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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온천서 묵은 때 빼고, 새해 광 내자
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가족들이 함께 목욕탕에 가서 묵은때를 밀었다.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였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 해운대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Go Go 해운대온천> 덕분이었다. 해운대 온천 대중탕 10곳을 찾아가 즐긴 체험기를 읽다 보니 목욕탕을 향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직접 방문하거나 자료 조사를 추가해 해운대 온천 대중탕의 특징을 비교해 봤다. 할매탕, 해운대온천센터, 클럽디 오아시스, 스파랜드, 송도탕, 힐스파, 해운온천, 베니키아 호텔, 해운대온천 족욕탕까지 9곳의 이야기다. 해운대에는 바다 말고, 온천도 있었다!
■두 지붕 한 가족 할매탕&해운대온천센터
1935년에 영업을 시작해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매탕’부터 먼저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 리모델링해서 깨끗하다. 직원들이 수시로 물 온도를 체크하는 모습도 믿음이 간다. 해운대 온천은 식염천이라더니 역시나 물맛이 약간 짭짤하다. 초창기에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고 이름이 붙었단다. 온천수의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에 할머니들이 아픈 부위(?)만 탕에 담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나…. 여탕은 잘 모르겠지만 남탕(할매탕에도 남탕이 있다!)에는 멋쟁이 할배들이 눈에 띄었다.
이웃한 해운대온천센터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낡은 할매탕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운 대규모 온천 시설이 해운대온천센터다. 지하 2층, 지상 7층의 대형 건물이다. 4층은 매표소와 여탕, 5층은 남탕, 7층은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해운대온천센터는 여자 남자 사우나 각각 500평으로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다. 저온탕, 고온탕, 열탕, 냉탕2, 냉각탕1, 폭포수, 소금벽돌사우나, 황토사우나, 암염사우나, 원적외선 조사대 등을 갖추고 있다. 열탕은 온천수 원탕이라 펄펄 끓는다. 해운대온천센터는 해운대 다른 온천 시설에 비해 몇 배 더 깊은 심도인 지하 954m에서 섭씨 63도의 온천수를 하루 평균 1500톤 자체 생산하고 있다. 알고 보니 옛날 향수를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 바로 옆에 별관 형태로 만든 시설이 지금의 할매탕이라고 했다. 고로 할매탕과 해운대온천센터는 두 지붕 한 가족인 셈이다.
■클럽디 오아시스 청수당
해운대 엘시티에 위치한 대규모 스파 및 워터파크인 ‘클럽디 오아시스’는 해운대 온천의 신흥 강자다. 사막 같은 도시에서 오아시스를 꿈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2024년에는 부산 최초의 ‘국민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온도나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양호해 건강 증진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온천이란 의미다. 클럽 디오아시스는 4층 워터파크, 5층 실내외 온천탕, 6층 찜질방과 스파로 구성되어 있다. 목욕탕 개념인 5층은 탕 5개 (해, 운, 목, 지, 금)와 야외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노천탕 테마 구역인 청수당이 있다.
뜨끈한 온천탕에 앉아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혹한의 추위가 몰려온 날, 겨울비가 내리는 날, 특히 청수당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일차 목욕을 마쳤다면 다채로운 찜질방 구경을 다닐 차례다. 찜질방은 소금방, 맥반석방, 히노끼방, 면역공방 등 특색 있는 방으로 꾸며져 있다. 야자 매트를 깔아 자연친화적인 느낌의 소금방은 적당히 따뜻해 휴식하기에 좋다. 스파 이용 시간 5시간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센텀 스파랜드
스파랜드에서는 두 종류의 온천수가 나온다. 염화칼슘온천은 피부를 매끄럽게, 해운대 온천의 전형적인 염화나트륨온천은 혈액순환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2005년 10곳을 뚫어도 나오기 힘들다는 온천수가 두 번의 굴착공사에서, 그것도 각기 다른 온천수가 터져 나오자 ‘신의 축복이 내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스파랜드는 2300여 평의 면적에 18개의 온천욕탕과 13개의 찜질 시설을 자랑한다. 스파랜드 온천은 염화칼슘온천탕, 염화나트륨온천탕, 바데풀(마사지나 지압 효과와 같은 기능을 동시에 갖춘 물놀이시설), 미냉탕, 급냉탕, 핀란드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스파랜드의 찜질방은 마치 세계의 찜질 문화와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것 같다. 심해나 우주에 머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의 웨이브드림룸, 몸 전체로 소리를 느끼며 휴식하는 바디사운드룸, 전자를 발생시켜 몸을 이완시키는 SEV룸 등이 있다. 터키의 고대 욕장을 재현해 대리석에서 증기욕을 체험하는 하맘룸에서는 시간 여행 기분까지 든다. 2층에 위치한 릴렉스룸의 해먹방에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사람들이 공중에 매달려 평화롭게 휴식하고 있다. 기본 이용 시간은 4시간이며, 식음료 1만 원 이상 사용 시 6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부산 여행을 왔다면 클럽디 오아시스, 20~30대라면 스파랜드를 추천한다.
