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 지반, 공사비 상승 부담… 하단녹산선 사업 결국 유찰
계약 방식 변경 등 대책 시급
서부산권의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한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사업이 결국 지반 리스크를 넘지 못하고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빠른 착공을 위해 계약 방식 변경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교통공사가 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사업’이 마감시한인 지난달 30일 오후 6시까지 입찰 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교통공사는 지난달 11일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을숙도, 명지국제신도시를 거쳐 녹산국가산단까지 이어지는 13.47km 구간에 대해 1조 2800억 원 규모 입찰 공고를 냈다.
하단녹산선 사업이 유찰된 데는 지반 리스크에 따른 공사 난도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들이 지반 붕괴로 복구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된 부전마산복선전철, 싱크홀이 발생한 사상~하단선과 마찬가지로 연약지반을 지나는 하단녹산선 공사가 까다롭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하단녹산선은 명지국제신도시를 지나는 약 2.3km 구간이 지하 구간으로 계획돼 있다.
건설업계는 이곳 구간 공사를 고려하면 사업성이 매력적이지 않아 유찰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연약 지반을 관통하다 지반이 붕괴해 복구공사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된 부전마산복선전철 사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교통공사의 입찰 조건인 ‘턴키방식’도 건설사들의 입찰 장벽을 높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턴키 방식의 경우 입찰 시에 제출한 건설비로 공사를 끝마쳐야 해 건설업체들의 부담이 크다. 계약 직후 설계를 거치는 동안 원자잿값 등 공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비용 증가분 반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입장에서는 턴키방식이 유리하나 시공사로서는 부담이 있다”며 “결국 건설업체들이 이윤을 따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고민이 이번 입찰 결과로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공자 선정 난항을 대비해 계약 방식 변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29년 준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건설업계의 현실적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재운 시의원은 “2차 발주도 유찰 시 설계와 공사를 개별 발주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교통공사는 이번 유찰을 두고 ‘두 번째 발주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교통공사는 이달 말 하단녹산선 건설사업 발주를 재공고할 계획이다. 재공고 시에는 입찰 조건을 바꿀 수 없어 턴키방식은 그대로다.
교통공사에 따르면 중견업체 한 곳이 하단녹산선 건설 사업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개 입찰은 2개 이상 업체가 참여해야 하고, 1개 업체만 입찰할 경우 유찰이 된다. 이럴 경우 규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 업체를 찾는데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울산 도시철도 사업도 재공고에서 업체 입찰이 들어왔다”며 “재공고에는 입찰 업체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