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피로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면 칼슘 탓?
부갑상샘기능항진증
고칼슘혈증으로 조기발견 늘어
관절통, 뼈통증, 잦은 소변 증상
원발성엔 수술이 가장 효과적
무리한 단식·고단백 식사 피해야
완경 이후엔 칼슘 등 복용 주의
몸이 이유 없이 피로하고, 뼈가 쑤시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노화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혈액 내 칼슘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라는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 홍종철(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과 함께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을 알아본다.
□50대 이상 여성 발병 가능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갑상선 뒤쪽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 기관인 부갑상샘에서 부갑상샘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평균 크기는 2~5mm 정도로 아주 작은 기관이다. 이 호르몬은 혈액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면 혈액 속 칼슘 수치가 높아지고 신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건강검진 보편화와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부갑상샘기능항진증 진단은 증가 추세다. 과거에는 명확한 증상이 있는 환자만 진단됐지만, 고칼슘혈증이 발견되면서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홍 과장은 “완경 이후 뼈 보호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골흡수가 증가되면서 부갑상샘 기능에 영향을 끼쳐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다양하다. 피로감이나 무기력함,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식욕은 정상인데도 체중이 줄거나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통이나 뼈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골다공증이 악화되거나 반복적인 골절이 나타나기도 하며, 신장결석이나 잦은 소변, 탈수 증상, 변비나 복부 불쾌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홍 과장은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퍼져 있어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부갑상샘에 생긴 양성 종양(선종)이다. 원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라고 불리며, 전체 환자의 약 8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밖에 만성 신부전을 앓거나 투석 중인 경우 속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과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부갑상샘이 자율적으로 호르몬을 과다 분비하게 되면 삼차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이 있다. 당뇨병, 비타민D 결핍, 고령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골다공증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혈청 칼슘 농도가 낮아져 반사적으로 부갑상샘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면서 발병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도 달라진다. 원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의 경우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문제가 되는 부갑상샘을 제거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며, 다양한 증상도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홍 과장은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에서는 숙련된 갑상선두경부외과 전문의가 최소절개 방식으로 수술을 시행해 흉터 부담이 적고 회복도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속발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부갑상샘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삼차성 부갑상샘기능항진증 또한 심한 경우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세스타미비 스캔 널리 활용
최근에는 수술 전 부갑상샘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영상 검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세스타미비 스캔’이다. 세스타미비 스캔은 방사성의약품을 몸에 소량 주사한 뒤 감마 카메라로 부갑상샘의 활동 상태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병든 부갑상샘은 정상보다 활발하게 작용해 약물이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이상 부위를 영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외과의는 수술 전 병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최소한의 절개로 불필요한 조직 손상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부갑상샘 종양 수술 후 암으로 판명되면 수술 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정기적인 검진도 필요하다.
예방을 위한 명확한 방법은 없지만, 칼슘과 비타민D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무리한 단식이나 고단백식 중심의 식습관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 내 칼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완경 이후 여성에게는 칼슘과 비타민 D 복용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을 진단받으면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홍 과장은 “부갑상샘기능항진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라며 “피로와 우울감 등 이유 모를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나 기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