■전망 좋은 베스타부터 족욕탕까지
일제강점기 해운대는 송림과 백사장, 그리고 온천 여관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은 한적한 휴양지였다. 그 흔적이 해운대 온천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송도탕’의 이름에 남아 있다. 송도탕은 소나무 송(松), 파도 도(濤)를 쓴다. 송도탕 이름은 일제강점기 부산의 관광지로 유명했던 온천 숙박시설 송도각에서 따왔다. 동래별장과 쌍벽을 이룰 만큼 유명했던 송도각은 1960년에 불에 타 전소했다. 그 자리를 1970년 대중탕인 송도탕이 이어받았다. 현재 건물은 1997년에 다시 지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곳 냉탕은 다른 곳에 비해 길이가 길고 넓다. 냉탕 물은 장산에서 내려오는 청정수 그대로다. 물도 더 미끈미끈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달맞이언덕에는 통유리를 통해 해운대 앞바다와 오륙도, 광안대교까지 보이는 바다 조망으로 유명한 ‘힐스파’가 있다. 2023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름을 베스타에서 힐스파로 바꿔 재개장했다. 해운대 온천지구의 다른 온천하고 달리 물에서 짭짤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층 암반수의 성격이 강해 미네랄은 풍부하지만, 염화나트륨 비중이 낮아 짠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소금기 특유의 끈적임이 없어 선호하는 분도 많다. 힐스파는 24시간 찜질방을 운영(최대 10시간 이용 가능)하고 수면실도 있다. 혼자 부산 여행을 왔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해운온천’은 오래된 단골이 많은 온천탕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동네 목욕탕의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수질만큼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해운온천 앞에는 시 소유 1호 온천공이 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용출된 온천수를 해운대 곳곳의 온천탕과 숙박시설에 보냈다. 지금은 각 온천마다 자기 온천공을 뚫어 쓰는 경우가 많아 과거보다는 인근 업장에 보내는 온천수 양이 적다. 고온탕은 천연온천 100%. 저온탕은 온천수와 수돗물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이전에는 해운장·해용장 등 온천여관이 있었던 곳이고, 오래된 옛 사진을 보면 해운각이 있었던 곳으로 보인다.
베니키아호텔 해운대 대중탕은 예전에 서울온천으로 알려진 곳이다. 바닷가에서 3분 거리에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이곳에서 온천을 한다. 자체 온천공이 있어 62도의 온천수를 사우나와 전 객실에 공급한다. 서울온천을 2016년 재개발해 베니키아호텔 내 사우나로 재개장하며 온천 규모가 축소되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관광 안내소 바로 옆에는 해운대온천 족욕탕이 있다. 족욕탕 운영시간은 4~10월 13시~18시, 11월~3월 12시~17시다. 요즘 같은 한겨울에도 족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따뜻한 온천물에 족욕을 하고 나면 체온이 올라가 덜 춥게 느껴진다. 언제 봐도 시원한 바다와 따뜻한 온천, 해운대가 새삼 더 좋게 느껴진다. 해운대문화원 최수기 원장은 “국내 유일의 임해 온천인 해운대 온천을 해운대 관광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 해운대 온천 체험을 위한 스탬프 투어를 구성하고, 외국인 때밀기 체험 등 외국인 대상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해운대 구민이 온천을 피부로 실감하도록 입장료 할인과 지역 상권 할인 쿠폰으로 온천을 일상 속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6-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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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온천 역사와 특징
해운대온천의 역사는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제51대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았는데, 해운대 온천에서 목욕하고 씻은 듯이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구남온천(龜南溫泉)으로 불렸다. 피부병과 나병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구남온천의 흔적은 지금도 구남로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다.
근대식 온천으로의 개발은 일본인이 주도했다. 1897년 의사 출신 일본인 와다노 시게미즈가 해운대에서 최초의 근대식 온천을 개발했다. 해운대 온천은 1920년대 전차 노선이 해운대까지 연장되면서 대중적인 온천 단지로 급부상했다. 1934년에는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며 일본인과 국내 관광객이 몰리는 근대 관광 단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해운대온천은 해저 암반의 지하수다. 수백만 년 전 동해 깊은 곳이 갈라지고 그 영향으로 생긴 좁은 틈을 따라 올라온 마그마의 열에 데워진 온천수다. 식염(염화나트륨)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단순 식염천(食鹽泉)으로 약간 짭짤한 맛이 있다. 동래온천과 태종대온천도 식염천이다. 수소이온 농도는 pH 7.7이고, 수온은 섭씨 45~63도를 유지하고 있다.
라듐이 다량 함유되어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말초 혈액 순환 장애, 요통, 근육통, 피부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 입욕 시 비누 거품이 잘 일지 않을 정도로 염도가 강하지만 온천욕을 마치고 나서 몸이 가볍고 피부가 매우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하루 4750톤의 온천수가 생산되며, 연간 60만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2026-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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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이전한 동구 수정동 '낭만 맛집'이 반짝인다
부산 동구 수정동(水晶洞)은 조선 시대에 두모포였다. 두모포에 설치되었던 왜관이 이전하면서 고관 또는 구관(舊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고관이라는 이름의 흔적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수정동이라는 지명은 일제 강점기에 처음 사용되었다. 맑은 샘이 솟아나는 곳, 혹은 수정산 일대에서 수정이 나와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며 수정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설날을 앞두고 수정동을 오랫동안 지켜온 맛집들을 찾아가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들었다. 수정동 터줏대감들은 한결같이 잘 익어서 나는 향기가 흘러넘쳤다.
수정동에 자리 잡은 유일한 시장인 수정전통시장의 역사는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진역을 통해 전국 각지의 보따리상들이 모이면서 상권을 형성했다. 2005년 부산진역이 문을 닫으며 활력이 위축되었지만, 시장 곳곳에 다양한 음식점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수정시장은 우선 머릿고기 수육을 파는 돼지국밥집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저렴한 활어횟집도 많다는 특색이 있다. 숙이수육, 종합식육점, 거창수육, 88수육, 하동수육, 진주수육, 욱이수육, 수정수육, 손가네수육 등 수육집이 9곳이나 된다.
