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작 필요한 곳에는 작동 안 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시교육청 늘봄센터, 심야 돌봄 이용 저조
충분한 예산과 세밀한 정책 지원 나서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숨지는 참사가 8일 사이 부산에서만 두 차례 반복되면서 ‘돌봄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오후 11시께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숨졌고, 지난달 24일 오전 4시 45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아파트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졌다. 모두 부모가 야간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들을 위한 긴급 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연이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일보〉에 따르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3개 구에서 ‘24시간 긴급보살핌늘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한 보살핌이 필요한 만 3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이 이용가능하다. 센터당 하루 최대 15명을 돌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곳의 센터 가운데 16곳의 이용자는 0명이었다. 대부분 센터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해 심야 돌봄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곳은 시교육청 소재 센터 1곳뿐이다. 지난해 29개 센터 이용자는 1905명에 그쳐 이용률이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1.09%에 불과하다. 또 연제구·동구·수영구엔 센터가 아예 없어 지역별 센터 편중 해소 방안 마련도 과제다.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방문하는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의 이용률 역시 저조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아이돌봄서비스 단기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6824건으로 부산 유아부터 저학년 아동(0~9세) 17만 5221명의 3.89%에 그쳤다. 서비스 비용이 시간당 1만 2180원으로 만만치 않다. 소득 구간마다 정부 지원금이 달라 소득 판정을 미리 받아야 해 신청 방식도 까다롭다. 부산진구 센터 아이돌보미는 238명이지만, 동구 센터는 54명에 불과해 구마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야간 근무를 희망하는 돌보미도 적어 신청을 해도 매칭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어린이 참변과 관련,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쳐 전반적인 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심야와 새벽 등 취약 시간대에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계층의 서비스 부담금 감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와 시는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돌봄·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분한 예산과 세밀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생색만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