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25% 관세 통보 한미 정상회담이 막판 돌파구
안보, 투자 등 묶은 패키지 딜 접근 필요
정상 간 담판·신속 합의 유일 출구 전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이 드디어 한국에 떨어졌다.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온 것이다. 예상된 수순과 내용이긴 하지만, 이미 적용 중인 품목별 관세(자동차 및 부품 25%, 철강과 알루미늄 50%)와 별개라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나마 시행 예정인 8월 1일까지 3주가량의 협상 기한이 주어진 점은 다행이다. 그 사이 관세·비관세와 경제·안보, 투자, 통화 등 4대 분야를 아우르는 패키지 딜의 합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말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이상적인 수순이다.
정부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했지만 서한 발송을 막지는 못했다.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미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과 검역 완화 및 디지털 분야에서 플랫폼·데이터 규제 완화 등의 비관세 장벽까지 트집을 잡고 있다. 통상에 더해 안보 요인까지 감안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심정일 수밖에 없다. 해법 찾기가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해관계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 제안을 하면 8월 1일 관세 부과일 조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돌파구가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지금 8월 1일이라는 관세 발효 데드라인을 받아 놓은 만큼 정상회담은 7월말 조기 개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세나 방위비 문제도 그렇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디지털 규제 완화는 국내 여론 악화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 탓에 실무 협상단의 재량권에만 맡겨 놓을 수만도 없다. 정상회담을 통한 패키지 딜이 유일한 출구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실무적 조율이 끝난 뒤 정상 간에 실질적 국익 극대화를 위한 상호 양보와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야 ‘8월 1일 관세 발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라고 특혜를 주거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가치 외교를 내세워 지원을 얻으려던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푸대접과 면박을 당한 사례가 반면교사다. 미국에 실리를 안기면서 동시에 우리 국익을 지키는 묘안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세를 단일 이슈로 보지 말고, 투자, 경제, 안보, 비관세 장벽과 함께 묶되,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과 신속한 합의를 이루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물론 패키지 딜의 실질적 이행력, 국내 산업·고용에 미칠 영향, 장기적 대미 협상력까지 고려한 정교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성과에 국운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