머릿고기는 돼지의 머리 부위에서 얻은 살코기다. 보통 돼지국밥, 순대국밥과 곁들여 먹거나 수육 형태로 즐긴다. 머릿고기는 부위별로 식감이 다양해서 마니아층이 두껍다. 돼지머리 하나에서도 여러 세부 부위가 나온다. 볼살은 쫄깃 담백하고, 항정살(뒷덜미)은 기름지고 고소하다. 콧살과 귀 살에는 연골이 포함되어 씹는 재미가 있다. 식감이 부드러운 혀에서는 독특한 풍미가 난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가게가 수육 배달만 하고 이제는 돼지국밥 식당 장사를 접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식당을 이어가고 있는 ‘88수육’에 들어가 봤다. 마침 노부부 손님이 식사 중인데 꼭꼭 씹어먹으라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머릿고기 돼지국밥을 찾아 송도에서 ‘역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단다. 8000원짜리 돼지국밥에 든 고기양이 엄청나다. 예전 시골 장터에서 이같은 투박한 스타일의 돼지국밥을 먹었을 것 같다. 허름하고 테이블도 3개뿐이지만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들도 많이 다녀갔다. 1989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37년째다. 김석순 대표는 “돼지 머릿고기하고 뼈하고 같이 삶아서 내는 국물 자체가 고소하다. 우리 집과 비교하면 뼈만 삶는 일반 돼지국밥 국물은 싱겁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정시장에는 천일횟집, 틈새횟집, 동해횟집, 해풍횟집, 물금횟집, 큰바다횟집 등 횟집이 6곳이나 된다. 한결같이 가성비와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수정동에 자리 잡은 지 25년째의 ‘해풍횟집’은 여름에는 물회, 겨울에는 우럭탕으로도 이름이 났다. 박성태 대표는 고등학교 때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시작한 요리 경력이 45년에 달한다. 언양에서 태어났지만 20년 넘게 장사한 수정동이 고향보다 더 친숙한 곳이 되었다고 했다.
물회는 여름에만 먹는다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먹는 겨울 물회는 별미였다. 곁들여 나온 지리탕은 얼마나 진하고 감칠맛이 좋은지 모른다. 고춧가루 푼 매운탕은 텁텁한 맛이 나서 물회와는 덜 어울린다. 박 대표의 칼솜씨가 좋은 건 일찍부터 알았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은 이날 처음 듣게 됐다. 그는 어느 날 “그동안 손님 덕분에 먹고 살았다. 비록 허름하고 가게도 작지만 찾아오는 우리 손님들에게 최고로 맛있게 대접하자”라고 각성했단다. 또 박 대표는 자신의 흰머리를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다고 했다. 요리사가 깨끗해야 손님들도 기분 좋다는 배려의 마음이었다.
요즘 부산을 대표하는 양대 음식이 돼지국밥과 함께 밀면이다. 수정동 일대에서는 가장 전통이 있었던 수정밀면이 폐업하고, 장수밀면도 업주가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그 사이에 막내 격이었던 ‘진역밀면’이 수정동의 밀면 대표 주자로 올라섰다. 진역밀면이 수정동에 자리 잡은 지는 만 6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호텔 요리사 출신의 김희관 대표는 횟집과 이자카야 경력까지 포함하면 수정동에서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횟집은 장사가 잘되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며 박살이 나버렸단다. 그 뒤에 시작한 이자카야도 괜찮았는데 김 대표 아들의 요리 고등학교 진학이 업종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자식에게 술집을 물려줄 수 없다는 고집으로 찾은 아이템이 밀면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니 밀면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도 앞으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진역밀면이라는 상호의 영향인지 몰라도 요즘 같은 한겨울에도 칼국수보다 밀면이 더 많이 나간다. 김 대표는 “만두피, 만두소, 칼국수면, 밀면 등 단무지만 빼고 여기서 직접 다 만든다는 게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잠깐 둘러본 주방은 호텔 요리사 출신이 일하는 공간답게 넓고 깨끗했다. 진역밀면은 쫄깃한 면발과 감칠맛 나는 육수, 매콤달콤한 양념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평가가 많다.
수정동에는 만두 마니아라면 반드시 찾아가야 하는 만두의 성지가 있다. 33년 전통의 ‘명당만두’다. 경남여중·경남여고에 다니며 만두를 즐겨 먹던 소녀 단골들은 성인이 되어 명절에 고향에 왔다가 지금도 명당만두가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단다. 남편 백형진 대표는 만두피만 빚고, 아내 김귀심 씨는 만두소만 만든다. 대한민국 어디 가도 만두피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을 가진다는 백 대표의 손바닥에는 두터운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혀있다. 아내 김 씨가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아예 가게 문을 닫는다.
백 대표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가게 초창기에 부부는 많이 싸웠다고 했다. 반죽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날에는 백 대표는 쓰레기통에 반죽을 갖다 버리고 장사를 쉬었다. 어느 날 김 씨가 아깝다고 반죽을 다시 주워 온 적이 있었다. 성격이 유별나다는 백 대표가 반죽에 연탄째를 섞어서 다시 갖다 버렸단다. 백 대표는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6시에 가게에 나와 정화수 떠 놓고 촛불 켜서 기도를 드린다. “어제 하루도 잘 살았고 오늘 하루도 고맙게 잘 살겠다고….” 명당만두의 만두를 집어 먹다, ‘음식은 정성’이란 말을 실감했다. 백 대표는 13년째 수정전통시장 상인회 회장도 맡고 있다.
‘SINCE 1983.’ 수정동에는 동구청이 인정한 4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할매곱창’이 있다. 경남여고 밑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지난해에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깔끔해져서 보기는 좋은데 노포 감성이 사라져 살짝 아쉽다. 오랜 단골 중에는 옛날의 안방이 그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겨울에 온돌방에 앉아 뜨끈한 곱창전골과 소주 한잔하는 맛이 있었다. 특히 부산일보 기자들이 애용하는 식당으로 한 중앙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오래 가는 비결은 역시나 재료에 있는 것 같다. 곱창은 국내산을 쓰고, 집에서 직접 짠 참기름으로 음식을 만든다. 전골이지만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가게에는 여러 연예인의 사진과 사인이 걸려 있다. 영화배우 허성태가 이 집 사위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문이다. 할매곱창에서 20년 넘게 도와준 이수일 대표의 친구 딸이 허성태의 부인이다.
