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던진 공천, 출렁이는 판세…드라마 같았던 PK ‘50일 열전’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가 종착지에 다달랐다. 여야가 시·도지사 후보를 확정한 4월 초부터 50여 일의 열전이었다. 이번 선거전은 순탄치 않았던 각 당의 후보 선출부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변수, 여기에 초반과는 확 달라진 종반 판세 등 수많은 극적 요소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대선 구도와 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짧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 같았던 PK 선거전의 ‘장면들’을 짚어봤다.PK 열전의 시작은 후보 공천이었다. 이 지역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후보 선정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점찍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등으로 일찌감치 라인업을 꾸렸다. 부산시장 유력주자인 전 장관이 출마 직전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장관 사퇴 등 난기류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자 당 지도부는 교체론을 일축하고 전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국민의힘은 여당의 기세에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PK 현역 시·도지사 재공천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가 박형준 부산시장을 느닷없이 ‘컷오프’(공천 배제) 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 정치권이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지역 정치권의 반발과 수습 노력으로 박 시장이 주진우 의원과의 경선을 거쳐 3선 도전을 확정했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상처를 입은 박 후보는 당 지도부와는 거리를 둔 독자 선대위로 본선을 치렀다.PK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부산 북갑 보궐선거였다. 전재수 후보가 빠진 이 지역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 등 거물급 신인들이 나서면서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특히 여야 모두의 집중 견제를 받는 무소속 한 후보가 막강 팬덤의 지지를 발판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의 ‘생환’ 여부가 6·3의 최대 이슈가 된 듯 하다. 다만 북갑이 전국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오히려 시·도지사 등 이 지역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선거전 초반은 PK에서도 50% 이상인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여기에 해양수산부 이전 등 정부여당의 정책 역량을 활용한 지원전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기세를 선점했다.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가 이어졌고, “(부울경에서 민주당이 대승한)2018년 어게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PK는 보수의 최후 방어선”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선거전 양상도 민주당 후보들이 토론회 거부 등 과거 국민의힘의 ‘부자 몸조심’ 전술을 답습하는 반면 수세인 국민의힘 후보들이 네거티브까지 동원한 총력전에 나서는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그러나 야당이 ‘이 대통령 죄 지우기 특검’이라고 비판하는 ‘조작 기소 특검법’을 여권이 강행하려 한 시점 이후로 선거 기류는 또 한번 출렁였다. PK와 서울, 충청 등 이른바 ‘스윙’ 지역에서 보수 후보들이 맹추격하면서 이 지역들의 판세는 여론조사 상 오차범위 내 경쟁으로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기준점인 PK 선거가 예측불허 상태로 전환되자, 현직,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방문 지원에 나서는 등 여야의 화력전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PK 가장 뜨거운 지선 [6·3 지방선거]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사전투표율이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과 투표 열기가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모두 승리를 자신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이어지면서 막판 선거전도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시행된 제9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에는 전국 유권자 4464만 9908명 중 1049만 8411명이 참여해 23.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부산은 21.29%, 울산은 22.46%를 기록해 전국 평균에는 못 미쳤지만, 기존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기록을 넘어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경남은 24.64%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부산 북갑의 사전투표율도 25.57%로 재·보궐선거구 14곳 평균(24.12%)을 상회했다. 부산 지역별로는 노년층 비중이 높은 원도심의 투표 열기가 두드러졌다. 동구가 24.9%로 가장 높았고, 영도구가 24.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신도시가 형성돼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기장군은 17.81%, 강서구는 20.1%로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전 투표가 마무리되자 여야는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역 정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을 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본투표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재수 후보 선대위는 “높은 사전투표율은 일 잘하는 지방정부, 일 잘하는 전재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라고 생각한다”며 “이 열의를 오는 3일 본투표로 이어가 30년 침체를 끝내고 부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높은 투표율은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하려는 민심이 움직인 결과라는 주장이다. 