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ESS·조류발전… 에너지 인프라 설비 ‘각축장’ [71%의 신세계, 해저시대로]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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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바다로 들어간 AI

미국, 7년 전 '나틱' 프로젝트
수중 데이터센터 선두주자
중국도 최대 규모 상용 단지화
해저 설비 ESS, 조류 발전 등
각국 AI 인프라 구축에 박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에 쓰인 해저 데이터센터(위). 2018년부터 2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로 해저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됐다. 지난 10월 중국 기업 하이랜더는 상하이 인근 해역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 일대를 대규모 탄소중립 데이터센터 단지로 확대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하이랜더 제공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에 쓰인 해저 데이터센터(위). 2018년부터 2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로 해저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됐다. 지난 10월 중국 기업 하이랜더는 상하이 인근 해역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 일대를 대규모 탄소중립 데이터센터 단지로 확대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하이랜더 제공

5차 산업혁명이라 할 정도로 AI(인공지능)가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나라마다 AI 관련 인프라 확충과 전력 공급 문제로 비상이다. 그 덕에 해저 개발의 속도도 빨라졌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 증가가 해저 개발의 경제성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이미 상업화가 시도되고 있고, 해저 ESS(에너지저장장치)나 해저 조류발전도 실증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현실이 된 해저 데이터센터

해저 데이터센터 아이디어는 2010년대 초반부터 퍼졌다. AI가 주목받기 전이었지만, 이미 클라우딩 컴퓨터가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이 문제가 됐다. 데이터센터는 열 발생이 많아 사용 전력의 30~40%를 냉각용으로 쓴다. 물 속이라면 발열 문제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프로젝트 ‘나틱’을 진행했다.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의 해저 35m 지점에 864대 서버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길이 12.2m, 높이 2.8m 규모였다. 2년간 아주 낮은 고장률을 기록했고, 에너지 소비량도 동급 서버 대비 3분의 1 이상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가능성이 입증된 것이다. 다만 수중 설비 추가 등의 문제로, 당장 상용화하기엔 경제성이 모자랐다.

지금은 중국이 가장 앞섰다. 2023년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연합해, 하이난성 인근 해역의 해저 30여m 지점에 1300t 급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나틱의 3배 정도 크기다.

올해 10월엔 상하이 린강 특별구 인근 해저에 2.3MW급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이를 24MW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로 확대하는 2단계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나틱의 100배 가까운 규모로, 해상풍력과 연계해 탄소배출 없는 데이터센터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성공하면 해저 데이터센터의 완전한 상용화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해양 분야와 탄소중립 산업의 강자인 중국이 해저 개발에서도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해저로 뻗은 에너지 인프라

AI 관련 산업의 한 축인 발전 분야에서도 해저 설비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저 ESS와 조류 발전이다.

해저 ESS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육상 ESS처럼 배터리 모듈 형태로 바다에 넣는 것도 있다. 육상의 남는 전력으로 해저 설비 안에 바닷물을 끌어 올려 위치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하는 형태도 있다. 전력이 필요할 때 바닷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이 다양한 해저 ESS를 개발해 실증 작업을 하고 있다.

조류발전도 상용화 단계의 초입에 있다. 물살 강한 해협의 조류 움직임으로 터빈을 돌리는 원리다. 바닷속 조류의 세기는 비교적 일정해, 풍력보다 전력 변동성이 작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 전남 진도 울돌목에 1MW 조류발전기를 설치했지만, 경제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력이 향상됐고, 발전 단가는 내려갔다. 스코틀랜드에선 2016년부터 6MW 조류발전을 이어와 상업적인 성공을 이뤘고, 영국 정부는 80MW 급으로 발전단지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올 2월 일본도 나가사키현 해역에 1.1MW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선진국들 중심으로 조류발전 투자가 활발하다.

해상풍력에 더해 해저 데이터센터·ESS·조류발전 등이 집적돼 해저 케이블로 연결되는 시대가 곧 올 수 있다. AI를 비롯한 고전력 산업도 탄소중립이 가능해지고, 부산 같은 연안 지역이 관련 산업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올해 3월 OECD는 ‘2050년 해양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해양 경제가 ‘청정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해 환경영향을 줄이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디지털·에너지 기술과의 융합이 해양산업 확장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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