수정동에는 올해로 40년이 되어가는 중국집 ‘북경’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랜만에 북경에 들러 탕수육과 이과두주를 시켰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탕수육은 ‘겉바속촉’ 그 자체였다. 이과두주는 도수가 높으면서도 저렴해 중국에서는 서민의 술로 불린다. 이과두주를 처음 배운 곳이 수정동 ‘북경’이었다. 화교였던 이전 사장님은 해마를 넣은 해마주도 담가 맛을 보여주곤 했다. 90년대에 서빙하던 청년이 지금의 왕극량 대표다. 어느새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 2층 방에 죽치고 앉아 카드 돌리던 선배 중에는 이제 세상에 없는 분도 계신다. 오랜만에 찾은 북경에서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부산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부산의 중국집에서는 간짜장에 계란 후라이도 올려준다. 새로 개발한 2만 5000원 실속 코스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소개는 맨 뒤로 밀렸지만, 수정동의 손맛 하면 남해 출신의 ‘수미식당’ 이순자 대표를 첫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점심에는 미역국 순두부 시락국 등을 파는 밥집이다. 조물조물 무쳐낸 반찬이 하나같이 맛깔나다. 저녁에는 생선회를 비롯한 해산물 위주의 안주로 부담 없이 한잔하기에 좋은 선술집으로 변신한다.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부산이 아직 낯선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집이다. 일전에 언론인 출신 소설가 선배가 수미식당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모신 적이 있었다. 흥이 돋은 이 선배가 갑자기 노래를 시작했는데 노래도 잘 불렀지만, 사장님의 젓가락 장단이 아주 일품이었다. 부산의 축소판, 수정동은 부산의 낭만이 강처럼 흐르는 곳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2026-0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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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초현실주의의 거대한 무대… 피게레스 달리 극장미술관
스페인 카탈루냐 북부의 작은 도시 피게레스(Figueres)는 미술사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달리 극장미술관(Teatre-Museu Dalí)이다. 이곳은 단순히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미술이자, 달리라는 인물의 정신세계를 압축해 놓은 공간이다. 이름에서와 같이 처음 용도는 19세기에 지어진 시립 극장이었다. 스페인 내전으로 파괴된 건물을 1960년대에 달리가 구입해서 직접 복원 및 개조해 자신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고, 1974년 개관 이후, 달리 극장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가장 방대하게 소장한 공간이자, 그가 생전에 직접 기획한 유일한 미술관으로 남았다.
달리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피게레스는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150km 기차로 2시간. 역에서 내려 도시를 걷다 보면, 붉은 외벽 위에 빵 모양 장식이 줄지어 얹히고, 거대한 달걀이 옥상에 올라간 기묘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외관은 이미 달리적 상상력의 선언이다. 빵은 생존과 욕망을, 달걀은 탄생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는 일상적 사물을 낯설게 변형함으로써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입구를 지나 중앙의 유리 돔 아래에 서면,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공간은 과거 극장의 무대 자리다. 달리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적 오브제’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내부는 회화, 조각, 홀로그램, 입체 설치, 광학적 착시 작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관람객은 전통적 의미의 전시 감상이 아니라 하나의 체험적 여행을 하게 된다. 또한 미술관에는 ‘기억의 지속’으로 대표되는 녹아내리는 시계 이미지의 변주들, 종교적, 과학적 상징이 뒤섞인 후기 작품들, 그리고 갈라(Gala)를 향한 집요한 헌정이 가득하다. 달리에게 갈라는 연인이자 뮤즈, 그리고 예술적 동력의 원천이었다. 미술관 곳곳에서 반복되는 그녀의 초상은 개인적 사랑과 예술적 집착이 어떻게 신화로 승화되는지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달리는 자신의 무덤을 이 미술관 중앙 무대 아래에 두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의 예술 세계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관람객은 그 위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 설정은, 그 자체로 마지막 퍼포먼스와도 같다.
달리 극장미술관은 전시 공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연극적 장치다. 관람객은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고, 작품은 벽에 걸린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장악한 사건이 된다. 초현실주의가 꿈과 무의식, 우연과 상징을 통해 이성의 질서를 전복하려 했던 시도라면, 이 미술관은 그 사상을 건축공간으로 실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026-02-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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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이어지는 설 연휴… 볼만한 TV는
설 연휴 안방극장이 비교적 차분한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맞는다. 예년처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포맷과 완성도 높은 특집으로 명절을 채우는 흐름이다. 웃음과 흥, 감동과 성찰을 고루 담은 프로그램들이 연휴 내내 이어지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장르별 차림표를 완성했다.
■전국 특산물·한식 이야기…‘맛’으로 여는 명절
명절 밥상처럼 다채로운 먹거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전국 각지 특산물이 맞붙는 MBC ‘전국1등’이 설 연휴 시청자를 찾는다. 문세윤과 김대호, 박하선이 출연해 지역 대표 먹거리를 두고 대결을 펼친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직접 맛보고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시식 예능을 넘어, 지역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명절에 어울리는 넉넉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성을 조명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총 3부작으로 첫 방송은 오는 16일 오후 8시 10분이다. 이후 2월 23일 오후 9시, 3월 2일 오후 9시에 2회와 3회가 전파를 탄다.