특히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중도층까지 가세하면서 PK 지역에서 막판 역전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선대위는 “보수 성향이 강한 20대 젊은 층은 물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들이 대거 사전투표장으로 향하면서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본다”며 “결정을 유보해왔던 중도 성향 유권자들까지 본투표때는 결집할 것이라 기대한다. 선거 초반 시종일관 추격하는 흐름에서 벗어나 이제는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재수 ‘굳히기' 박형준 '역전'… 지지층 결집·부동층 흡수 박차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마지막 주말,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이 부산 전역을 누비며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쏟았다. 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승부는 본투표 투표율과 부동층 선택에 달린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해 온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굳히기에, 추격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역전 드라마 만들기에 사활을 걸었다. 후보들이 전통시장과 골목, 공원과 행사장을 잇달아 찾으며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나서면서 부산 전역은 사실상 ‘총력 유세전’ 무대로 변했다. 전 후보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전재수 다간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부산 전역 집중 유세를 벌이며 막판 세 결집에 나섰다. 지역 곳곳을 직접 찾아 시민과 접촉면을 넓히며 자신의 강점인 ‘스킨십’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공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전 후보는 31일 남구 평화공원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해운대구 장산NC백화점 일대를 돌며 동부산권 집중 유세를 벌였다. 동부산권은 보수세가 강하고 국민의힘 조직 기반이 탄탄한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막판 표심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 후보는 지난달 30일 오전 해운대구 반송시장과 기장군을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강서구와 사상구 등 서부산권으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동부산 끝인 기장군에서 서부산 끝인 강서구까지 부산 전역을 훑으며 지역 밀착형 유세를 이어간 셈이다. 각 지역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공동 유세를 벌이며 ‘원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전 후보는 “이틀간의 사전투표가 모두 마감됐다”며 “주말 귀한 시간을 내어 부산의 내일을 위해, 투표함에 담아주신 그 간절함을 결코 잊지 않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뛰겠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이날 ‘걸어서 민심 속으로’ 11일차 일정을 소화하며 조직력을 앞세운 생활밀착형 유세에 집중했다. 박 후보는 이날만 10개 안팎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후보는 해운대구 전통시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유세를 벌인데 이어 동구 금성고와 사하구 대동고 총동창회 행사,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과 동천 일대 등을 찾았다. 박 후보는 전날에도 용두산공원과 중앙공원, 부산시민공원, 북항 친수공원 행사장, 광안리해수욕장 등을 방문하며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고령층이 많이 찾는 도심 공원부터 젊은 층이 밀집한 광안리와 마라톤 행사장까지 세대별 맞춤 행보를 이어가며 부산 전역을 누비고 있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민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은 물론 아파트 단지와 골목 곳곳을 직접 찾아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과 각 지역 당협위원장의 조직력을 앞세워 지지층 투표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부산에서는 시민대통합과 보수대통합의 흐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현 정부의 폭주를 부산에서 막아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격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그리고 부산을 진정한 세계도시로 완성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도 막판 표심 확보에 나섰다. 정 후보는 이날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과 부산시민공원, 전포카페거리 일대에서 거리 유세를 벌이며 젊은 층 공략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자신의 지지층 결집과 인지도 확대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본투표만 남은 가운데 부산시장 선거는 사실상 마지막 승부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동시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이틀 동안 어느 후보가 더 많은 유권자의 발길을 투표소로 향하게 하느냐가 부산시장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재수, 북구서 하정우와 나란히 사전투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와 함께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부산 북구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 후보와 하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북구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를 마쳤다. 전 후보는 “오늘 투표는 부산 시민의 삶과 일자리, 청년, 부산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라며 “해양수도 부산을 반드시 부산 시민들과 함께 완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부산시장이 된다면 하정우 후보와 같은 일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산 18개 국회의원이 전부 빨간색으로 물든다면 어떻게 부산에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겠나. 중앙 정부 정책과 예산을 부산으로 확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집권 여당의 힘 있는 국회의원 한 명이 부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 국회의원 1명 꼭 좀 부탁드린다라는 말씀을 절박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드리도록 하겠다. 