설명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대전과 충남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부산이 해수부가 있기에 적정하다”며 이전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심각’해지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사정, 특히 “부산 상황이 사실 매우 심각하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위급성을 설명하며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한 대목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 역시 인천과 경쟁하는 구도인데, 앞으로 정부는 불균형한 발전의 피해를 입은 비수도권 지역을 우선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취임 30일 만에 대통령이 수도권 일극주의를 성장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균형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지방의 시선에서 볼 때 ‘목마르다고 소금물 마시는 격’이라고 비유한 대목은 발상의 전환으로 읽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의지보다 실행력이다. 대통령의 공약조차 수도권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히거나, 정치권과 관료의 저항에다 지역 간 갈등이 겹쳐 흐지부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공약을 재차 다짐했다. 수도권 일극주의가 타파되지 않으면 국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의 실행력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5-07-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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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겨진 아이들 잇단 참변 돌봄 사각지대 꼼꼼히 살펴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남겨진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부산에서 또 일어났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4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유사한 인명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고 모두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부터 노후화한 아파트에서 초기 화재 진압 설비가 없었다는 점까지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어린 생명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화재 사고가 단기간에 잇따라 발생하자 이 같은 사고를 막을 대책 마련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화재가 발생한 기장군 아파트는 2007년, 부산진구 아파트는 1994년 준공된 비교적 노후화한 아파트들이다. 전문가들은 옛 기준에 따라 지어진 이들 아파트의 경우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제품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2018년에서야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의무 설치가 확대된 스프링클러 등 초기 화재 진압 설비는 설치가 돼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여력이 없다면 화재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쉬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동만 집에 남겨질 때 등을 대비해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람이 전송되는 알림형 화재감지기라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소방 설비 확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부모 없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는 기존의 돌봄 제도가 이 같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까지 촘촘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긴급 돌봄 제도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일 수도 있지만 향후 어린 아이들만 놔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에게 그렇게라도 안전망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도리다. 부산교육청이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 화재에 대응하는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긴급 제작하고 모든 교육기관에 배포하기로 한 것도 그런 도리의 연장선에 속한다고 본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는 게 우리 사회의 전통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아이 키우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와도 연결되는 문제였다. 열흘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반복된 화재 사고로 아이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이 같은 태도를 근본적으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이번 화재 사고들은 혹시라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은 없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건물 노후화나 초기 화재 진압 설비 미설치, 돌봄 제도 허점 등의 문제점 파악은 그런 관심의 시작일 뿐이다.
2025-07-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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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정치권, 해수부 이전 놓고 정쟁 벌일 때 아니다
이재명 정부 집권 초창기 최대 지역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비교적 순풍을 받으며 진행중이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연내 부산 이전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후속조치가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당사자인 해수부가 부산 이전 준비를 위해 이전 추진기획단을 확대 개편하자 이전 대상지인 부산도 해수부의 부산 연착륙을 위한 주변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남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마치 정쟁 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상대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중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해수부는 이달 들어 기존 ‘해수부 부산 이전 준비 태스크포스’를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기획단’으로 개편했다. 기획단은 부산 이전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청사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임시청사 후보지 물색에 발빠르게 나섰다. 800명 수용 가능 규모와 보안 시설 완비 여부, 부산역 등 교통결절지와의 접근성 등을 놓고 부산 중·동구 일대와 서면 등지의 여러 빌딩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후문이다. 해수부의 속도전에 맞춰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해수부 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해수부 이전 정주여건 개선 지원 조례 제정을 제안했다. 부산시도 해수부와 별도 소통 창구를 개설해 실질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해수부의 부산 연착륙을 위해 이전 당사자와 이전 대상지가 안팎으로 힘을 모으는 줄탁동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해당 이슈를 정쟁화하는 구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운대구 구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제안한 해수부 부산 조속 이전 촉구 결의안 채택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전원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부산을 짓밟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을 일찌감치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도드라지는 행태들이다. 해수부 부산 연착륙에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기 위한 협치를 도외시한 이 같은 행태들은 유권자들에게 날선 고함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정부 부처 하나가 청사를 옮긴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일이다. 30년이 다 되도록 입으로만 외쳐온 ‘해양수도 부산’을 현실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부산지역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내세운 정치적 가치인 ‘협치’ 없이는 지역 역량의 결집은 어불성설이다. 해수부의 성공적 부산 안착 문제는 지역의 정치적 협치를 넘어 한국 정치 지평에서 협치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성공의 끝에 진정한 해양수도 부산과 해양강국 한국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2025-07-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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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울경 광역철도 균형발전 차원 전향적 결정 필요하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발표가 임박했다. 여러 차례 연기되며 지역민의 속을 태운 예타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쯤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단순한 교통망을 넘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그만큼 부울경 정치권과 지자체는 수년째 이 사업에 사활을 걸며 긴장된 대기 상태를 이어왔다. 특히 이 사업은 ‘부울경 30분’ 생활권 실현의 관문이자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예타 결과의 상징성과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예타 통과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돼야 할 국가적 책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에 맞선 비수도권 균형발전의 결정판이다. 노포에서 KTX울산역까지 총연장 48.7km, 사업비 2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동남권 산업벨트를 잇는 대동맥이자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 축이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물론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조속 추진을 한목소리로 촉구해 왔으며 여러 차례 정부 방문과 공동 건의, 특별법 발의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광역교통망 없이는 부울경의 생활·경제 공동체도 없다”며 광역철도 조속 추진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내건 공약이라면 이제 실행으로 이를 증명할 때다.
그동안 사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뒤 2023년 예타에 착수했으나 이후 결과 발표는 수차례 지연됐다. 그때마다 지역 사회에서는 실망했다. 여기다 예타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타는 기본적으로 인구 밀도와 경제력 등 정량적 경제성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수도권 사업은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만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결국 비수도권 광역철도 사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평가 틀 속에서 출발선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향적인 판단이다. 더는 제도 자체가 지역균형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핵심 키워드는 ‘5극 3특’, 즉 5대 초광역권의 동시 성장이다. 그중에서도 부울경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비수도권 경제권이며 대통령이 직접 ‘광역철도 조속 추진’을 공언했던 곳이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제 그 말에 행동이 따라야 한다. 부울경 30분 시대라는 상징적 약속이 예타 통과 실패로 무산된다면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균형발전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답해야 할 때다.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5-07-03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