한식의 가치를 짚는 다큐멘터리 MBC ‘밥상의 발견’도 설 특집으로 편성됐다. 한국의 장(醬) 문화와 사찰음식, 제철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식의 특징을 ‘더하기·빼기·제로’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배우 장근석이 진행을 맡고 선재 스님과 윤남노, 파브리, 데이비드 리 등 요리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단순히 음식 조리법을 넘어 음식에 담긴 철학과 삶의 태도를 함께 짚는다. 한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 본질을 다시 돌아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첫 방송을 했고, 설 당일인 17일 2부가 방송된다. 오는 24일엔 마지막 방송인 3부가 공개될 예정이다.
요리 다큐 MBC ‘셰프의 DNA’는 배우 류수영과 벨기에 입양아 출신 셰프 애진 허이스가 전북 정읍에서 ‘손맛 한 상’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지역 특산물과 전통 음식을 바탕으로 메뉴를 개발하며 한식의 깊이를 체험한다. 애진 허이스 셰프가 한식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되짚는 과정과, 류수영이 보조 셰프로 함께하며 보여주는 재미가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읍에서 완성된 한 상이 다시 해외로 이어지는 구조는 한식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오는 16일 오전 8시 20분 방송된다.
■노래로 흥 더하는 명절…콘서트와 트롯 무대
설 연휴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무대도 풍성하다. SBS ‘설 특집 콘서트 성시경’이 연휴인 오는 14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처음처럼’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좋을 텐데’ ‘거리에서’ ‘너의 모든 순간’ 등 데뷔 25주년을 맞은 성시경의 대표곡들이 안방을 채운다. 가수 화사와의 듀엣 무대도 공개돼 또 다른 색깔을 더한다.
가수 이찬원의 진행으로 꾸며지는 KBS2 ‘2026 복 터지는 트롯대잔치’는 송가인, 박서진, 박지현 등이 출연해 흥겨운 무대를 선보인다. 관객과 호흡하는 ‘쌍방향’ 형식을 표방하며 명절 특유의 들뜬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트롯이라는 장르가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무대다. 설 당일인 오는 17일 오후 7시 40분에 볼 수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채웠던 아이유의 공연 실황 ‘슈퍼 스테이지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도 MBC에서 설 특집으로 편성됐다. 대형 공연장의 스케일과 현장감을 안방으로 옮긴다. 오는 17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삶과 자연을 비추는 다큐·의미 있는 질문
연휴 기간에는 사람과 자연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안방에서 볼 수 있다. KBS1 ‘글로벌 한인기행-김영철이 간다’는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한인들의 삶을 따라가며 성공과 자긍심의 의미를 짚는다. 2부작 프로그램으로, 오는 17일과 18일 방송된다. 설 당일 방송하는 1부는 오는 17일 오후 9시 30분, 2부는 오는 18일 9시 30분에 각각 전파를 탄다.
평균 연령 78세 할머니들의 우정을 담은 ‘메주꽃 필 무렵’은 ‘메주할매’ 삼총사의 유쾌하고 따뜻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해 온 할머니들의 변치 않는 우정을 통해 명절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오는 17일 오후 7시 40분 KBS1에서 방송된다.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EBS가 오는 13일 밤 12시 50분 ‘증발된 사람들’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이른바 ‘조하쓰’ 현상을 따라가며, 새로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비춘다. 이 과정에서 고독과 책임, 관계의 의미를 되짚고,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을 함께 짚으며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외에도 EBS ‘공룡 대탐험: 1억 6천만 년의 모험’은 최신 촬영기법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의 시간을 보여준다. 공룡 트리케라톱스 화석 등을 통해 밝혀진 고생물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송으로 총 6부작으로 구성됐다. 인간의 삶을 넘어 자연의 질서를 조망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16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2026-02-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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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첩보·휴먼 '한국영화 3파전'에 애니 가세… '장르 뷔페' 따로 없네
설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가 푸짐한 한 상을 준비했다. 올해는 한국 영화 기대작 3편이 스크린에 출격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사극과 첩보 액션, 휴먼 드라마가 각기 다른 색깔로 스크린에 포진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장기 흥행작과 애니메이션까지 더해져 이번 명절 연휴 극장가는 ‘장르 뷔페’에 가까운 풍경을 펼친다.
가장 먼저 문을 연 작품은 4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과 그를 맞이한 촌장 엄흥도의 관계를 중심에 둔다. 계유정난 이후의 역사적 맥락을 배경으로 삼되 인물 간 교감과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유해진이 촌장 역을, 박지훈이 단종 이홍위를 맡았고 유지태, 전미도가 출연한다. 화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 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한다. 왕과 촌장이라는 신분 차이를 넘어 형성되는 교감이 중심 축이다. 사극 장르의 무게감과 인간적 정서를 결합해 명절 극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엔 두 편이 동시에 출격했다. 영화 ‘휴민트’는 ‘베테랑’, ‘밀수’, ‘모가디슈’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 감독이 ‘베를린’(2013)과 ‘모가디슈’(2021)에 이어 선보이는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남북한 첩보 요원과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히는 과정을 그린다. 약 3개월간 라트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출연한다. 해외 공간을 활용한 연출과 추격 장면이 긴장감을 형성한다.
같은 날 개봉한 ‘넘버원’은 김태용 감독의 휴먼 드라마다.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된 아들 하민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우식과 장혜진이 영화 ‘기생충’ 이후 다시 한번 모자 호흡을 맞춘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가족과 시간의 유한성을 소재로 삼았다. 눈에 띄는 건 부산 영도구와 동구 등 부산 곳곳에서 촬영이 진행된 점이다. 바다와 오래된 주택가 풍경이 극의 배경으로 활용돼 일상적인 공간에 정서를 입힌다. 김태용 감독과 장혜진 배우 모두 부산 출신인 데다 부산에서 오랜 시간 촬영해 ‘부산 영화’로 불린다.