부산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으쌰라으쌰’ 한동훈, '뚜벅뚜벅' 하정우, '무박 유세' 박민식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여야 후보들이 본투표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막판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를 점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는 선두 유지를 위한 집중 유세에 나섰다. 접전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는 ‘공중전’을 멈추고 유권자를 만나는 지상전에 집중했고, 지지율 반전이 필요한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선거 전날까지 무박 유세에 돌입했다. 무소속 한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인 31일 오후 부산 북구 덕천동 숙등역 일대에서 집중 유세를 진행했다. 이날 구포시장을 돌며 막바지 유세에 나선 그는 몰려든 시민들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는 전날인 지난달 30일 덕천동 젊음의거리에서도 집중 유세를 통해 세를 과시했다. 유세차에 올라탄 그는 “제 가슴에 배지를 달아달라”며 “6월 4일부터 우리는 새로 태어날 것이고, 보수를 재건할 것이고, 이재명 정부 공소 취소 협잡을 박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그는 선거 캠페인 노래에 맞춰 주먹을 흔들며 ‘으쌰라으쌰’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유세차 일대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도 ‘으쌰라으쌰’를 따라 외치며 화답했다. 야외 공연을 방불케 한 유세장에 울려 퍼진 이 구호는 한 후보가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 캠프 측은 “롯데 자이언츠 응원 구호로 쓰는 ‘으쌰라으쌰’를 한 후보가 사용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 후보는 31일 북구 곳곳을 돌며 거리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이날 오후에는 유세차에 올라타 막판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친여 성향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에 출연하며 공중전도 강화한 하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9~31일에는 다시 지상전에 집중했다. 민주당 하 후보는 사전 투표일인 지난달 29일에도 만덕역 일대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정우 AI 일꾼 국회로’ 글귀를 붙인 택시가 하 후보 앞을 여러 차례 지나갔고, 울산에서 응원을 온 청년 남성 3명은 사인을 받은 뒤 하 후보에게 북구 맛집 추천을 요청했다. 하 후보 손을 꼭 잡은 한 여성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동생 하정우 좀 도와달라”며 “이런 인재가 들어와야 만덕동이 살아난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는 선거 막판까지 ‘뚜벅뚜벅’ 걸으며 최대한 많은 주민과 대면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하 후보는 “갈수록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며 “북구 발전을 부탁하고, 전 후보와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 후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선거 전날까지 100시간 ‘무박 유세’에 돌입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두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한 행보다. 박 후보는 “선거가 임박한 만큼 더 다양한 시간대와 현장에서 주민들 목소리를 직접 듣고 보수 후보로서 북구를 지키고 싶은 제 절실한 마음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일찍 활동하는 주민들까지 좀 더 많이 만나 인사를 드리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부산 출신 안철수 국회의원이 지난달 30일 북구 덕천동을 찾아 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PK 지선의 남은 변수는
“초박빙 승부, 마지막 이틀이 판을 흔들 수 있다.”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부산·울산·경남(PK)에서 최종 판세를 가를 변수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PK 시·도지사 선거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선거 막판 표심의 향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세대별 투표율과 보수·진보층 결집 여부, 후보 단일화 효과, 전·현직 대통령의 영향력 등 여러 요인이 남은 기간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2022년 지방선거와는 확연한 다른 환경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선거의 3대 승부처 중 대통령 지지도를 제외한 정당과 후보 경쟁 구도는 4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2022년 8회 지선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KBS· MBC·SBS·입소스. 2022년 5월 23~25일. 부산 성인 801명. 무선 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57.1%로 비교적 높았다. 이번 문화일보 조사(엠브레인퍼블릭.26~27일. 부산 성인 803명. 무선 전화면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60%를 기록했다. 하지만 4년 전 방송 3사 조사 때 26.4%포인트(P)(국민의힘 박형준 52.3% 대 민주당 변성완 25.9%) 차이를 보였던 1~2위 후보 간 지지도 격차는 이번 문화일보 조사에선 겨우 1%P(민주당 전재수 40% 대 국민의힘 박형준 39%)에 불과했다. 정당 지지도도 2022년에는 국민의힘(52.3%)이 민주당(26.9%)을 배 정도 앞섰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39%)이 오히려 민주당(37%)을 앞섰다. 4년 전에는 ‘정부 안정’(58.8%)이 ‘정부 견제’(33.9%)를 훨씬 앞섰지만 이번에는 ‘정부 안정’(41%)보다 ‘정부 견제’(43%)가 더 높았다. 