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해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작품도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신의 악단’은 개봉 초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북한을 배경으로 가짜 찬양단을 만든 인물의 변화를 그린 종교 영화다. 음악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귀여운 캐릭터가 총출동한 애니메이션도 어린이 관객을 기다린다. 12일에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 어보브 앤 비욘드 : 육지생물 구조작전’이 스크린에 올랐다. 바니클과 콰지 등 귀여운 캐릭터들이 위험에 빠진 동물들을 구조하며 자연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13일 개봉한 ‘아웃 오브 네스트’는 사랑스러운 삐약이 공주·왕자와 소년 아서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인도네시아 애니메이션 ‘점보’는 덩치 큰 소년 돈과 신비로운 친구 메리가 영혼의 세계로 향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따뜻한 분위기가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다.
최근 극장가는 개봉 첫 주 성적만으로 흥행을 단정하기 어려운 흐름을 보인다. 업계는 연휴 이후 평일까지 관객을 유지하는 ‘지속력’을 주요 변수로 본다. 장르를 달리한 작품들이 나란히 배치된 이번 설 연휴 극장가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2026-02-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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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복천박물관 ‘소망 복주머니’ 행사
부산 복천박물관은 2026년 설 연휴 기간(2월 14일~18일)에 ‘알록달록, 나만의 소망 복주머니’ 꾸미기를 연다.
관람객이 직접 복주머니를 꾸미고 새해 소망을 적어 '소망 트리'에 걸며 에 걸며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먼저 제공된 도안에 색칠 도구, 사인펜, 스티커 등을 활용하여 복주머니를 직접 꾸민 후, 뒷면에 새해의 목표나 바라는 소망을 정성껏 작성하고 박물관 내 마련된 '소망 트리'에 달며 한 해의 복을 기원한다.
성현주 복천박물관장은 “복주머니를 꾸미며 한국 세시풍속을 체험하는 이번 행사는 설 연휴 기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율형 프로그램”이라며 “관람객이 전통문화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새해 희망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복천박물관 인스타그램(@museum_bokcheon)을 참고하거나 전화(051-550-0332)로 문의할 수 있다.
2026-02-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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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OTT 콘텐츠는 어때요?
평소 보고 싶었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를 보면서 설 연휴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겠다. 연휴를 앞두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웨이브가 장르 색이 분명한 신작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다면 시리즈 정주행이나 다큐멘터리 몰아보기도 방법이다.
먼저 넷플릭스는 미스터리 드라마 ‘레이디 두아’를 13일 공개한다. 작품은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과 그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무경’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혜선과 이준혁은 드라마 ‘비밀의 숲’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디즈니플러스는 미스터리 스릴러 ‘블러디 플라워’를 순차 공개 중이다. 지난 4일과 11일 1~4화를 선보였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5·6화를 공개한다.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연쇄살인범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전을 다룬 8부작이다. 려운, 성동일, 금새록 등이 출연한다.
명절 음식이 부담스럽다면 웨이브 푸드 리얼리티 ‘공양간의 셰프들’이 색다른 선택지다. 사찰음식 명장 스님 6인이 공양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을 담았다. 선재 스님과 정관 스님을 비롯해 계호·적문·대안·우관 스님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통 장을 주제로 한 요리 과정과 음식에 담긴 철학을 차분히 풀어낸다. 총 4부작으로 13일 전편 공개된다.
신작이 아니더라도 연휴 동안 볼 만한 콘텐츠를 찾는다면 이 작품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본 장수 예능을 담은 넷플릭스 예능 ‘나의 첫 심부름’은 난생 처음 혼자 심부름에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아이들의 귀엽고 소박한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인근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한 남성이 1년간 문어와 교감하며 변화를 겪는 과정을 담았다. 바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은 온라인에 올라온 고양이 학대 영상을 단서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네티즌 수사대의 집단 추적이 국제 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재구성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를 소비하고 추적하는 우리의 모습을 되짚게 한다.
2026-02-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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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장관 “BTS 광화문 공연 고마운 일…암표 대책 세울 것”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방탄소년단의 복귀 무대가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열리는 것은 뜻깊고 감사한 일입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6개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다음 달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전통문화의 핵심을 해외에 선보일 기회”라며 “공연이 멋지게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찾는 관람객도 불편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암표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전의 공연에서 암표 문제가 발생한 만큼 문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불쾌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올가을 시행 예정인 관련 암표 관련 법안도 언급하며 장기적인 제도 대응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날 간담회는 문체부 장관 취임 6개월을 돌아보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최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과 절박함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큰 방향을 다시 잡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취임 초 “K컬처가 정점을 지나 내려갈 길만 남은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던 그는 “지금은 위기는 맞지만, 다시 일어설 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관보다는 가능성을 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최 장관은 “관점도 자세도 접근 방식도 모두 바꿔야 한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더 빠르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문화산업에 대한 재정 확충 의지도 강조했다. 최 장관은 문화예술이 미래 성장 산업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예산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추가 재정 확보 기회가 생길 경우 핵심 분야에 적시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2027년 예산안 역시 전략적으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문화 접근성 확대 정책에도 속도를 낸다. 통합문화이용권과 청년예술패스를 넓히고, ‘문화가 있는 날’을 4월 1일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서 매주 수요일로 확대한다. 그는 “수요일이면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며 “기존 할인 구조가 그대로 반복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가 있는 날의 내용과 형식을 재설계해 수요일마다 문화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과 관련해선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원칙을 유지하되 세부 사항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전 시기와 형태, 기능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 정부에서 추진된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 이전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종합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돔 공연장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입지와 비용, 적합성을 신중히 따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가 돔 공연장 건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방 선거 이전엔 입지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산업 회복 방안으로는 ‘구독형 영화관람권’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는 이를 ‘극장 발견 프로젝트’라고 표현하며 “관객이 한 번이라도 극장을 찾으면 이후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령층이나 가족 단위 등 대상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설계해 잠재 관객을 극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 심화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과제로 제시했다. 투자와 근로 환경, 제도 개선 등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는 게 최 장관의 설명이다. 최 장관은 “게임진흥원 설립과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재정비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2-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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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욕구 버려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 만날 수 있다
주위를 보면 개성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론 이들의 삶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피곤한 삶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그들을 쉽게 내버려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엉뚱하다는 꼬리표를 붙여 밀어내려고 한다. 또 쉽사리 정상과 비정상, 혹은 평균이라는 틀을 정하고 선을 벗어나지 않는지 평가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간다. 그래야 사회생활이 더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삶을 살다 보면 ‘자기’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남과 비교하느라 쉽게 주눅 들고, 학교나 직장에서는 눈치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가족 간에도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기대와 주어진 역할로 인해 자기 삶을 방치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다 보면 삶의 주도권은 어느새 타인에게 넘어가고, 정작 자신은 자기 인생의 관객에 머물게 된다.
‘자기 주도’는 학습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삶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가 쓴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이 질문에 마침한 방법을 제시하려는 책이다. 책은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 전 세계에서 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출판사는 이 책이 5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추상적인 위로나 관념적인 조언이 아니라 독자가 당장 실행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책은 총 10장에 걸쳐 인간이 흔들리는 원인을 진단하고, 사고의 전환을 거쳐 행동의 변화로 발전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첫 장에서는 ‘끌려다니는 것도 습관’이라며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환경이 아니라, 직접 쟁취해야 할 권리임을 말한다. 이어 겸손이라는 ‘자기 검열’과 흘러간 과거에 저당 잡힌 사고의 해악성과 구체적인 탈출 방법을 제시한다.
중반부에서는 비교와 인정 욕구를 다룬다. 부당한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법, 타인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거리 두기 등 현실적 대안도 제공한다. 특히 사회가 규정한 정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허구인지 까발리며, 모두에게 이해받으려는 인정 욕구를 버릴 때 얻게 되는 당당한 자아를 보여준다.
“아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부 이해하는 남편은 없다.” 5장 ‘이해받으려 하지 마라’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당신의 모든 걸 이해해 주길 바란다면 그 바람은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라며 “실망은 곧 당신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고 조언한다.
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덜컥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도 만나게 된다. 가령 ‘해명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라’거나, ‘책임을 상대에게 넘겨라’, 혹은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마라’는 조언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부정하지 않는 한 쉽사리 수긍하기 힘들지 싶다. 한편으론, 아직 남의 시선에서 벗어날 준비가 덜 돼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마지막 10장에 나오는 ‘100가지 행동 리스트’를 다시 찬찬히 읽어 봐야겠다. 웨인 다이어 지음/장원철 옮김/북모먼트/344쪽/2만 2000원.
2026-02-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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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읽기] 건강 수명 연장의 핵심 '면역'
면역계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보호막이다. 하지만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놀랄 만큼 파괴적일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면역유전학 분야 권위자인 존 트라우즈데일은 <면역 수업>에서 다양한 비유를 통해 면역의 개념을 설명한다. 바이러스 차단 소프트웨어나 군대에 빗대 면역을 풀어내는가 하면, 타투의 원리나 고양이 알레르기처럼 일상에서 궁금해할 만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면역의 중요성은 체감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선 막연하기만 했던 독자들에게 면역을 균형 있게 다루는 일이 건강 수명 연장의 핵심임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이 책이 대중 과학서와 교과서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면역은 특정 기관이나 일부 면역세포에 국한된 기능이 아니라 피부와 점막, 장내 미생물을 포함한 인체 전 영역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신경계와 신진대사, 생식 기능 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특히 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통증 회복뿐 아니라 스트레스, 기분까지 함께 조절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노화와 암, 우울증,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비만 등 현대인이 직면한 여러 건강 문제를 면역계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본다. 면역은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삶의 환경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저자는 식단과 위생, 수면, 에너지 대사처럼 반복되는 생활 방식이 면역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존 트라우즈데일 지음/김주희 옮김/판미동/596쪽/3만 2000원.
2026-02-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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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읽기] 노후 준비, AI랑 같이 해요!
음식 주문, 영화표 등 주요 서비스가 키오스크 형태로 변화하며 이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 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잇따라 ‘키오스크 사용법’ 강의를 개설해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노인을 힘들게 했던 키오스크가 이젠 AI로 이동한 것 같다. 여기저기서 AI는 필수적인 도구이며, 삶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데 어디서 어떻게 배울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노인 세대가 많다.
이 책은 아예 AI를 전혀 모르는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물론 나이와 관계없이 AI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AI를 내려받은 후 구체적인 사용법들이 시니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꾸몄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를 선택해 휴대폰에 설치한 후 가입하는 걸로 시작한다. 실제 휴대폰 화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어디를 클릭해야하는지 클릭하는 손가락모습까지 보여줄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책에 있는 그림 그대로 휴대폰에 설치만 하면 더 이상 어려운 것이 없다.
책에선 노인 세대 외로움을 달래줄 AI 활용법, 시니어들이 가진 옛날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기, 손주 이름 넣은 동요 만들어 보기,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동영상 만들기, 최저가 온라인 쇼핑, 가계부 정리하기, 행정 복지센터 서류 처리하기, 외국어 배우기와 치매 예방 두뇌 훈련, 성경과 불경 구절 매일 챙기기, 약 이름과 증상 알아보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딱 좋은 AI 입문서이다. 곽민철·정희철 지음/생능북스/144쪽/1만 6800원.