현직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요소가 4년 전과 크게 다르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예측불허의 PK 지선”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장기 레이스보다 남은 이틀간의 단기 승부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세대별 투표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수 성향이 다소 강한 60대 이상의 부산 인구는 4년간 25만 명 정도 증가한 반면 주로 진보 성향을 보이는 40~50대는 약 15만 명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40·50세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후보들이 유리하고, 60·70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국민의힘이 대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예상과 달리 22대(2024년) 총선 때 국민의힘이 부산 전체(18석)에서 17석을 차지한 것도 60대 이상 투표율이 80%를 넘은 반면 50대 이하는 50~6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화일보 조사에선 18~29세(89%)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90%대 중반의 ‘투표 의향’을 보여 치열한 세대 대결이 예상된다. 이 조사에서 40·50세대는 전재수 후보, 60·70세대는 박형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수와 진보층의 결집 여부도 관심사이다. 전통적으로 PK에선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지 않은 ‘샤이 보수’가 많은 편이다. 이들은 대체로 선거 직전에 보수 정당이 불리해지면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민주당이 압승한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총·지선 진보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그다지 불리하지 않다가 막상 투표에서 실패를 거듭한 것도 보수층의 막판 결집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의 여론 흐름을 볼 때 이번에도 보수 결집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과 “진보성향 유권자들도 적극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단일화 효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진보 진영은 울산시장과 경남지사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보수 진영은 불리한 상황임에도 울산시장 선거에서 김두겸(국민의힘) 박맹우(무소속) 후보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부산 영도구청장과 경남 진주시장 선거에서도 유력한 보수 후보가 난립해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지만 박민식(국민의힘) 후보와 보수표가 분산될 경우 하정우(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31일 “이번 선거처럼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선 단일화에 성공한 진영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간 영향력 대결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야당의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이틀간 PK를 방문했고, 박 전 대통령도 부울경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벌였다. 이 전 대통령도 31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 후보 지원에 나섰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18대 총선 때 부산에서 친박(친박근혜) 성향 무소속 후보를 6명이나 당선시킬 정도로 PK에서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던 만큼, 보수층 결집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정청래(민주당) 장동혁(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평가와 현 정부의 각종 정책, 주식시장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 크고 작은 변수들도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선 막판 ‘존재감’ 드러낸 李…“정권 심판” 볼륨 키우는 野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막판에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승부처인 부산·울산·경남(PK)을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투표 독려도 여느 대통령과는 달리 진영 색채가 강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이에 야당이 “최악의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투표를 사흘 앞두고 ‘정권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이라는 선거 프레임이 강하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엑스(X·옛 트위터)에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경구를 소개하면서 “주권자의 침묵과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재차투표를 독려했다. 이어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주권자가 투표로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자들”이라고 지적했다.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분히 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이던 30일에도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나와 가족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기표 관련 문의를 하면서 ‘투표 용지 노출’ 논란도 일으켰다. 청와대나 여당 측은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선거 개입 의도는 없다. 야당의 과잉 반응’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국정 동력이 걸린 이번 선거 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이 최대치의 간접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사실상의 대통령발 총동원령이며 직접 ‘오더’를 내린 최악의 관권선거”라며 ‘오만한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투표 독려 메시지와 관련, “이재명이야말로 사익을 위해 가장 큰 권력을 남용하는 장본인 아닌가”라며 “이재명은 여전히 핍박받는 야당 대표 행세를 한다. 주권자가 투표로써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 집단’은 바로 이재명과 민주당”이라고 되받았다.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도 이 대통령의 투표 용지 노출 논란과 관련, “투표 관리관을 까딱까딱 거만한 손짓으로 부르면서 ‘일로 와보세요’ 한다. ‘보여주시면 안 된다’는 말에 ‘상관없으니까’로 일축한다”며 “독선과 오만에 빠져 권력에 도취해버린 이재명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가 종착지에 다달랐다. 여야가 시·도지사 후보를 확정한 4월 초부터 50여 일의 열전이었다. 