2026-02-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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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새 책] 원소, 끝나지 않은 이야기 外
■원소,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소개하는 10개의 원소는 지금의 희망이자 묵직한 임무이다. 이들의 발견 과정부터 현재의 개발 문제점, 특성, 장단점, 앞으로의 개발 방향과 지속 가능성 등을 다루면서 이를 통해 원소의 화려한 능력과 희망의 얼굴 뒤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으나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김병민 지음/자유아카데미/300쪽/2만 원.
■모르는 채로 두기
30만 구독자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작가, 북튜버, 라디오 DJ 등 ‘독서 유발자’로서 책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저자. 저자의 첫 사진집으로,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사유와 언어를 다듬어온 그는 이번 책에서 사진과 글을 나란히 놓고,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를 한층 또렷하게 드러낸다. 김겨울 지음/세미콜론/168쪽/2만 2000원.
■조용한 붕괴
문제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미 무너진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학교폭력, 자해, 등교 거부처럼 ‘드러난 위기’가 아닌, 말없이 버티며 정상의 가면을 쓴 채 고립되어 가는 다수의 학생. 이 책은 바로 그 ‘정상군 학생’의 위기에 주목하고, 교육 위기의 본질을 조명한다. 신선호 지음/휴머니스트/152쪽/2만 2000원.
■공중의 복화술
김혜순 시인은 “한 시인이 어떤 ‘사이’를 통과해 한 편의 시에 이르는, 그 과정”을 진술한다. 올해로 시작(詩作) 47년의 삶을 쓴 그의 시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찾아 도래하고 여전히 새로운 창발을 거듭할 수 있는지 그 글쓰기의 원천과 상상적 경험의 시적 신체화에 관해 산문의 구체성으로 밝혀내고 있다. 김혜순 지음/문학과지성사/330쪽/1만 8000원.
■장례희망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2년간 이어온 글쓰기 모임 참가자들은 ‘장례식 초대글’과 ‘나의 부고문’을 처음 써 내려갔다. 죽음을 중심에 두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슬프지만은 않다. 오히려 삶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잔잔한 유언같은 문장, 누군가에게 남기는 마지막 위로, 삶을 향해 건네는 인사. ‘너의 작업실’ 18인 지음/북심/148쪽/1만 6800원.
■인생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호스피스의사로서 저자는 임종을 앞둔 이들과 일, 돈, 가족과 친구 등 인생의 전반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인생을 후회하는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을 알았다.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일상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던 그루멧 지음/박선령 옮김/비즈니스북스/288쪽/1만 8000원.
2026-0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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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 사실상 원점 재논의…서울예술단만 광주 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재검토하며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은 기존 방침을 유지하되,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서울예술단 광주 이전과 관련해 “결정 당시 다소 이르게 추진됐다는 지적이 있었고,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있어 취임 이후 전후 과정을 살펴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이미 약속한 사안이라면 이행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씀하셨다”며 “예술단이 광주 이전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 장관은 “어떤 형태로, 언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서울예술단의 모든 기능을 이전하는 것인지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윤곽이 잡혀야 광주에서도 무엇이 오는지 명확해질 것”이라며 조직 정체성 정립이 선행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또 “이 사안은 제가 취임 전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고, 정부 차원의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과 지방 이전 논의와도 얽혀 있다”며 “전반을 훑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은 이전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에 포함된 핵심 과제다. 이 비전은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울예술단과 국립오페라단의 우선 이전, 이후 다른 단체의 단계적 이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와 장관 교체 과정에서 정책 기조가 조정되면서 추진 동력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부처의 장기 비전이 정권과 수장의 교체 때마다 재설정된다면 문화정책의 연속성과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예술단체 중 유일하게 지방이전이 확정된 서울예술단의 경우에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문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광주광산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 문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여러 정책적 노력과 특정 단체를 이전하는 문제는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지만, 같은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는 민 문체위 의원이 서울예술단과 국립오페라단 이전 계획의 재검토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민 의원이 “균형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면 흔들려선 안 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지만, 최 장관은 이전 문제를 별도의 정책 판단 사안으로 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서울예술단 광주 이전을 두고 조속한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갑자기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논의가 있지 않았나. (서울예술단이) 광주로 간다고 다 알려져 있는데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지 않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최 장관은 간담회에서 5만 석 규모 돔공연장 건립 구상과 관련해서는 “여러 지역에서 제안이 있지만 적합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지방선거 이전에 구체적 입지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026-02-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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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풋옵션 소송' 1심 승소…법원 "하이브, 255억 지급해야"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에게 255억원 상당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이날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동시에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 대해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은 기각됐다. 별개의 소송이지만 재판부는 주주 간 계약 해지 여부가 풋옵션 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만큼 두 사건을 병행 심리해왔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킬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 전 대표와 측근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메시지 내용, 대표이사로서 보인 업무수행 및 성과 등을 근거로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성장·발전을 저해하거나 손실을 야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한 뒤 데리고 나가 어도어 기업공개(IPO)를 하려 했다는 하이브 측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들과 만나 어도어 독립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모두 하이브의 동의를 가정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하이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런 방안은 아무런 효력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또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분쟁 중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등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으며, 민 전 대표가 제기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및 음반 밀어내기 의혹도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해지에 대해서 민 전 대표가 잃게 되는 손해는 비교적 분명하고 중대하다"면서도 "해지를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255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함께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던 민 전 대표의 측근 신 모 어도어 전 부대표와 김 모 전 이사에게도 합계 약 31억원의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4년 11월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를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 전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그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산정 기준 연도 당시 어도어의 영업이익,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민 전 대표가 풋옵션 행사로 받는 금액은 약 255억원이다. 이에 더해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 모 부대표, 김 전 이사가 함께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해 민 전 대표 측의 청구 소가는 약 287억원이었다.
2026-02-12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