이번 선거전은 순탄치 않았던 각 당의 후보 선출부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변수, 여기에 초반과는 확 달라진 종반 판세 등 수많은 극적 요소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대선 구도와 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짧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 같았던 PK 선거전의 ‘장면들’을 짚어봤다. PK 열전의 시작은 후보 공천이었다. 이 지역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후보 선정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점찍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등으로 일찌감치 라인업을 꾸렸다. 부산시장 유력주자인 전 장관이 출마 직전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장관 사퇴 등 난기류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자 당 지도부는 교체론을 일축하고 전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기세에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PK 현역 시·도지사 재공천으로 맞섰다. 그러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가 박형준 부산시장을 느닷없이 ‘컷오프’(공천 배제) 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 정치권이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지역 정치권의 반발과 수습 노력으로 박 시장이 주진우 의원과의 경선을 거쳐 3선 도전을 확정했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상처를 입은 박 후보는 당 지도부와는 거리를 둔 독자 선대위로 본선을 치렀다. PK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부산 북갑 보궐선거였다. 전재수 후보가 빠진 이 지역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 등 거물급 신인들이 나서면서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특히 여야 모두의 집중 견제를 받는 무소속 한 후보가 막강 팬덤의 지지를 발판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의 ‘생환’ 여부가 6·3의 최대 이슈가 된 듯 하다. 다만 북갑이 전국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오히려 시·도지사 등 이 지역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선거전 초반은 PK에서도 50% 이상인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여기에 해양수산부 이전 등 정부여당의 정책 역량을 활용한 지원전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기세를 선점했다.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가 이어졌고, “(부울경에서 민주당이 대승한)2018년 어게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PK는 보수의 최후 방어선”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선거전 양상도 민주당 후보들이 토론회 거부 등 과거 국민의힘의 ‘부자 몸조심’ 전술을 답습하는 반면 수세인 국민의힘 후보들이 네거티브까지 동원한 총력전에 나서는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러나 야당이 ‘이 대통령 죄 지우기 특검’이라고 비판하는 ‘조작 기소 특검법’을 여권이 강행하려 한 시점 이후로 선거 기류는 또 한번 출렁였다. PK와 서울, 충청 등 이른바 ‘스윙’ 지역에서 보수 후보들이 맹추격하면서 이 지역들의 판세는 여론조사 상 오차범위 내 경쟁으로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기준점인 PK 선거가 예측불허 상태로 전환되자, 현직,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방문 지원에 나서는 등 여야의 화력전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출범 1년 맞은 이재명 정부…이틀 뒤 지방선거에서 정면 평가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특히 이날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인 6·3 지방선거 개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동 위기 등 대외 악재 속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앞세워 위기관리에 주력했다. 경제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훈풍을 타고 역대급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경제 성장세에 힘이 붙고 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지적받았던 자본시장은 코스피 8000시대를 열며 핵심 성과로 떠올랐다. 다만 특정 분야에 집중된 ‘K자형 양극화’로 인해 청년 고용·자영업·건설투자 등에서 느껴지는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다주택자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도 우려 요인이다.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했지만, 북측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며 남측과의 접촉을 완강히 거부해 남북관계에선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국정성과에 대해 냉정한 점수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실용’ 중심 노선에 대한 효능감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도 좌우될 수 있다. 집권 1년 만에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를 둘러싼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되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겨냥해 ‘선명성’을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개혁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책적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가 때때로 입장차를 드러내며 균열 조짐을 보였다. 따라서 지방선거 결과는 당청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8월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당청 관계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28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새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여권 내에서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유지될지, 아니면 다양한 세력들이 등장해 원심력이 더 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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